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각국 정책입안가들과 기업들, 중국-아시아 간 무역관계 변화에 대비해야(소날 바르마, 노무라 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O 아시아 국가들과 중국 간 무역관계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음. 지난 30년 간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산 수입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대중국 수출 비중은 계속 감소하고 있음.
- 지난해 2월 아시아 지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1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1년 4월 22%에서 크게 하락했음. 3년 만에 이처럼 큰 낙폭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임. 또한 중국은 지난해 12월, 한국과 대만의 최대 수출 상대국 지위를 미국에게 내주고 말았음. 아시아의 대중국 수출은 금액 측면에서도 감소하고 있음. 올해 2월까지 12개월 간 아시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7180억 달러에 그쳐, 역대 12개월 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수출액인 841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쳤음.
-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음. 첫째,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 압력 속에, 중국 외 다른 지역으로 공급망 다각화가 이뤄지면서 중국 중심의 가공 무역 비중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임. 둘째, 중국의 내수 약화로 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수출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임. 이러한 중국의 내수 약화는 소비자 측면보다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한 기업들의 수요 약화 측면이 큼. 하지만 대중국 수출이 늘고 있는 국가도 있음. 베트남은 대중국 가공수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니켈, 철, 강철 대중국 수출이 증가하고 있음.
- 이처럼 중국의 아시아 국가산 수입 비중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아시아 수출 비중은 증가 추세임. 지난해 중국의 대아시아 수출 비중은 약 32%로, 지난 2015년 28.2%에서 크게 증가했음. 베트남 등의 경우에는 중국의 무역 다각화 정책에 따른 변화로 해석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중국의 전반적인 산업 생산 과잉에 따른 수출 물량 공세를 우려하는 미국과 유럽의 경계가 강화됨에 따라 아시아, 아프리카 및 구소련 지역의 신시장으로 수출을 전환하려는 중국의 무역전략에 따른 변화로 볼 수 있음. 이로 인해 다수의 아시아 국가들이 대중국 무역흑자 축소 혹은 심지어 무역적자가 확대를 겪고 있음.
-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 우선, 다국적 기업들의 탈중국 공급망 다각화가 가속화되면서 중국 중심의 가공 무역이 더욱 둔화될 것이고, 구조적 문제와 지정학적 역풍으로 인해 중기 성장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중국이 아시아 국가 산 수입을 소화할 수 있는 양에 제약이 있을 것이기 때문임. 게다가 미국이 중국 기업들의 관세 및 무역제한 회피 전략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고 멕시코, 베트남 등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법망 허점 보완에 나설 가능성도 있음.
-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수출 시장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현재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매력적인 수출 시장으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일임.
-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세계적으로 지경학적 분절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중기적으로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임. 우선, 과거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던 중국의 수입 수요가 앞으로 둔화한다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도 수출 확대를 위해 새로운 수출 시장을 모색하는 동시에 수출 상대국도 다각화해야 할 것이며, 이로 인해 양자 및 다자 간 무역 협정 체결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있음. 둘째, 아시아 역내 기업들은 새로운 수출 시장뿐만 아니라 자국 내에서도 중국과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임. 셋째, 다국적 기업들이 공급망 전환을 위해 새로운 시장을 모색함에 따라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들이 잠재적 수혜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와 국내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해당국 정부들의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할 것임.
-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아시아 국가들도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렸음. 그러나 이제 아시아와 중국 간 무역 관계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각국 정책입안가들과 기업들은 이 변화를 인식하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경제 질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채비를 갖춰야 할 것임.
출처: 니케이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