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백(幣帛)'은 '비단 폐, 비단 백'이기 때문에 결국은 '비단'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위 사람에게 예물을 드릴 때는 '비단'을 드렸기 때문에
'폐백'은 '예물'과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신부가 결혼식을 올리고 난 후 처음으로 시부모님에게
며느리로서 인사를 드리는 의식이 '현구고례(뵐 현見, 시아비 구舅, 시어미 고姑, 절 례禮)'인데
한자말을 뜻 그대로 '(며느리가 처음으로) 시부모를 뵙는 예'입니다.
현구고례 시 시부모에게 예물을 드리는데, 즉 시아버지에겐 밤대추고임,
시어머니에겐 육포나 닭을 드리게 되는데 그게 바로 '폐백'입니다.
우리 말에는 윗 어른들께 '물건을 줄 때'도 '~을 드린다'고 하고
또 절을 할 때도 '절을 드린다'고 하기 때문에
물건인 '폐백'을 마치 시부모에게 절을 드리는 의식인 '현구고례'로 잘못알고
'폐백을 한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 알고 있는 말입니다.
'현구고례'란게 바로 '며느리와 시부모만의 의식'인 바
'폐백'은 시부모외에는 누구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폐백을 드리는 예인 현구고례시 신랑도 함께 절을 하는데,
원래는 신랑을 절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현구고례'란게 '시부모님을 뵙는 예'이기 때문에 신랑은 자기 부모이지
시부모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과거에는 신랑은 그냥 옆에 서 있었습니다.
즉 폐백을 드리는 현구고례 의식은 '결혼을 하여 어른이 되었다'는 인사가 아니라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시부모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시부모 입장에선 정식으로 며느리를 맞는 의식인 겁니다.
신부가 폐백을 드리고 절을 하고 나면 시아버지가
새며느리에게 밤 대추를 던져 주는데,
대추를 던지는 의미는 '아들을 많이 낳아서 집안의 자손을 번성케 하라'는 의미이며
밤을 던지는 것은 '돌아가신 집안 조상의 제사를 잘 모시라'는 의미입니다.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물론 아들을 낳아서 집안의 대를 잇는 것이고
두번째는 돌아가신 조상들의 제사를 잘 모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가지의 며느리 임무를 부여하는 겁니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육포나 닭을 어루 만지게 되는데, 그건 며느리 임무와는
상관없이 단지 시어머니로서 '며느리를 잘 보살펴 주겠다'는 의미입니다.
즉 폐백을 드리는 의식인 현구고례는 그 집안의 정식 며느리로서
임명장을 받는 일종의 며느리 임명식과 같은 겁니다.
군대에서 다른 부대로 발령이 나면 그 부대의 책임자에게 신고를 하고
그 부대 책임자는 그 부대의 일원으로서 보직을 맡기게 되는
임명식을 하는데 그것과 비슷한 의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폐백은 시부모외에는 받을 자격이 없으며
특히 밤대추를 던지는 것은 오직 시아버지에게만 권한이 있으며
다른 사람은 권한이 없기 때문에 시아버지가 안계실 경우에는
시어머니가 시아버지를 대신하여 권한 행사를 하긴 하는데,
그때는 밤대추를 던지지 않고 신부의 손에다 쥐어 주면서
'받아라 이건 네 시아버님이 주시는 거다'라고 합니다.
시부모가 모두 안계실 때는 폐백을 받을 대상이 없기 때문에
폐백을 준비하지 않으며 현구고례를 하지 않습니다.
요즘 일부에선 친정부모에게도 폐백을 드리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친정 부모가 자기 딸을 며느리로 삼을 수는 없는 바
친정 부모는 딸로부터 폐백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를 모르고 딸로부터 폐백을 받고 또 절을 받은 후에 딸에게
밤대추를 던지기 까지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는 딸을 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딸을 며느리로 삼아서 친정 집안의 아들을 많고,
친정 집안의 조상 제사를 모시라고 하는 건 옳지가 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