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일정 : 2003년 3월 19일(수) ~ 3월 25일(화)
전시장소 : 인사아트센터 4층
초청강연회 : 2003년 3월 22일(토) 오후 2시

연주하는 사진가
플래티늄 프린트는 철염의 감광성을 이용해서 화상을 형성하고 그 상을 안정성이 뛰어난 금속인 플래티늄이나 팔라듐으로 바꿔놓는 인화법으로, 1868년 영국의 윌리엄 윌리스(William Willis)에 의해서 처음
고안되었다. 특히 풍부한 계조의 재현과 화상의 보존성이 뛰어나지만, 4×5 이상의 대형 네거티브를 사용해서 촬영해야 하고, 현상된 필름을 플래티늄이나 팔라듐 등 유제를 도포해서 만든 인화지 위에 밀착시켜서 자외선 광원이나 태양광으로 장시간 노광을 주어 프린트를
만든다고 하는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한다. 그 위에 감도가 극도로
낮고 네거티브를 확대기에 걸고 인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인화지 크기에 맞는 밀착인화용 네거티브를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따른다.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몇 군데 제조회사에서 플라티넘 인화지를 만들어냈는데 플래티늄의 가격 상승과 까다로운 처리과정, 그리고 카메라(필름)의 소형화와 감도가 빠른 실버 첼라틴 인화지가 보급되면서
1920년 무렵부터는 거의 모든 플래티늄 인화지의 제조가 중지되고 말았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어빙 팬 등 많은 사진가들이 유제를 바른
인화지를 직접 만들어 프린트한 작품들이 발표되면서 그 무게 있는
톤과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화질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보스틱 & 설리반사가 유제 키트를 제조하기 시작하면서 플래티늄 인화법이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을 단순히 시각적 정보의 기록과 전달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그
기능성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현대의 디지털 영상기술에 견줄만한 매체는 없을 것이다. 사진과학의 관심은 광학과 화학, 기계와 전자학의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편리하고 성능이 좋은 카메라와 감광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일에 집중되어왔고, 새로운 카메라가 나올 때마다 앞다퉈서 신형 카메라로 바꿨다. 인화지도 마찬가지다. 값싸고 처리가 용이한 수지 코팅 인화지가 나오자마자 화이버
베이스 인화지는 사라질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실제로 많은 인화지
제조회사가 흑백사진용 종이 인화지 생산을 중단해버렸다. 이렇게 프린트의 매체는 물론이고 사진의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옛날 카톨릭이나 불교의 경전을 손으로 베껴 적는 필사본이라는 것이
있었다. 인쇄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사찰 스님들도 그랬다.
꼼꼼하게 적은 경전에서 우리가 읽어내는 것은 단순한 글의 내용이
아니라 그것이 적혀지던 아득한 중세의 시간과 정적에 쌓인 공간, 그리고 그들의 정성스런 숨결이다. 오랜 시간이 경과한 지금 필사본 그
자체나 거기 적혀있는 글자들은 경전의 기능이나 전달해야할 내용과는 별개의 승화된 분위기를 띄고 있고, 우리는 지금 그들로부터 예술품에서 요구되는 모든 특성들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세밀한 그림솜씨를 장끼로 하던 화가들의 직업을 빼앗고 마치 전 유럽에 열병처럼 유행하던 다게레오 타입은 콜로디온 사진술이 등장하는 순간 짧은 번영의 시기를 끝내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 건판은 다시 필름에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이후의 영상 테크널러지의 빠른 진화에 관해서는 다 아는 얘기다. 사진의 촬영에서 인화까지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된 지 오래되었고, 최초의 사진술이 공표된 지 한 세기 반 남짓 지난 지금은 디지털이라고 하는 전혀 새로운
화상의 기록과 유통방식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안정된 균질의 무한복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디지털 방식이 이런 속도로 확산된다면 한
세기 넘게 진화를 거듭해온 은염사진도 머지 않아 수공업적인 사진
기법의 낡은 목록 가운데로 편입되어버리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사진의 프로세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그럴수록 사진가들은 혹시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사태를 우려하는 사진가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진가가 그러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사이아노타입, 브로모일, 검 프린트
같은 고전적인 올터네이티브 프린트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고,
이처럼 프린트의 제작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부분을 늘림으로써 사진가의 몫을 되찾으려는 사진가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호스트(Horst P. Horst), 카파니그로(Paul Caponigro), 릿츠(Herb Ritts),
엘렌 마크(Mary Ellen Mark), 데이터(Judy Dater), 린드버그(Peter
Lindberg),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등의 작품이나, 화이트(Margaret Bourke White), 스트랜드(Paul Strand), 웨스턴(Edward
Weston) 같은 비교적 고전에 속하는 작품들이 플래티늄 프린트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
새롭고 편리하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잡지 광고에 나오는 새
카메라를 사들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동안, 하라 나오히사(原直久)
교수는 마치 고행이라도 하듯, 무거운 8×10인치 대형 카메라를 메고
세계의 이곳저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그렇게 해서 채집해온 상을 플래티늄 인화지 위에 정착시켜오고 있다. 초기의 탐험 사진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가 단순히 이국에서 마주치는 정경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굳이 수 십 킬로나 되는 '원시적인' 장비들을 짊어지고 다니면서까지 고생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안셀 아담스는 "촬영은 악보, 프린트는 연주" 라고 했다. 같은 하나의
악보라 할지라도 연주자의 개성이나 기량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으로
해석되고 표현된다. '그곳에 무엇이 찍혀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왜 좋은 사진이 될 수 없는가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첫 전시가 열렸을 때 그의 사진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이 생각난다. 백금이 가진 순수한 반짝임, 영원한 화상의 불멸성, 깊고 풍부한 색과 계조를 가진 흑백의 세계는 무한한 상상력을 촉발하고 우리들을 아득한 시간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갖고 있다. 거기에는 한 순간에 결정 나버리는 여느 사진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나는 그의 플래티늄 프린트를 바라보며 '아우라' 라는 말을 떠올렸다. 현대 테크널러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이런 퇴행적인 행위를 통해서 그가 얻으려고 하는 것은 바로 과학에 의해서
빼앗긴 '사진이라는 악보를 연주하는 예술가의 즐거움'일 것이다.
사진에 대한 타협하지 않는 금욕적 태도와는 달리 그는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서울에서의 두 번째 전시를 연다.
이번에는 대학원에서 자신의 플래티늄 프린트 기법을 전수 받고 있는
유학생 이 지연과 함께 여는 조인트 전시다. 내가 보기에 제자 쪽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나는 같은 벽에 작품을 나란히 거는 것으로
제자를 격려하고 용기를 주려는 그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각별한 기회를 얻은 제자 쪽도 그런 하라 교수의 애정을 오래 간직하리라 생각한다.
김승곤(사진평론)
※플래티늄 프린트라는 사진 기법은 말뜻 그대로 직역하면 백금인화이다. 백금인화......은 보다 세련됨과 견고함으로 더 많은 값어치가 매겨지는 백금을 써서 인화하는 사진기법. 이 인화 법을 통해서 나온 사진들은 백금에서 나오는 고귀한 빛을 표현하여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웅장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 줌으로써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숙련된 장인의 손을 거친 잘 다듬어진 고급스러운 공예품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난다. 한마디로 명품사진이다






하라 나오히사 ( 原 直久 )
1946년 차바현 마쯔도시 출생
1969년 일본대학 예술학부 사진학과 졸업
1971년 일본대학 예술연구소 수료
1976년-77년 문화청 파견 예술가재외연수원으로 프랑스, 독일에서
연수
1984년-85년 일본대학 장기해외파견연구원으로 파리를 중심으로 연수,
....................제작 활동 중 현재 일본대학 교수 예술학부 사진학과 주임
학회 & 사회활동
일본 사진예술학회 부회장
일본사진학회 회원
일본사진협회 이사
전 일본사진연맹 관동본부 위원
일본대학 예술학부 교우회 부회장
신 사진파 협회 (일본대학 예술학부 사진학과 졸업생회) 부회장
동경도 사진미술관 수록집 위원
개인전
1976년 신기루 동경·긴자·낫산 아트 살롱
1979년 Paris 동경·토라노몬·P.G.I Photo gallery International (이하 P.G.I)
1980년 Paris Ⅱ 동경·토라노몬·P.G.I
1981년 신기루Ⅱ 동경·토라노몬·P.G.I
1982년 이탈리아 산악도시 동경·토라노몬·P.G.I
1983년 프랑스 동경·토라노몬·P.G.I
1984년 이탈리아 동경·토라노몬·P.G.I
1986년 유럽 84-85 동경·토라노몬·P.G.I
1987년 유럽1976-1985 동경·후지 포토 살롱 프로페셔널 스페이스
1988년 신기루Ⅲ 동경·토라노몬·P.G.
1989년-90 하라 나오히사 사진작품전순회전 . 대만
1991년 이탈리아 산악구상도시 동경·토라노몬·P.G.I
1993년 Paris et ile-de-France 동경·토라노몬·P.G.I
1995년 스페인 동경·토라노몬·P.G.I
1997년 유럽 : 플래티넘 프린터 콜렉션 동경·토라노몬·P.G.I
2000년 베네치아 동경·토라노몬·P.G.I
2001년 베네치아- 동경 동경·긴자·후지포토사롱
2002년 시간의 유산 대만·타이페이·대만국제시각예술 TIVAC 갤러리
그룹전
1999년 제2회 타이페이 국제 Photofest 타이페이, 대만
1999년 Hertem 국제 사진 페스티벌 90 herten, 독일
2002년 플래티늄프린트의 빛남 동경
출판
2000년 "시간의 유산-유럽과의 만남 " 光村인쇄주식회사 발행
수상
2001년 일본 사진 예술학회 · 학술상
퍼브릭 콜렉션
동경도 사진 미술관·동경
기요사토 포토 아트 뮤지엄·야마나시
대만 국립역사박물관·타이페이·타이완
가나자와 미술공예대학·가나자와
이 지연 (李 芝涓)
1975년 서울 출생
1999년 일본대학교 예술학부 사진학과 수석입학
2003년 일본대학교 예술학부 사진학과 수석졸업
...........현재 동 대학원 예술학 연구과 영상예술전공
그룹전
2001 「 JAPAN 」워싱턴 주립대학 Fine art gallery·U.S.A
2002 「East meet West」 동경·메구로·메구로미술관 갤러리
2003 「Graduation Exhibition 2003」동경·긴자·후지포토사롱
수상
일본·핫셀 브래드 포토 컨테스트 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