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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마흔 하나, 애가 둘 있는 가장입니다.
며칠 전에 이런 방이 있다는 걸 알고 여러 사람의 글을 눈팅하다 용기내어 글을 올립니다.
어쩌면 여러분께 힘이 될 지도 모르니까요...
(최소한 대부분 지금 시작한다고 해도 지금의 저보다 일찍 시작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
2010년 1월. 사표...
저는 올해 1월에 일을 하다가 언뜻 내가 이렇게 일을 하면 나와 내 가족의 미래가 보장될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사장에게 불쑥 퇴사하고 공부하고 싶다고 했지요. 사장님도 별 준비없이 하는 이야기로 들리는 지 일주일 정도 더 고민하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고 그 때부터 고민한거 같습니다. 한의사, 치전 다니는 친구, 그리고 로스쿨 다니는 후배 등등 만나보고 상담하는 중 약대이야기를 들었고, 나이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이거겠구나 싶더군요. 와이프랑 이야기했더니 의외로 잘 생각했다고 하십니다. 5년 더 직장다니며 가장노릇할 테니 그 다음은 책임지랍니다. 단, 등록금은 책임 못 진다고 하더군요. 사장님께 약대간다니까 말리지 못하더군요. 로스쿨이야기 나올 줄 알고 이래저래 연구했던데... 회사 업무 정리까지 마치고 문닫고 나오니 3월 10일쯤 되었습니다.
2010년 3월부터... 종합반 생활
정보도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으니 종합반으로 그냥 들어갔습니다. 공부를 안해서 그렇지 하면 금방 요즘 젊은 것들을 따라갈거라 스스로에게 뽕을 넣으면서 메가엠디 종합반에 갔습니다. 보건의료인이 되는 마당이니 담배도 끊고요. 우연히 원장을 만났더니 학원에서 최고 연장자라더군요. 학원다니면서 무슨 과목이 있는지 알게되고 수업쫓아가면서 공부했습니다. 우선, 화학, 물리, 생물은 따로 수능 문제집을 사고, 학원 진도 따라갔죠. 언어는 사실 학력고사 볼 때도 가장 망친게 국어인 만큼 국어는 따로 챙기고, 유기화학은 20년전 전공이 그 분야였으니 문제없을거라 생각했죠. 아, 그리고 토익... 토익은 사실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3월부터 새벽반을 등록해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아침 5시 40분에 나와서 토익 수업 듣고, 종합반 수업듣고, 집 앞의 도서관 열람실에서 10시까지 공부하곤 했습니다.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강사보다 나이많은 사람이 공부하는게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안면몰수하고 했습니다. 종합반... 정보가 없다보니 선택한 방법인데, 개인면담 한 번 하고 그 다음부터는 수업듣기 정도... 더우기 제가 있는 반이 시험준비생 중 맨 마지막반(3월 시작반)이라서 분위기는 좀 어수선 했습니다. 4월에도 새로오는 친구들이 있어서...
학원의 전체일정은 2월반까지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따라서 저희반은 월별고사를 볼 수가 없었죠, 진도가 다르다보니...
토익시험은 4월부터 보았습니다. 4월 720점, 5월/6월은 600점대... (peet시험 후에 2개월 토익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거 확인한 후에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습니다. 시험만 보았더니 더 떨어지더군요..)
전체 진도를 한번 마무리하는데 5월까지 갔습니다. 석달 걸리더군요... 그나마 생물은 끝나지도 않았죠... 그런데 6월부터는 그냥 문제풀이로 들어가면서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5월에 모의고사를 봤더니 원점수 110점만점에 44점... 이론만 챙겼다고 하지만 심하게 나오더군요. 자동으로 다시 담배피우게 되고... 이래서는 안될거 같았습니다. 6월되면서 학원에서 하는 건 확실히 열의가 떨어지더군요. 느슨하고 산만해지고, 3월반은 거의 포기하는 식으로 기존 학생 중심으로 운영되는 느낌... 도서관에서 치전 준비하는 사람들과 상담하고는 과감하게 종합반을 포기했습니다.
2010년 6월 도서관으로...
6월 10일경부터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공부를 했습니다. 매일 D-Day 확인하면서, 치전준비생이 제안한 강사의 인강으로 다시 정비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문제풀이로 들어갔습니다.
언어공부는 강사따라 가기보다 평가원이 출제하는 문제를 모두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특히 의치전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했습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언어공부를 했습니다. 의치전 기출, PSAT기출을 중심으로 했습니다.
다른 과목은 유명강사들의 인강 중심으로 문제풀이를 했습니다. 특히 종합반에서 칼맞은 생물에 집중했지요.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밥사먹는 시간도 아끼려고 도시락싸서 다녔습니다.
이 공부가요... 강사선정이 무지 중요하더군요. 중간에 강사를 바꿨더니 강사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더군요. 그리고, 종합반에 있을 때는 거기가 최고인거 같고 그렇게 확신했는데 유명강사꺼 듣다보니 우물안 개구리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고, 기대했던 정보도 제대로 준것도 아니고, 3월부터 6월까지 허송세월보냈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수능문제 열심히 풀었는데 결론적으로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론을 제대로 다지지 못했지만 이론만 볼 수 없으므로 문제풀이 강의에 집중했죠. 어차피 시험이라는게 문제푸는거니 문제풀면서 부족한 이론은 채우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문제는 30배수 이상 풀어보는 것으로 했죠. (생물은 30문제니까 900문제이상, 화학은 600문제... 이런 식으로요)
여기저기 연락 다 끊고 공부하는데 나이먹어서 공부하려니 경조사가 참 걸리더군요. 여기저기서 연락오는데 한달에 한두번은 알갈수 없는 것들이 생겨요... 그러던 중 7월 초에 장인께서 임종하시어 한 일주일을 상치르는데 소요했지요...
문제풀이는 3회씩 풀었습니다. 같은 문제를 풀고 또 풀었습니다. 마치 성문종합 여러번 보듯이... 생물하고 언어는 4번씩 풀었습니다. 화학, 물리, 유기가 시험 보름 앞두고 끝나더군요. 모의고사 문제를 사다 보았습니다. 마지막에는 모의고사 문제로 5~6회정도 풀고 풀이를 보았습니다. 물론 시간도 맞추어 풀고요. 정말 괴롭습니다. 점수는 의도대로 나오지 않고, 시간맞춰 다 푸는 것도 정말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전 범위를 짧은 시간에 훑을 수 있다는 점이 실전 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8월이 되니 두가지 걸리더군요. 하나는 체력이었습니다. 잘 안걸리던 감기도 걸리고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겠더군요. 또 하나는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지난 세월 나의 결정 하나하나 곱씹어지더군요. 살면서 배신 한 번 안당한 사람 없잖아요. 그런 상황들이 머리속에 영상처럼 나타나면 좀처럼 떠나지를 않아 애먹었습니다.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요? 이런 상황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공부하는 겁니다.
막판까지 모의고사 풀이하고 틀린 문제 중심으로 다시 정리들어가면서 했습니다. .근데 정말 생물은 어렵데요. 어지간히 외운거 같은데 막판에는 하나도 기억은 안나고 문제를 보면 그냥 답이 이거였던거 같다는 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
8월30일 peet 보는 날
여의도고등학교였습니다. 비가 억수로 내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여학생이 워낙 많아서 남화장실을 하나만 open해서 내내 화장실에 못 간 기억이 나네요. 물이 두 병이나 있었지만 거의 안 먹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 들으니 여학생들도 화장실 때문에 애먹었더군요)
시험보면서는 별로 기억이 없네요. 화학까지 시험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기억,(체력이 바닥이 났더군요.) 유기랑 물리는 정신력으로 버틴 것 같습니다. (나중에 보니 틀리지 말아야 할 문제를 3문제 정도 날렸네요. 체력관리를 잘해야 시험도 잘 봅니다.)
2010년 9월, 10월 토익시험 준비 & 선수과목 이수....
시험보고나서 가채점했더니(찍은 것은 다 틀린 것으로 치고) 원점수로 75점 나오더군요(110점 만점으로) 종합반 동기에게 나중에 이야기 들으니 나보다 잘 본 친구가 3,4명 정도였습니다. (잘하는 친구들이 제법 되었는데 운이 따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서관으로 옮긴 것이 잘한 판단이었던거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시험이 6개월 정도 준비해서 좋은 성적 받을 수 있는 그런게 아닌 것 같습니다.
생물을 학교다닐 때 안해서 생물 과목 학점이 필요했습니다. 7월에 신청해서 3학점짜리 신청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89학번인데 10학번애들이랑 공부합니다.(대부분 91년생인가 그렇더군요.) 중간고사 보았는데 제가 차석이네요. ㅋㅋ..
어쨋든 토익준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강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지라 토익도 최고의 강사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주변에 수소문했죠... 유수영 원장을 추천해주더군요. 뒤도 안보고 신청했습니다. 다시 도서관으로 가고요. 아참 peet 끝내고 보건소 금연 클리닉을 신청했습니다. 이번에 진짜 끊으려고요. 아직까지 금연 중입니다.
유수영 원장... 토익계의 욕쟁이 할머니? 생각보다 터프하더군요. 대단하더군요...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있고 또 그런 자세로 가르치더군요. 치열하게 사는 모습, 만만하게 보는 시험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참 자존심 긁어가면서 해주시던데... 근데 공부가 쉽지않더라구요. 노트북으로 LC공부를 하다보니 웹서핑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고 주식보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저 학원에서 주는 숙제하기 바빴죠.
9월 토익은 19일이니까 3주정도만에 시험을 보았습니다. 저주받은 귓구멍! 도대체가 들려야 말이죠. 관리부서에서 일하다보니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20년간 벽을 쌓았던 분야인지라... 9월은 750점 나왔습니다. 하늘이 노랬습니다. 800은 넘어야 하는데... LC는 전체 평균 수준을 못 넘더군요.
LC... 환장하겠더군요. 안들리니까요... 방법이 없어서 LC 모의고사를 매일 1회 이상 보았습니다. PEET 처럼 반복하고 또 하고 나중에는 질문을 보면 답을 아는 수준까지... 모의고사 20셋트 이상을 들었네요. RC는 수업과 과제물을 무조건 보고요...
10월 토익은 870점 나왔습니다. LC 405점, RC 465점... 두 달안에 900점 넘으려면 해외 업무를 좀 했어야 가능한거 같습니다. 아쉽게 저한테 기적은 생기지 않았네요.
2010년 11월... 학교정하기... 그리고, 면접준비 중
아참, peet 점수 말씀 안 드렸네요. 어차피 점공도 하니... 303.5점에 백분위 415점입니다.
토익은 870점이고... GPA가...
전 학점이 2.28이네요... 요즘은 그런 학점 안 나오죠... 그 전에 제적되니까요...
학점 안 좋다는 분들도 저보다 나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메가엠디 가상지원 해보면 100명 중 100등하니까요...
노태우 정권 시절에 좀 세게 운동을 했었죠... 학점에 후회하기 보다 졸업한 것을 고마워하는 입장이니...
그래서 이런 꿈을 향해 다시 도전할 수 있음을 행복으로 여기니...
GPA를 별로 안 따진다고 하지만 GPA를 10%만 반영해도 PEET 점수에서 15~20점은 까야 하네요.
PEET 만 보면 경기도 일부랑 충청권은 가능하겠지만 GPA때문에 어려워요. 그리고, 올해 꼭 들어가야 하니까 모험할 수도 없죠.
집이 경기도라 가능하면 집에서 통근할 수 있는 곳이면 좋은데 (애가 7살, 4살입니다. 첫째는 제가 방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조용히 옆에 와서 책을 보거나 그림 그리는데 보고있으면 너무 이쁘고 행복해요. 지방으로 가면 이런 행복을 맛보기 힘들고 와이프도 곱절로 힘드니까요.)
약사라는게 학교를 따지는 직업은 아니니까 가능하다면 어디든 가겠지만, 가족이 눈에 밟혀서 고민이 많습니다.
지금은 면접 관련 인강도 듣고 도서관에서 책 대여해서 보면서 아이들과 놀고 있습니다. 와이프 직장까지 출퇴근 지원도 해주고요. 와이프가 정말 행복해해요. 지금 순간을요.
면접도 생각보다 많이 중요하네요. 고대가 고등학교 따졌듯이 면접과정에서 학벌도 좀 따진다고 하네요. 그것 못지않게 나이도 따지고요. 저는 면접 과정에서도 남들보다 좋은 점수는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교수입장에서도 40대 학생은 좀 부담이죠. 그리고, 기존에 만학도에 대해 좋은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이 많다고 합니다. 면접 1점이 peet 10점과 같으니 10점은 기본으로 날린 상태에서 최대한 저지해야 겠죠...
어쨋든 나이먹어서 공부해서 유리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만, 시작을 했습니다. 돌아갈 곳도 없지요. 학원강사께서 파부침주의 심정으로 하라던데. (솥을 부수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전쟁에 임하는 장수의 비장한 자세를 말합니다.) 이 놈의 시험 준비하면서 참 팽팽한 긴장 속에 있어서 백수의 한가함을 경험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이제 학교 결정하고 자기소개서 써야죠... 면접준비하다보면 올해는 훌쩍 지나가지 싶습니다.
어쨋든 원없이 공부했던 소중한 한 해였습니다. 가장이 이 나이에 돈벌 걱정 안하고 공부만하는 호사를 누가 또 누려볼까요?
희망사항이지만 2월 이후 합격했습니다라고 신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두서없이 쓴 글인데 끝까지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면 감사드립니다.
시험을 준비하시거나 고민하시는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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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한마디 한마디 몸소 느끼면서 읽었습니다.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