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수 1959(?) ~ 전주
서양화가 정인수 화백은 경기전, 향교, 전동성당과 전주객사, 오목대, 풍남문, 향교 등 전주의 대표적인 한옥마을과 그 주변의 풍경들을 정성스럽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그가 그린 풍경들은 우리가 흔히 접해 온 고향의 모습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펜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생소한 장르 앞에서 느끼는 낯설음도 잠깐 작가는 세밀한 사실 묘사와 수묵화 같은 멋을 지닌 펜화 작품을 통해 전북의 문화유산 등을 답사하며 느낀 감동을 생생히 전해줍니다.
정인수 작가의 펜화는 붓으로 그리는 동양화와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단색이 주는 아름다움은 같지만 펜화는 붓과 달리 세밀하고 정교합니다. 흡사 수를 놓은 듯, 펜 끝에서 나온 가느다란 선은 작가가 무늬 하나하나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했음을 보여줍니다. 펜으로 그리는 선 하나 하나에 동양의 멋과 운치를 담기까지 작품 하나에 수백, 수천 번의 손길에서 작가의 부단한 노력이 돋보입니다.
펜화를 그리기 위해 꼼꼼하게 살피는 작가의 섬세한 눈길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물의 구석진 곳까지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때문에 자연과 우리 문화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듬뿍 묻어나 우리 문화에 대한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야기와 그림이 한데 어우러진 여행서와 같습니다.
작가는 펜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해 동서양의 조화를 구축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보는 이들이 유년의 행복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고향의 본능적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합니다.
‘아버지는 소목장이었습니다. 내 유년의 놀이감은 나무토막이었으며 나무 냄새와 익숙한 생활을 해왔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나무로부터 삶의 진면목을 바라보게 되었고 나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나에게 위로와 위안, 평온을 느끼며 희노애락의 삶을 대변하는 학습장이 되었습니다. 또한, 섬세한 펜과 먹색의 순수로부터 정화됨을 경험하고 정령이 나를 지켜준다는 믿음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인수 작가는 ‘나의 살던 고향’이라는 주제로 누군가의 고향일 수 있는 전북의 구석구석 아름다운 자연을 펜으로 그려냅니다. 끊임없는 몰입을 통해 일일이 한 땀 한 땀 직접 수놓은 듯한 정성어린 수공예 작업 같은 작품은 자연을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 의식을 초월한 영역까지 확대됩니다. 정인수 작가는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여 수많은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초대전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받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