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으로 고통스러워하던 17세 벨기에 젊은이가 며칠 전 의사 도움을 받아 안락사했다.
이름.성별.병명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구상에서 법률에 따라 안락사를 선택한 최초의 미성년자다.
벨기에는 견디기 힘든 고통에 처한 18세 이상 불치병 환자에게 2002년부터 안락사를 허용해왔다.
2014년부토는 연령에 제한을 없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이 관계없이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는 나라다.
죽음은 인류의 오랜 고민이다.
'삶과 죽음의 길이 예 있으매 두려워. 나는 가노란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는가.'
삼국유사에 실린 신라 향가 '제망매가'의 한 구절이가 느닷없이 닥친 죽음에 대한 슬픔이 담겨 있다.
'가노라 말'을 며칠 전 세계인들 앞에 다 드러낸 인물이 있다.
브라질 리우 페럴림픽에 벨기에 대표로 참가해 휠체어 400m스플;ㄴ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마리케 베르보트 선수다.
고통스러운 불치병을 14세 때부터 앓아온 그는 삶과 죽음에 초연했다.
'패럴림픽이 끝난 후 가족, 친구들과 님은 인생을 즐기되 고통이 참을 수 없게 커지면 안락사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벨기에에서만 지난해 2000여명이 안락사를 선택했다.
네델란드, 스위스, 룩셈부르크, 미국 오리건주 등도 안락사를 허용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월다잉' 암흑지대였다.
1997년 12월 벌어진 '보라매공원 사건' 여파가 컸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유자하던 환자를 가족들이 '치료비가 없다'며 퇴원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만류하던 의료진은 가족들 성화에 못 이겨 퇴원을 허용했는데 대법원은 담당 의사에게 살인방조죄 유죄를 선고했다.
그 후 대다수 환자들은 임종을 앞두고 퇴원하고 싶어도 퇴원할 수 없게 됐다.
온갖 의료기기가 삑삑거리는 병상에서 죽음을 맞아야 했다.
올해 1월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했다.
'웰다잉법'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 내용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정도다.
시행도 2018년부터로 미뤄져 있다.
벨기에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하고 그 권리를 성년뿐 아니라 미성년에게 부여한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더딘 발걸음이다.
최경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