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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감추어진 현존을 발견하는 장소, 우리 공동체!
은혜롭게도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다가오셔서, 우리 이름을 부르시고, 우리 안에 머무시며, 우리와 각별한 관계를 맺고자 하십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의 무리, 다시 말해서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도 접촉하시고, 대화를 나누시며, 당신의 극진한 사랑을 베푸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개인적으로 기도하는 것도 좋지만, 공동체가 함께 모여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또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가르치고 계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19-20)
따지고 보니
공동체는 하느님과 당신 백성이 통교를 나누고 친교를 나누는 사다리요, 매개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공동체는 하느님께서 항상 현존하시며, 말씀을 건네시고, 당신 사랑을 건네시는 거룩한 처소입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우리 공동체를 가감 없이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살아있는 감실이요, 새 시대 성궤여야 할 공동체가 너무 실망스러워 나를 좌절하게 만듭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나의 이 큰 부족함 앞에 좌절합니다. 함께 몸 붙여 살아가는 동료 이웃들을 바라보며 실망합니다. 하느님을 대신해서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위선과 이중성에 상처를 받습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철저한 이기주의와 세속성, 지나친 게으름과 나태함에 절망합니다. 따지고 보니 거룩하고 성숙해야 할 공동체이건만, 내게 주는 것은 실망이요 상처뿐입니다.
그러다보니 공동체에 큰 염증을 느끼고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차라리 공동체와 별개로 나 혼자 뭐든 해보려는 유혹이 점점 커집니다. 말만 공동체지 뭐 하나 제대로 된게 하나도 없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공동체는 주님의 감추어진 현존을 체험하는 장소입니다.
주님께서 확연히 머무시는 지성소요, 부족해 보이고 결핍 투성이라 할지라도 우리를 구원으로 안전하게 인도하는 방주가 곧 우리가 몸 담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사랑을 배우는 학교요 주님을 섬기는 학원인 우리 공동체를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습니다. 공동체가 미우면 미울수록 더 많이 공동체를 위해 기도해야겠습니다.
- 양승국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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