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경로 잔치를 다녀와서...
글/이양운
우리마을은 송지면 땅끝가는길로 첫바다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40 ~ 50여 가구(예전에는 100가구가 넘었음)가 사는 동네(송지면 가차리)이다.
작년이맘때쯤,
서울지역동네 향후회에서 마을어른전체를 초대하여
마을로 버스를 보내주어 안면도, 변산반도 등
1박2일 일정으로 초대하여 관광을 시켜드렸고
양재시민의 숲에서 서울지역 향우님과
동네어른신들이 모여 단란한 시간을 같이했다..
어려서 일찍 집을 떠난
노년의 향우님들을 비롯 10~40년의 세월의 갭에서
수십년만의 고향친구들을 만난
노인들의 반가움에서 엄청난 세월의 무상함을 볼수있었다.
건강상 고향을 못가보고 죽어서 고향땅에 묻힐 생각을 하신
어르신도 계셨고,
고향을 아예떠나 연고가 없어 못가본 사람도 있었다.
그런분들이 시골 친구들, 고향사람들을 보았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버스가 떠나는 그 순간까지 부둥켜안고 아쉬어 하며
헤어졌을때가 작년오월이었다.
그리고, 이번 5월연휴...
작년에 서울향우들에 초청에 대한 보답으로
마을 청년회,부녀회가 주최하여
동네에서 버스를 서울로 보내줘서
서울지역 향우들을 초대 한 것이다..
아니, 서울 지역뿐만아닌, 광주,부산,대전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마을 출신 향우들에게 모두초대장을 보내서
5월4일(일)은 우리동네 잔치가 있었다.
토요일(5월3일) 밤10시 청량리에서 집결하여
서울지역향우님들이 출발했다.
한식당을 경영하신 향우님이 고기를 맛있게 삶아오고,
여러향우들이 음식을 가져와서
버스에 타는 순간부터 술잔치가 벌어졌고,
고향 선후배들과 한잠도 못자고 부어라 마셔라하다보니.......
아침7시에 마을에 도착했다....
잠도 못주무시고 부녀회원들이 아침식사를 마련해 놓았는데...
바다에서 갓 잡아온 "대롱"을
한 바가지 먹었더니 속이 "확" 풀렸다.
홍어, 장어말린 묻힘, 미나리간재미무침 등 오랜만에
고향 음식을 먹어보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새벽부터 엠프를 틀어놓아
육자배기 소리가 동네를 진동하였고,
난, 시간이 없을까봐 브랴브랴
아들놈을 데리고 산소부터 다녀왔다.
노인네들만 살던 우리동네는 모처럼 시끌 벅끌 했고
동네청년들이 소, 돼지를 잡고,
부녀회원들이 바닷가에 나가 낚지, 대롱(조개류)을
수없이 잡아와 마을 경노잔치를 준비했다고 한다.
너무도 고마운 일이다.
경노잔치는
서울 향우회에서 준비해온 꽃을 향우님들이
동네노인들에게 달아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음식, 가무 등 그야말로 전형적인 해남골 잔치였다.
잔치가 끝나고 집에올라갈 버스에는
부녀회에서 싸준 따끈따끈한 대롱국과 홍어 등이 있었고,
내려갈데는 텅빈 버스 트렁크는
참기름통, 쌀마대, 김치통 등 부모님들이 싸준
정성어린 고향의 마음이 가득했다.
한사코 뿌리치는 이장님, 부녀회장님, 청년회장님 손에
향후회 후원금을 쥐어주는 마음도 훈훈함이랄까..
비가 내렸지만 고향에 경로잔치는 식을 줄 몰랐고,
버스에 손 흔드는 백발의 동네 노인들 눈에는 이슬이 맺혔고,
내리라고 해도 마을 끝나는 곳까지 따라오는
이장님과 부녀회장님의 눈 언저리에도
이슬이 맺혀 있었다.
이번 연휴는 결혼식이 두군데나 있었는데도
고향에 갔다는게 보람이 있었다.
특히, 기뻐하시는 아버님을 보니 마음이 차분하다.
해남은 효자들의 고향이니 만큼,
우리옆 동네들도 경로잔치를 훌륭히 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여러님들의 마을도 경로 잔치가 있을 때 꼭 방문하세요...
아마도, 뜻하지 않는 기쁨과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외환은행 어버이날 수필공모 당선 작.......
첫댓글 아~~~정말 뿌듯한 소식이군요.아름다운 이야기 감사 합니다
송산님 정말 뜻깊은 일이었겠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런 정겨움이 우리들의 삶의 향기 아닐까요 ^*^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시면서 사시길 바랍니다.....
송산! 역시 정도를 걷는 사람이야 두번 보았지만 진실함이 철철넘쳐 흐르더니...ㅎㅎㅎ 우리도 함 해볼까...
내가 다녀온 것 같아요....오랜만에 정겨운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잘하셨네요!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송산님은 온세상에 소금입니다. 건강하세요!
아..... 송산님 수고하셨군요.나도 지난 주말 고향엘 댕겨왔는디 우리 동네 경로잔치는 걍 해금강 외도여행으로 대치했다네요.동네 청년들(청년이라해봐야 40대중반이상)께 감사드립니다. 근데 속은 좀 괘찮아? 아......대롱국이 있다고 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