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건국 시기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언급된 바 있긴 합니다. 삼국사기의 고구려 건국 연도인 기원전 37년보다 더 이전에도 고구려라는 명칭이 사서에 보인다는 점을 통해 원고구려 세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특히 그런 세력으로는 졸본부여, 비류국 정도가 될 것입니다.
북한에서 고구려 건국시기를 올려 잡는 것은 특별히 어떤 근거가 있기 때문은 아닌 듯 합니다.(혹시 어떠한 근거가 있다면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도 자세히 접하지 못한 부분이라...) 하지만 고구려 건국시기에 대해서 이설을 전하는 자료도 있긴 하지요. '책부원귀'에는 고조선이 멸망하기 이전에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였다고 합니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고구려의 건국 시기에 전한의 임금은 선제(宣帝)로 되어 있는데, 이 기록에 따른다면 무제(武帝) 이전에 이미 고구려가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이렇듯 기록들마다 전승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은 여지를 남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책부원귀의 편찬 시기가 북송 시대이므로 이전의 사서들을 인용한 것일 가능성도 있지만, 고조선 멸망 이전에 고구려가 건국되었다는 기록은 이전의 사서에도 없던 내용인 만큼 쉽게 지나칠 부분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삼국사기의 기록대로 고구려가 신라보다 뒤늦게 건국되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구려 같은 경우는 건국 이전에 이미 고조선이라는 문명적 토대를 겪은 일이 있습니다. 한번 국가 경영을 이루었던 사람들이 건국한 것이므로, 신라보다 조금 늦게 건국되었다고 해서 국가 발전의 정도에 반드시 의문이 제기될 필요는 없겠지요.
추모왕과 유리명왕의 문제 등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있지만, 이전에 김용만 선생님께서 쓰신 고구려의 건국 기년 문제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