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갈등
[페이지] F01
방첩극
113으로 다이알을 돌려라
갈등(전3막)
원작 연출 이길주
국극단
금호 제3회 작품
[페이지] 001
작의
정말 통분할 일이다. 서울 및 광주에서 발생한 사태의 배후
조종자가 대통령까지 출마했었고 국민의 신임을 받고있든
김대중이라니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진 것 같다. 그많은
희생자들의 피를 마신 김대중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하니 더욱 치가 떨려 과연 전 국민을 희생해서라도 정권을 장악해
어찌하겠다는 건가? 그뿐이랴 반 국민적인 사람이었다니 양의
가죽을 쓴 이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자칫 잘못했으면 대한민국이
육이오와 같은 피바람이 일어날 뻔한 사실이 아닌가? 생각만 해도
몸서리 처지는 일이다. 그렇게 됐드라면 내가 이렇게 필을 휘두를
수 있었을까? 지금 이 시간에 이러한 엄청난 일을 해결하고
위기에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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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 군.관 합동수사관에 머리를 숙이며 백분의 일이라도 반공에
관한일을 계몽하고저 본 필자는 작가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
각본을 추리로 엮어 봅니다. 이 한편의 연극을 보는 이로 하여금
노소를 막론하고 반공전선에 앞장서서 진실한 애국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삼가 막을 올립니다.
극작가 이 길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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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의 줄거리
제一(일)막 해설
한성물산주식회사 회장 차영태는 이십년전 고생을 하고있는
정희와 그의 모친을 아내로 맞아들여 정희라는 간난애 이름을
애리샤라고 고쳐 호적에 올리고 이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나날을 행복하게 살고있다. 그런데 제일교포로 자칭한 한여사의
전남편 정민호가 위장 사업가로 등장하여 북괴 지령에 따라 거점을
확보하여 데모사태를 악화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관광을
하고와서 마음이 변하기 시작해 괴로움과 고통속에 나날을 보낸다.
한편 그네들이 소위 말하는 남노당 조직을 강화하고 데모군중을
선동하기 위해서 미리 내려온 한영수(한기사)가 미리 차영태 회장의
운전수로 취직하여 활동중이다. 떠나주기를 강요하는 한여사 앞에
시일을 끌며 대학을 다니는 애리샤(친딸)를 외삼촌이라는 대명사로
그날 그날을 대하는 정민호는 가슴이 터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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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제二(이)막
그렇게 일개월이 흘러간다. 수사 당국에서는 정민호 신원조회를
마치고 간첩이라는 확증을 잡았으나 그들의 목적과 접선자를
일망타진하기 위하여 유능한 여자형사 박혜련을 애리샤가 다니는
XX대학 연극영화과에 위장학생을 만들어 애리샤와 친해진 다음 자칭
가난한 시골처녀로 행세하며 왈가닥노릇을 해 결국 잠자리를 애리샤
집으로 옮기는데 성공한다. 집안으로 들어온 박혜련 형사는 묘한
행동과 재치있는 대화로 집안 식구들을 메료시킨다. 어느날
애리샤의 간청으로 잠시 나갔다 돌아온 순간 시골에서 가정부로
찾아온 백정자를 한기사가 살해하고 주민등록증을 습득한다.
경찰관의 순간적인 방심을 꾸짖는 대목이된다. 이것을 바라본
정민호가 반박을 하지만 반동이라는 이유로 구타를 당한다. 그날로
정민호는 차영태에게 사실을 고하고 피난을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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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같은 간첩들에게 의심을 받게되고 긴박감이 흐른다. 매일
같은 감시를 받고있는 정민호! 간첩 일당들을 감시하고 있는
여자형사 박혜련은 시시 각각으로 변장을 하고 들어와 지시를하는
수사반장 때문에 성질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답답해 한다. 그러던 중
오발된 대화때문에 일당들에게 들통이 날뻔하지만 변명으로 순간을
모면한다.
해설 제三(삼)막
광주사건이 터져 어처구니없는 난리를 맞게된 시민들과 승리의
쾌재를 부르는 북괴 간첩들! 선량한 학생들을 망상의 정부 강탈을
계획해 온 배후자들은 죽어가는 학생과 시민 군경들의 피를 보며
만족한 승리의 잔을 들었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한결같이 강경한
계엄령으로 진압되고 주모자들은 일부 체포되고 배후자들은 연행
조사중이며 곧 안전을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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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거점을 확보하지 못한 여간첩 최명자가 가정부를 대신하여
습득한 백정자 신분으로 차영태집 가정부라는 명칭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성공한다. 한편 정민호는 사태가 불리해짐을 알게되고
수사과에 연락을 해 한여사와 애리샤를 부탁한다. 경찰관들이
나와서 갑첩들 보는 앞에서 위장 납치를 해간다. 이 소식을
한기사로부터 전해들은 최영자는 의문에 싸인다. 이때 밖의 동태를
살피고 있던 간첩 A가 등장 이집 식구들이 위장 납치라는 것과
정치가 XXX와 고정간첩 일당의 소탕작전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
광분해 한다. 이때 등장한 정민호가 같이 자수하자는 말에 분격한
일당이 정민호를 즉결 처형할 것과 이집을 폭파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여간첩 최영자 말에 따라 다이나마이트를 장치하고 불을
지른다. 이때 등장한 박혜련이 타들어가는 선을 걸으며 정민호를
위기일발에서 구출하고 격투를 벌이던 중 수사반들의 도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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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일망타진된다.
그동안 정보제공과 전향한 정민호에게 정착금과 보너스로
집문서를 정부를 대신하여 수사반장이 전달해줄 때 차영태회장과
한여사 애리샤가 들어온다. 정다운 대화끝에 옛아내와 딸에게
술잔을 받아마시고 떠나는 대화들이 눈물겹다. 그 등뒤에서
처음으로 아버지라고 부르는 애리샤! 미소짖는 정민호 얼굴에
애국가가 겹치며 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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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박혜련 : 수사반 여형사 27세
정민호 : 자수간첩 애리샤 친아버지 47세
한여사 : 정민호 옛부인 현재 차영태 처 44세
차영태 : 한성 재벌 회장 53세
애리샤 : 노래하는 신인가수 여대생 21세
한기사 : 간첩 차영태 운전수 32세
수사반장 : 수사반장 45세
최영자 : 백정자로 위장된 간첩조장 20세
간첩 A : 데모 주동자 40세
수사관들 : 특별 수사본부 그밖의 EXT 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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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제1막 一(일)장
[장소] 양옥집 응접실
[장치해설] 무대중앙에 고급 응접셋트와 녹음기 전화가 배치되어
있고 뒷 배경에는 대형 유리창에 화려한 커튼이 내려져 있다.
하수에 입구가 있으며 계단쪽에 대형 화분에 화려한 무궁화 꽃이
피어있고 상수에 부엌과 방문들이 보인다. 명정되면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여가수 애리샤의 노래소리가 고조되며 서서히 막이
올라간다.
[애리샤] (녹음기에다 노래를 담고있다)
[노래] 가거라 삼팔선, 돌아와요 부산항
(녹음도중 율동을 겸한다)
후주가 시작되면 가지각색의 율동미를 취해보는 애리샤
계속되는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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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부친 차영태 주전자를 들고 상수에서 나와 애리샤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 화분에 물을 주르륵 쏟는다. 그러다 주전자를 놓고
박수를 친다.
깜짝 놀라는 애리샤 이윽고 미소가 얼굴 가득히 담기며 차영태
옆으로 가 팔장을 낀다.
[애리샤] 아빠 일찍 일어나셨네요
[차영태] 일어나기 싫어도 기상나팔 소리에 어찌할 수 없지않니
[애리샤] 호호 귀여운 기상나팔소리죠 아빠.
[차영태] 낮에는 귀여운 나팔소리고 새벽에는 몸서리처지는
악녀의 울부짖음 같고 (확토라지는 애리샤)
[애리샤] 악녀의? 그리고요
[차영태] 그러니 이른 새벽에는 그만두는게 좋지않지
[애리샤] 뭐라고요 (확꼬집는다)
[차영태] 아야 - 이놈의 자식봐라 (인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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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샤] 내일아침부터는 악녀의 울부짖음이 아니고요, 악귀의
울음소리로 (귀신흉내를 내며) 이렇게 스피커에다 소리를
새벽네시부터 지를 거예요.
[차영태] 핫핫 얘, 애리샤야 그 귀신이란 새벽이되면 저승으로
돌아간다더라.
[애리샤] 그러니까 일어나지 말고 곤히 자달라 그말이군요
[차영태] 그렇지 핫핫
[애리샤] 그렇게 하죠 아빠
[차영태] 아이구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내일아침부터 새벽잠을
즐기게 되겠구나.
[애리샤] 대신 아빠,
[차영태] 왜 또 아빠소리가 길게 늘어지니?
[애리샤] 오만원만 (안마를 해준다)
[차영태] 얼마 만원?
[애리샤] 다섯장 만원
[차영태] 얘 좀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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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샤] 뭐가 비싸요 본전밖에 않된걸요
[차영태] 좋다. 대신 나에게도 조건이 하나 있다.
[애리샤] 어머 무슨 조건이 있어요
[차영태] 일년간은 새벽에 노래부르지 않기다,
[애리샤] 좋아요
[차영태] 좋았어 (지갑에서 돈을 꺼내준다. 이때 어머니 한여사
과일 몇개와 우유잔을 들고나와 자리를 같이한다)
[한여사] 왠 돈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니
[애리샤] 장사한거예요
[한여사] 장사?
[차영태] 일년간 당신과 내가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게 됐어
[한여사] 그건 또 무슨소리요?
[애리샤] 새벽에 종치지 않기로 했어요
[한여사] 음 그러니까 아버님께 새벽잠 주무시라고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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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기로 했다 그말이야
[차영태] 당신이 바로 맞추었어 핫핫
[한여사] 나, 그계약에 반대다.
[차영태] 아니 그게 무슨소리야
[한여사] 생각해 보세요 당신 깨우지 않으면 아홉시에 회사출근할
수 있겠수
[차영태] 얘 애리샤 그돈 이리다오 계약 해제다.
[애리샤] 그건 안돼요
[차영태] 반대표가 나왔으니 무효가 아니야
[한여사] 무효라도 돈을 돌려받을 권한이 없어요 얘 그 돈 이
애미가 좀 쓰자 이리다오
[애리샤] 호호 그러니까 결국 이돈 가로채려고 반대군요
(일동 폭소)
[한여사] 헌데 그돈 어데다 쓸려고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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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샤] 음 오늘 작곡가 선생님 뵙기로 했어요
[한여사] 한턱 낼려고
[애리샤] 네.
[한여사] 얘 조심해 요즈음 소문에 작곡가와 여가수의 스켄들이
너무 많다더라.
[애리샤] 엄마두, 뭐 그게 대수예요
[한여사] 얘가 점점
[차영태] 너 혹시 홀딱 반한 미남자가 아니야
[애리샤] 미남자이기는 하지만 아빠처럼 멋은 없어요
[차영태]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아빠도 젊었을 땐 대단한
미남자였다고
[한여사] 아이구 미남 좋아하시네
[애리샤] 아빠가 엄마 눈에는 추남으로 보이세요
[한여사] 네 눈에는 미남으로 보이니?
[애리샤] 그럼요
[차영태] 얘 말할필요 없다. 네 엄마는 나와 결혼을 못하면
죽겠다고 하던 여자야
[애리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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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사]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씀하세요. 매일같이 문밖에서
기다린 사람이 누군데요
[차영태] 그거야 나아니면 자살을 한다고 하닌까 가련한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 였지. 내가 뭐 반해서였다고 생각하면 오해야
[한여사] 아이구 누가 할소릴 얘, 네아버님 말씀은 전부 꺼꾸로야
[차영태] 꺼꾸로라니? 얘 앞에서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한여사] 누가 거짓말을 해요
[애리샤] 호호 아버님 말씀은 전부 각본이라고 치드래도
[차영태] 얘 갑작이 왜! 기우러지니 엄마쪽으로
[한여사] 각본이죠 그건 네가 잘본거야
[애리샤] 그런데 엄마 어떻게 아빠같이 훌륭한 배필을 골랏수
[한여사] 뭐가 휼륭해
[차영태] 훌륭하지 않고 그러닌까 한성그룹 회장이 됐지.
(큰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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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사] 네 그래요, 회장님
[일동] (폭소) 핫핫호호
(이때 강렬한 크락숀 소리)
[한여사] 차 왔나봐요 어서 출근준비나 해요?(자리를 뜨며)
[차영태] 너는 안가니?
[애리샤] 저는 시간 있어요.
(상수로 들어가는 차영태와 한여사, 문을 밀고 들어오는 운전수
한기사)
[한기사] 안녕하세요
[애리샤] 네 (돌아않는다)
[한기사] (은근히) 오늘은 공연시간 끝나기 전에 모시러
가겠읍니다.
[애리샤] 그럴필요 없어요 한기사 아니어도 기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흥(기분좋지 않게 일어나 안으로 들어간다.)
[한기사] 아니 저아가씨.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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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앉아 담배를 담배를 피운다)
[한기사] 제까짖게 한성물산 회장 외동딸이면 다야.
(한숨처럼 허공에다 담배연기를 내뱉는다. 잠시후 등장하는
차영태, 한여사, 애리샤, 담배를 끄고 문을 열어주는 기사)
[차영태] 내 다녀오리다.
(나간다, 한여사 따라나간다)
[애리샤]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한여사] (E) 안녕히 다녀오세요
[차영태] (E) 집 비우지 말라고
[애리샤] 네
(이윽고 자동차의 스타트하는 소음, 크락숀 소리 아득히 멀어져
간다. 들어오는 한여사)
[애리샤] 엄마
[한여사] 왜?
[애리샤] 저 기사좀 가라치울 수 없을까
[한여사] 얘는 왜 한기사가 어때서 그래
[애리샤] 기분 나쁜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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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사] 얘 너두 말버릇좀 고쳐야겠다 존재가 뭐니, 대학을
다니는 여자애가
[애리샤] 이유야 어찌됐던 싫은건 사실이야
(상수로 들어가는 애리샤)
[한여사] 얘 아니 재가!
(들어 갈려고 할때 노-크소리 (조용하게) 발길을 멋는 한여사
[한여사] 누구세요
[정민호] (E) 실례합니다. (문을 열어주는 한여사 : 들어오는
정민호)
[정민호] 실례합니다.
[한여사] 어떻게 ---------
[정민호] 예 이댁이 차영태 회장님 댁이죠
[한여사] 예 그렇읍니다만 무슨일로---------
[정민호] 아 뭐 이상하게 생각하실것 없읍니다.(머리를 천천히
드는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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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사] 아니 (놀라는 한여사)
[정민호] 그동안 안녕하셨오
[한여사] ?
[정민호] (쇼파에 않으며) 그리고 우리 정희 많이 컷죠? 아참!
지금은 애칭을 애리샤라고 한다더군
[한여사] 능글맞는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요. 여기는 왜
왔어요
[정민호] 딸을 찾아가려고
[한여사] 뭐라고요.
[정민호] 내자식을 찾아가겠다는데 안된다고 하지는 않겠지
[한여사] 나쁜사람
[정민호] 그동안 꽤 거칠어 졌구만
[한여사] 어린 핏덩이를 안고 사경에서 허덕이는 나를 버리고
가버린 사람이 무슨 염치로 이제와서, 나가요 보기 싫어요
[정민호] 이것봐 그때는 미안해 하지만 나도 독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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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거야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벌어 당신과 우리정희를 행복하게
해줘야겠다고 -----
[한여사] 그말 믿어주지요. 그러나 믿을 수 없는것 세월이예요
이십 년이란 긴세월이 흘러갔어요 가세요.
[정민호] 미안해 그말밖에는 할말이 없어. 하지만 지금은
한성물산 회장과는 비교될 수 없을만큼 재산을 모았오.
이제부터라고 정희에게 아버지 노릇좀 해야겠어.
[한여사] 않돼요 (고성)
(외출준비를 하고 나오는 애리샤)
[애리샤] 엄마
[정민호] 아니 정희야 (한발 다가선다)
[한여사] 아니
[애리샤] 엄마 이사람 누구야
[한여사] 응 고향사람이야
[애리샤] 네. 그러세요, 안녕하세요 저애리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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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알고 있어요, 무대에서 공연할 때 몇번 보았어요.
그럴때마다 하루에 4회 공연을 전부보았지요 애리샤 노래가 좋아서
[애리샤] 호호호 고마워요 칭찬을 해줘서, 하지만 이제
햇병아리인걸요
[정민호] 아니야 아가씨는 꼭 훌륭한 가수가 될수 있어
[애리샤] 호호호 그렇지 않아도 작곡가 선생님이 좋은 곡을
주신다고 했어요. 헌데 아저씨는 좋으신분 같아요. 성함이 뭐예요
[정민호] 나는 애리샤의 친 -----------
[한여사] 쓸데없는 소릴말고 어서 나가봐
[정민호] ?
[한여사] 어서 나가보라니까
[애리샤] 알았어요. 엄마 왠일인지 처음뵙는분 같지않고 오래동안
친속한 사람같아요
[한여사] 어서 나가봐
[페이지] 022
[애리샤] 네 알았어요 (퇴장)
(원망스럽게 노려보는 한여사, 이때 문을 확밀고 들어오는 애리샤
깜짝 놀라는 두사람)
[애리샤] 엄마 왜 그렇게 당황하세요.
[한여사] 얘가
[애리샤] 아저씨
[정민호] ?
[애리샤] 재미있는 대화 많이 하세요. 이를테면 처녀 총각시절
짝사랑하던 한같은 이야기 말이예요.
[한여사] 아니 재가 (때리는 시늉)
[애리샤] (퇴장) 호호호 (E) 아름다운 추억에 그날들이여, 호호
[한여사] 보셨어요 재는 생활에 만족을 느끼면서 지금
행복하답니다. 더 이상의 것은 바라지 않아요.
[정민호] 그런 정희를 보니 더욱더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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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살아가는 차영태 회장이 미워지는구려
[한여사] 그분은 우리 두모녀의 생명의 은인이예요. 당신을
그분의 이름을 입에 담을 권리가 없어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우리 모녀 곁에 두번다시 찾아오지 않는것이 정희를 돕는
거예요.
[정민호] 그렇게는 못해, 당신은 어찌할 수 없드라도 정희는 내
하나밖에 없는 핏줄이야 그냥갈 수 없어. 그냥가면 당신은 행복할
줄 몰라도 나는 괴로움에 미칠거야.
[한여사] 정말 뻔뻔스럽군요. 당신이란 사람 이제와서 어떻게
그런말이
[정민호]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좋아, 아니 원망을 해도 어찌할 수
없오, 욕을 하든지 물어뜯든지 그건 당신 마음대로 해 하지만
정희는 내자식이야 아버지가 자식을 데려가겠다는데 이유가
어디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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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사] 그건 억찌예요. 이중 배신이예요 정희는 당신이 버린
자식이 아니고 내가 낳아서 내가키운 내자식이예요. 어떻게 해서
당신자식이예요. 당신이 낳았어요 당신이 키웠어요 당신이란 남자는
이 한정미를 농락한 첫남자 그게 권리인가요?
[정민호] 정미
[한여사] 더러운 입으로 함부로 내이름 부르지 마세요 나는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예요. 나를 더이상 농락할 생각은 마세요.
이십 년전 까만교복을 입은 철부지 한정미가 아니예요.
[정민호] 나도 이십 년전 아내와 자식을 하숙방에 내버리고 떠난
그런 건달패는 아니야. 지금은 완벽한 사업가야 그것도 경제왕국
일본땅 한복판에서, 정미, 돈을 벌면서 내가 무엇을 생각했겠어.
고향생각, 처자생각, 하룻밤 한시도 잊어본일이 없이 괴로움에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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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놈이야 그렇게 혼자서 무수한 세월이 지나갔어 그러다 꿈이
이제야 이루어진 거야. 그래서 찾아온거야 나를 너무 죄인 취급하지
말라고
[한여사] 흥 그래요 그래서 내가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처녀로
애를 낳았으니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나요
[정민호] 그렇게는 생각안했어 부하직원에게 수소문을 부탁했지,
십년전부터, 그런데 찾을길이 없었어 그러치만 찾는일은
계속되었어. 그리고 나는 찾아내었어 한성물산사장 차영태의 처로
둔갑해 있는 당신을 ------
[한여사] 말씀이 지나치군요
[정민호] 잘못된 말투는 시정을 하지, 흥분해서 그러니 이해를
하시오
[한여사] 그런줄 알면서 왜 찾아오셨나요? 혹시 내마음을 돌려볼
생각은 아닐테고요
[정민호] 천만에 당신은 이미 남의 아내가 된사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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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만은 남의 자식이 될수 없어
[한여사] 그래서 자식이라도 찾아가겠다고 생각을 하셨나요?
[정민호] 그렇소, 왜 잘못된 생각이요?
[한여사] 그말에 대답할 이유가 있나요? 나 한정미는 차영태의
호적에 기록되어 있어요, 차영태의 아내로 말이예요. 그리고 그
아내가 애리샤를 낳은거예요. 또한 그 애리샤가 호적에 올라있고
당신이 찾는 정희는 우리집에 없어요. 누구를 어떤 권리로 데리고
가겠다는 거예요?
[정민호] 편리한대로 지꺼리지 마
[한여사] 뭐예요 지꺼려요?
[정민호] 누구 마음대로 남의 자식 이름을 바꾸어 남의 호적에
올리라고 했어 누구마음대로?
[한여사] 내마음대로예요
[정민호] 이름은 바꿀 수 있어도 핏줄은 바꿔놓을 수 없어, 꼭
데리고 가겠어
(이때 전화벨소리 수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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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드는 한여사)
[한여사] 네 그렇읍니다만 음 애리샤야, 뭐! 아버지 회사에
들려서 같이 오겠다구(공간) 그 남자라니? 얘 끊어! (수화기를
놓는다.)
(담배연기를 허공에 내밴는 쓸쓸한 모습 잠시동안 침묵이 무겁게
흘러간다. 이윽고 침묵을 깨는)
[정민호] 정말 미안하오 생각해 보니 내가 옳지 못한 판단을 했오
[한여사] ?
[정민호] 내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오 용서하시오
(빤히 바라보는 한여사 얼굴에 두줄기 눈물이 흐른다. 침통한
정민호 얼굴에 침묵이 흘러내린다.)
[정민호] 타국에서 고국생각을 할때마다 미칠것 같은 가슴을
억제하며 수없이 울기도 했오.그런든 내가 소문을 듣고 망서렸오.
가서는 안된다. 외롭더라도 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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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장래를 위해서는 참아야 한다. 나혼자 외로우면 됐지 당신과
정희까지 괴로움을 줘서는 안된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공백)
그런데 막상 귀국을 하여 고국땅을 밟은 순간 미친듯이 정희가
애리샤라는 애칭으로 공연한다는 극장으로 가보았오. 가슴조이는
순간 애리샤가 소개되자 가슴속에서 요동을 치던군, 그순간
견딜수가 없었오 그래서 찾아온거요
[한여사] 처음부터 그럴생각이 아니었다니 이해가 갑니다, 그러니
지금에 와서 어찌하시겠읍니까? 우리 서로 잊어요 그만 돌아가세요,
나도 괴로워요, 그러나 당신을 용서할 수 있어요.
[정민호] 용서해준다니 고맙소 하지만 --------
[한여사] 하지만 뭐예요?
[정민호] 이대로 갈수가 없군요
[한여사] 그러시다면?---------
[정민호] 다시한번 보고싶소 내딸 정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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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사] 내딸 내딸하지 마세요 (쇼파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낀다.)
[정민호] 당신은 정말 잔인한 여자군요 자기자식을 자식이라고
부르지 말라니, 울지마시오 괴로운건 한정미가 아니고 나 정민호요.
그러나 참겠오 대신 정미 한가지 소원이 있오. 들어주겠오
[한여사] 들어주겠어요 정희를 잘길러 달라는 말씀이라면 -------
그외는 아무말도 들어줄 수가 없어요. 그만 가보세요
[정민호] 나 기왕에 떠날사람 정희를 몇일만 같이있게 해주시오
[한여사] 뭐라고요?
[정민호] 다른 뜻에서가 아니오
[한여사] 안돼요 그건
[정민호] 생각해 봐요 오늘날까지 처자식을 그리워하며 살
[페이지] 030
아온 내가 또 남은 여생을 쓸쓸히 보내야 되오. 단 몇일이면 되오
그렇다고 딴곳으로 데리고 갈 생각은 없오 내 이집에서 ---------
[한여사] 이집이라니요?
[정민호] 기왕에 찾아온 고국이니 떠날때까지 이집에서 머물고
싶소.
[한여사] 지금 제정신으로 하신말씀인가요
[정민호] 정미
[한여사] 하 귀가 막혀서
[정민호] 오래 머물지는 않을거요. 명칭은 정희의 외삼촌이라고
해둡시다.
[한여사] 무슨생각으로 그런 엉뚱한 말씀을 하시죠. 어떻게
하실려고요.
[정민호] 생각이야? 단 얼마만이라도 정희 곁에 있고 싶어서요
[한여사] 그렇게는 안돼요 그건 나에대한 모욕이예요.
[페이지] 031
[정민호] 서울에서 사업이 끝나는대로 떠나가겠오
[한여사] 호텔로 가세요. 경제난 때문이라면 내가 숙박비 정도는
도와주겠어요
[정민호] 아니 정미, 비겁하게 몰아세우지마, 한성그룹
재산정도는 내사업체의 용돈밖에 안돼. 끝까지 그런식으로 나온다면
못먹는밥 재뿌리는 격이 될지몰라
[한여사] 이제는 협박인가요. 개버릇 남못준다고 -
[정민호] 말조심 해
[한여사] 듣기싫으면 어서 가세요. 나가란 말이예요
[정민호] 들어주는 걸로알고 가겠어
[한여사] 승락할 수 없어요
[정민호] 내일 짐을 가지고 다시 오겠오
[한여사] 누구 마음대로 누구집에 누가들어와요
[정민호] 대의 명분은 애리샤의 외삼촌이요, 잊지말아요. 머물다
떠나면 두번다시 찾아오지 않을거요
[한여사] 으 - 윽 (오열 토한다)
[페이지] 032
[정민호] 그럼 잘있어요 (무겁게 머리를 숙이고 나간다)
[한여사] 안돼 안돼요 흑흑 (설음이 복받친다)
(잠시동안 고민한다. 녹음기를 켜본다)
(애리샤가 녹음해 놓은 싸늘한 태양)
진열장에서 술을 꺼내마시고 테이블 위에 놓고 앉는다.
녹음기에서 노래는 계속되고 괴롭게 몇잔의 술을 마신 한여사
번민에 이그러지는 얼굴
[한여사] 네가 뭔데 내 행복과 애리샤의 삶의 한쪽끝을 예리한
칼로 도려내려고 하는거야이십 년전 그만큼 너라는 존재 정민호
이름을 부르면서 울었으면 됐지 잊어버린 지금에와서 또 나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너는 뭐냐 흑 흑
(술잔을 다시 비우는 한여사, 여기에 애리샤의 노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
[한여사] 그 어린 핏덩이를 포대기에 안고 영양부족으로
[페이지] 033
젓이 나오지 않아 배고파 우는 자식을 바라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네가 알고있니 그 눈물이 바다를 이룬지 오래됐고 너를 너를
저주하는 슬픔이 하늘까지 쌓은지 이미 오래 되었어 그런데
이제와서 네자식이라고 데리고 가겠다고 누구의 자식을 누구
마음대로 누가 데려가, 벌레같은 자식 자식이 무슨 아버지라는
이름에 부속품인줄 알아 야 - 개수작 부리지 말라고 야 -
(술잔을 입구에 던지는 한여사)
여기에
- 암 전 -
[페이지] 034
[막] [장] 제 2 막 二(이) 장
[무대] 1막과 동일함 동무대 명전되면 무전기 치는소리
고조되면서 상막된다 응접실 쇼파에 마주앉아있는 차영태외 정민호
[차영태] 고국을 찾아와서 관광을하신 기분이 어떠하십니까?
[정민호] 상상을 초월한 발전이였읍니다. 아니 대한민국의 발전은
기적입니다. 고국을 방문하기 전에 이십년전 한국을 생각하고 있던
내가 찾아와서 보고 느낀 지금은 대한민국 사람이란 자부심에
가슴이 뿌듯합니다.
[차영태] 늦게나마 잘찾아 오셨읍니다. 처남 대한민국은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드라도 합법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은 따뜻한
동포애로서 정부나 국민모두 다함께 환영하고 있읍니다.
[정민호] 내 다시 일본에 돌아가면 내조국을 마음껏 자랑하며
떳떳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큰소리로 외칠것
[페이지] 035
입니다.
[차영태] 핫 핫 ------- 그런데 처남
(큰 상자를 테이블 밑에서 꺼내보이는)
[정민호] 이게 뭐요?
[차영태] 이것 말이요 어제 고향에 갔다가 고향땅을 뿌리채
질머지고 왔오 자 - 보시오 이 고향에 냄새를 맡아보시오 고향의
향수와 흙냄새를 피부까지 파고드는 이 향취를 내 이 흙과 생명 둘
중의 하나를 내놓으라면 서슴없이 목숨을 줄것이요
[정민호] 핫 핫 ------ 참으로 애국민 이십니다
[차영태] 가지고 가셔서 응접실에 깔아 두시고 고국생각이
날때마다 가만히 밟아보십시오 고국의 숨결이 그 흙속에서 애국가와
함게 들릴것이요 그러면 망설이지 말고 또 찾아 오십시요
[정민호] 세관에서 이 흙을 통과해 줄지 모르겠읍니다.
[페이지] 036
[차영태] 핫 핫 --------
[정민호] 핫 핫 --------
[애리샤] (상수에서 등장)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차영태] 오냐
[애리샤] 외삼촌 왜 더주무시지 않고요
[정민호] 가슴이 설레여서 잠이 오지 않는걸
[애리샤] 그렇게 좋으세요
[정민호] 애리샤
[애리샤] 네
(이때 한여사 주방에서 찾잔을 가지고오다가 잠시 바라본다)
[정민호] 타국에서 살고있는 민족들은 대한민국이란 말만 들어도
고향을 본것 같고 애국가가 나오면 눈물이 핑돌기 마련이지
(찾잔을 놔주는 한여사)
[차영태] 당신도 한잔 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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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사] 생각 없읍니다.
[차영태] 이사람 오빠를 만나더니 웃음이 얼굴에서 사라정어요
떠나실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픈 모양인데
[한여사] 아니예요 (강하게)
[애리샤] 엄마 이젠 자주 오신다잖아요 삼촌 그렇지요?
[정민호] 음 그럼 애리샤가 보고 싶어서도 자주 와야지
(주방으로 획 들어가 버리는 한여사)
[애리샤] 엄마 왜그래 응 엄마가 요즈음 이상해 지셨어
[차영태] 그거야 당연하지 이십년만에 만난 혈육인데 또 홀연히
떠날 생각을 하면 누구나 엄마처럼 가슴이 메어질 거야
[정민호] 미안합니다. 차라리 찾아오지 않았으면
[차영태] 그게 무슨 말씀이요 조금있으면 괜찮을거요 마음 쓰지
마시고 편히 쉬십시오 (일어나서 방에 들어가며)
[차영태] 여보 - 나 출근해야겠어요 (주방에서 나오는 한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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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샤] 삼촌
[정민호] 왜
[애리샤] 일본에서 살기 좋아요 (손목을 꼭쥐어주는 정민호)
[애리샤] 나 이번에 삼촌따라 일본구경 갈까?
[정민호] 나를 따라 일본에 가고 싶니?
[애리샤] 데리고 가시겠어요?
[한여사] 그건 안돼
[애리샤] 왜 안돼요 엄마
[정민호] 그래. 그건 안되는 거야
[애리샤] 왜요 일본에서 한국여자는 관광오면 안된다고 하든가요?
[한여사] 무조건 안된다면 그런줄 알아 거기는 네가 갈곳이 못돼
[애리샤] 엄마 (차영태 안에서 나온다)
[차영태] 애리샤야 넌 나가지 않니?
[애리샤] 네 저는 시간 충분해요 아빠 먼저 가세요
[페이지] 039
[차영태] 그럼 처남 편히 쉬세요
[정민호] 안녕히 다녀오십시요 (나가는 차영태 따라나가는
한여사)
[애리샤] 삼촌 엄마한테 죄진것 많아요?
[정민호] 죄?
[애리샤] 엄마가 삼촌한테 너무 쌀쌀하게 대하는 것 같아서요
(이때 자동차 스타트하는 소리 멀어진다)
[정민호] 음 죄지은것 많지 (들어오는 한여사)
[한여사] 한기사 왜 않오는지 모르겠다 일찍 오겠다던 사람이
[애리샤] 그러기에 한기사 가라치우라고 했지 않아요
[한여사] 얘 들어가자
[애리샤] 알았어요 엄마 먼저 들어가세요
[한여사] 들어가지 못해 (들어가는 애리샤)
[한여사] 언제 떠나시겠어요
[정민호] ?
[페이지] 040
[한여사] 이집에서 영원히 지낼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한달이
다되어가요
[정민호] 곳 떠날 생각이요 너무 그렇게 못 볼사람처럼 대하지
마시요
[한여사] 오늘 중으로 자리를 떠났으면 해요 아니 지금 당장이요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애요
[정민호] 조금 있으면 사업이 끝나요 그때 돌아가겠오
[한여사] 될 수 있으면 떠나주세요 빠른 시일내요 (상수쪽 퇴장)
(이때 노크소리 문을 열어주는 정민호 대형 트렁크를 들고
들어오는 박혜련)
[박혜련] 안녕하세요?
[정민호] 네 안녕하세요
[박혜련] 애리샤가 자랑하던대로 멋쟁이 아버님이시네요
[정민호] 뭐 애리샤 아버님 -------
[페이지] 041
[박혜련] 저는 애리샤와 같은 대학교 연극 영화과 선후배
사이예요 내 이름은 박혜련이고요 고향은 전라도 순천에서 주금
들어가면 승주군 상사면 마륜리라는 촌마을이고요 왜 애리샤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오늘부터 이집에서 기거하기로 약속했는데요
[정민호] 네 그러세요 나는 애리샤 삼촌입니다.
[박혜력] 호 호 그럼 제가 잘못 보았네요 나는 그만 한성 물산
회장님 되시는 줄 알고 실례했어요 그런데 애리샤는 어데 갔나요?
[정민호] 애리샤 손님오셨다 (뛰어나오는 애리샤)
[박혜련] 얘 애리샤
[애리샤] 어머 언니 어서와요 짐은 다싣고 오셨나요?
[박혜련] 얘 뭐 짐이라는게 전부 이거다.
[애리샤] 간단해서 편리하네요
[박혜련] 네 신세야 지는 바에야 옷가지도 빌려 입을 작정이란다.
[페이지] 042
[애리샤] 언니 어련하시겠수
[박혜련] 왜 불쾌하니
[애리샤] 그런것 받아주는 언니성질이요
[박혜련] 호 호 호
[애리샤] 호 호 호
[박혜련] 얘 방 청소는 좀 해 놓았니?
[애리샤] 지금까지 청소해 놓았어요
[박혜련] 나는 지저분한 것 질색이야
[애리샤] 그래서 자취방에 쓰레기가 쌓여 있군요
[박혜련] 너 내얼굴 빪갛게 물들어야 기분이 좋아지니? 얘
악취미야 (정민호에게 미소짖고) 얘가 한말은 전부가 거짖말예요
[애리샤] 아참 언니 우리 삼촌이에요 인사하세요
[정민호] 나 벌써 인사 받았다.
[애리샤] 그래요
[박혜련] 나 인사하는대는 정월 초하루 아니니?
[페이지] 043
[애리샤] 엄마 엄마 (나오는 한여사)
[박혜련] 안녕하세요 박혜련이예요
[한여사] 오 그래 학생이 말괄량이 박혜련이구만
[박혜련] 말괄량이란 이름은 빼고 그냥 박혜련이예요 (상냥하게)
너 있다가 한데 터질줄 알아 (애리샤 에게)
[일동] 폭소 호호 --------
[한여사] 애리샤에게 이야기 잘 들었어 고향이 전남이라고
[박혜련] 네 시골이예요
[한여사] 불편한 점이 있드라도 애리샤와 재미있게 지내요
[박혜련] 그런점은 걱정마세요 신세 지는데는 익숙해 있으니까요
(일동 또다시 웃는다)
[한여사] 자 들어가자구
[박혜련] 삼촌 정말 미남이시네요 가만히 있어요
(주변을 빙빙 돌며)
[애리샤] 언니 왜 그래?
[페이지] 044
[박혜련] 가만히 있어봐 남성 매력 포인르 연구중이야
[애리샤] 또 그 특유한 몸상학이유?
[한여사] 얘 관상학이면 관상학이지 몸상학은 뭐야
[애리샤] 언니는 관상학자가 아니고 몸상학 박사예요
[정민호] 그래 몸상학이 어떻소?
[박혜련] 그런데 말씀드리기 곤란하네요
(손바닥을 주욱 내민다)
[정민호] 아니 손금봐 달라는 거요?
[애리샤] 호호 복채달라는 거예요
[정민호] 복채? 음
(돈을 꺼내 손바닥위에 놓는다)
[박혜련] 좀 적기는 하지만
[애리샤] 적으면 조금만 가르처 주면 되잖아 학교동창들한테 하던
수법으로
[박혜련] 얘 삼촌한테야 그럴 수 있니 내가 좀 믿지는게 낮지
[페이지] 045
[정민호] 그래 몸상학이 어떻소
[박혜련] 좋은데는 좋고 나쁜데는 나쁘고 그리고 바람기가
다분하시고
[정민호] 그리고?
[박혜련] 다예요
[정민호] 믿도 끝도 없이
[애리샤] 그게 반만 봐주는 언니의 몸상학이예요
(일동 폭소) (웃음을 멈추는 한여사)
[박헤련] 옛다 그동안 신세질 숙박비다
(일동 또다시 폭소) (안으로 들오가는 박혜련 한여사 자리에
앝는다)
허공에다 담배연기를 나밴는 정민호 그 얼굴에 무전치는
소리와함께
[소리E] 동무 남조선에 내려가 엣날 동무와 동거하던 한정미를
이용 포섭하고 거점을 확보하여 영웅적인 투쟁을 하시요
[페이지] 046
남조선에는 지금 민생고에 허덕이는 인민들이 데모라는 반란을
일으켜 우리 인민군이 처들어와 주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소 물론
데모군중 속에서 우리의 영웅적인 결사대가 몇명쯤은 데모하는
학생들을 더욱 열광시키고 있지만 동무같은 당원이 필요하오 동무가
할 임무는 데모 군중들로부터 현 정부를 정복시키고 남조선의
반동들은 남 녀 노소할 것 없이 무자비하게 살생하여 데모하는
학생과 남조선 정부의 잔인성을 조성 세계여론을 집중시키는 거요
정민호 동무의 제 2단계 공작은 순간 순간을 이용 남반부 중요
시설물을 파괴하고 중요 인물 반동을 제거하여 민심을 혼란시키는
거요 제삼 공작은 남조선의 활동중인 혁명 전사들을 규합하여
무기창고를 습격하고 많은 폭탄과 탱크를 수중에 넣고 남조선
인민들을 직위 고하를 막
[페이지] 047
론하고 잔인하게 사살한 다음 남조선 정부와 협상을 하여 감옥에
있는 죄수들을 모두 석방하고 그 죄수들을 포섭 특공대를 결성
대처하시요 그러면 우리가 곧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처들어 가겠소
[정민호] (고개를 저으며) 허무 맹랑한 망상이요 수령아바이
남조선에는 노소를 막론하고 반공 정신이 투철할 뿐만 아니라
욕맹이 하늘을 찌를 듯한 육해공군과 예비군 그뿐이 아니라 각
대학마다 학군단이 창설된지 이미 오래되고 고등학교까지
교련생들이 공산당이라면 눈을 부릅뜨고 잡아죽이려고 이를 갈고
있는데다 어린 아이들까지도 공산당은 싫어요 잔인해요 하고
소리높이 외치고 있읍니다 더욱 놀란것은 거리마다 쌓인 상품 세계
[페이지] 048
시장을 개척하여 경제 성장국임을 괴시하며 선진대열 속에 끼어든지
오래되어 북한에다 비한다면 남조선은 자유의 천국이요 우리북한은
세상에 없는 지옥의 공산국임을 여기와서 느꼈읍니다 뿐만 아니라
간첩이라는 공작임무는 발붙일 곳이 없으니 아무리 발버둥 처봐야
계란으로 바위돌을 때리는 격입니다. 수령아바이 수령아바이를
존경하기때문에 거짓없는 사실을 보고하오니 들어주십시오 제발
남북 적십자 대화를 진실한 대화로 임하여 그동안 지은죄 씻으시요
그길만이 앞날의 인민들이 살길이요 남조선 인민들 같이 잘먹고
잘입는 민족이 될것이요 수령님 흑흑
------
(양볼에서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리는 정민호)
(여기에 겹치는 소리)
[남자] (E) 아바이 빨리와 아바이 - (비명소리) (A코)
[페이지] 049
[여자] (E)여보, 난 살고 싶어요, 죽기싫어요, 싫어요, 싫어요
[정민호] 악 (고통에 몸부림친다) 기다려, 기다려, 내 꼭 영웅이
되어 돌아 갈께 (다시 담배를 태워문다)
[소리E] 동무, 임무를 성공리에 마치고 돌어오시요. 남조선에는
동무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옛날 처가 있소. 그리고
동무의 딸 이름을 부르조아 사상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애리샤라고
고쳐 그놈의 자식으로 둔갑시켜 놓았소. 동무는 분하지도 않소?
[정민호] 아니야 분하지 않아. 다자라 행복하게 살고 잇는 내
딸과 행복한 아내, 그대로 살게 해 주고 싶어 내가 행복하게 못
해준 대신 방해할 생각은 정말 없어 나를 괴롭히지 마, 괴롭히지
마.
[소리E] 동무 남조선에 내려가면 어떠한 괴로움이 닥치드라도
좌절하거나 망서려서는 안되오 만일 허위 선전에 속아 자수를
해서는 더욱 안되오. 자수를 하게 되면 동무는 사형당하고 반동의
누명때문에
[페이지] 050
북에 있는 동무의 가족도 결국 죽게 되오.
[정민호] 거짓말, 거짓말, 자수한 간첩동무들은 이곳에서
결혼까지하고 정착금을 받아 행복한 생활에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있어 두번 다시 허울 좋은 남조선해방이란 기만선전에 속지
않을꺼야, 속지않아 (고성)
[소리E] 민족의 태양 수령 아바이께서 영웅훈장을 내릴 것이요
[정민호] 민족의 태양, 야 - 개수작하지 말라고야!
(벌떡 일어나 소리치며 하수로 나가려고 할 때)
(박혜련 등장 바라본다)
(문에 문에 기대어 번민하는 정민호)
[박혜련] 선생님 (돌아다 보는 정민호. 억지로 미소를 짓는다)
[박혜련] 뭔가 괴로우신가 봐요
[정민호] 그렇게 보여요?
[박혜련] 고국을 떠나실 날자가 가까워 지시나 봐요 (공백)
[정민호] 고국을 떠나기 정말 싫습니다. 영원히 말이요
[박혜련] 떠나기 싫으면 떠나지 않으시면 되지 않아요
[페이지] 051
[정민호] ?
[박혜련] 제가 도와 드릴까요?
[정민호] 뭘 말이요 (약간 놀랜다)
[박혜련] 일본에서 하시는 사업을 정리하는거 말이에요
[정민호] 사업?
[박혜련] 네
[정민호] 괜찮아요
[박혜련] 제가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찾으세요
[정민호] 나 피곤해서 좀 쉬어야 겠어요 (상수로 퇴장)
(들어 가려고 할 때 벨소리 인타폰을 잡는 박혜련)
[박혜련] 여보세요 네 좀 기다리세요
(나사려고 할 때 문을 밀고 들어오는 한기사)
[박혜련] 누구세요?
[한기사] 아가씨는 누구요?
[박혜련] 나요?
[한기사] 네 내앞에 아가씨말고 누가 또 있오?
[페이지] 052
[박혜련] 헹 헷 그렇군요 나는 ------나에요 헌데 어떻게 들어
오셨어요?
[한기사] 문이 열려 있기에 들어 왔읍니다.
[박혜련] 이집 식구인가요?
[한기사] 네
[박혜련] 그럼 혹시 애리샤 오빠 되세요?
[한기사] 아가씨 미인인데 혹시 모델아니요?
[박혜련] 정말이세요
[한기사] 네 정말 아름답습니다.
[박혜련] 네 모델이에요 정말 예뻐요? 흐름
(모델 흉내를 내며 가지각색의 동작을 만들어 본다. 박수를
보내는 한기사 이때 나오는 애리샤)
[애리샤] 언니 그게 무슨 짓이에요
(동작을 멋고 무안해하는 박혜련)
[한기사] 아니 오늘은 공연이 없읍니까?
[애리샤] 한기사님
[페이지] 053
[한기사] 예
[애리샤] 우리집에 기사로 취직하신지가 얼마나 되죠?
[한기사] 그건 왜요?
[애리샤] 월급 줄려고요
[한기사] 핫핫 이제 십오일 밖에 안됐읍니다.
[애리샤] 십오일 동안에 몇일 쉬셨지요?
[한기사]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애리샤] 오일 간이에요 아셨어요?
[한기사] 그래요
[박혜련] 얘 좀 이상하게 돌아간다 네 오빠가 아니고 운전 기사야
[애리샤] 언니 저 한기사 몸상학좀 봐줘요
[박혜련] 얘는 기사주머니 털어 뭣할려고 그래?
[애리샤] 저치 좀(돌았다는 흉내를 내며)이렇게 된거라구요
[박혜련] 얘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것 같다 얘 저런 남성미가
남친 미남자가 이렇게 되다니? 너무했다.
[페이지] 054
[애리샤] 언니
[박혜련] 응?
[애리샤] 알고 싶대
[박혜련] 응 내 봐주지
[한기사] 내 관상학이니 수상학이니 하는 소리는 들었지만
몸상학이라는 소리는 처음 들어봅니다.
(빙글 빙글 도는 박혜련)
[한기사] 뭐하는 거에요?
[애리샤] 몸상학 보는 거에요
[한기사] 그래 몸상학을 보니 내 신수가 어떻습니까?
[박혜련] 신수를 보는게 아니에요 속마음과 생각하는걸 보는
거에요
(당황해 하는 한기사)
[한기사] 뭐요 생각 마음 그래 내 마음이 어떻다는거요?
[박혜련] 조심해야 겠어요
[한기사] 뭘 말이요
[페이지] 055
(박혜련 한발 한발 다가선다)
[박혜련] 운전수 주제에 한성물산 회장딸을 꼬셔 팔자를 고쳐
볼려고 이 박혜련이라면 몰라도 애리샤는 어림 없어요
[애리샤] 언니 아무려면 내가 저런 남자에게 넘어갈 것 같수
[박혜련] 내 몸상학이 맛죠 헤헤 한기사님
[한기사] (불쾌해서) 틀렸읍니다 (안으로 들어간다)
[박혜련] 얘 틀린거니?
[애리샤] 정상 아니유 틀린게
[박혜련] 얘 다음서부턴 정보제공 없는 사람은 소개하지마 얘
(이떠 시장바구니를 들고 나오는 한여사)
[애리샤] 엄마 시장가우?
[한여사] 귀한 손님 오셨는데 맛있는 것좀 사와야지
[애리샤] 귀한 손님 누구?
[한여사] 우리집에 네 손님 말구 누가 있니?
[박혜련] 그럼 저 말인가요
[페이지] 056
[애리샤] 언니도 귀한 손님이 될 때가 있네요
[박혜련] 헤 헤 헤 (웃다가 입을 다문다)
[한여사] 같이들 가자구 맛있는 것 사줄테니까
[애리샤] 그래요 언니 같이가요
[박혜련] 나는 좀 쉬고 싶은데
[한여사] 그럼 그렇게 하라구
[애리샤] 아이 언니도 가요 (억지로 끌고 나간다)
(나와서 사방을 살피는 한기사)
[한기사] 동무 지금 집안에는 아무도 없소 어서 무전으로
보고하시요
(나와서 한기사를 바라보는 정민호)
[한기사] 동무 뭐하는 거요?
[정민호] 알았소 (괴로운듯 들어가는 정민호)
[한기사] 저 동무도 변질 돼가는구만
(무전기 치는 소리 계속 고조된다)
(불안 초조한듯 담배를 태워무는 한기사 여기에)
[페이지] 057
[소리E] 한동무 변질 돼가는 동무를 발견했을 때는 모르는체하고
최후까지 이용하시요 그리고 이용가치가 없을 때는 가차없이
처단하시요
(한기사 얼굴에 알수없는 미소가 번진다 이때 노크소리) (깜짝
놀라는 한기사)
[정자] 내이름은 정자에요 주인 아저씨 되신가요? 인사 받으세요
(큰절을 한다)
[한기사] 그런데 이집에는 왜왔지?
[정자] 오라고 전보처서 왔지요
[정민호] 누가?
[정자] 주인 아주머니 부탁으로 그 있지 않아유 지난번에
이집에서 가정부로 있다 시집간 명옥이 언니 말이에유 그 언니가
부탁을 받았다고 가보라고 해서 왔어요. 편지도 했구, 받아
보았대요.
[한기사] 고향이 어디지?
[정자] 명옥이 언니하고 한 고향에 살아유
[페이지] 058
[한기사] 명옥이 고향이 어디인데?
[정자] 알면서 왜 물어 봐유?
[한기사] 묻는 말에 대답해
[정자] 점잔한 어른신은 가만히 계신데 왜 그렇게 반말을 막
하세요 다큰 처녀한테
(들어가는 정민호 아니꼽게 처다보는 한기사)
[한기사] 고향이 어디냐니까?
[정자] 충청도 서산에요 대답하니까 시원해요?
[한기사] 성은 뭐야?
[정자] 백정자에요 그 언니가 이집 식구들 점잔하시다고 칭찬이
자자하든데 이상하네요
[한기사] 몇살이야?
[정자] 별걸 다 물어보네유 남의 처녀 나이는 알아서 뭐해유
[한기사] 묻는말에 대답해
[정자] 왜유?
[페이지] 059
[한기사] 왜냐구? 신원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지 않니?
[정자] 신원을 알려면 이거 보면 될거 아니에유
[한기사] 야 이리 들어와 봐
[정자] 이상한 사람이네유
[한기사] 들어와 (확 나꿔챈다)
[정자] 놔유 이손 놓으세요
(뿌리치고 도망갈려는데 칼을꺼내 푹 찌른다)
[정자] 악 (쓸어지면 칼을 품속에 넣고 내려다본다)
(급히 나오는 정민호)
[정민호] 어찌할려고 그런짓을
[한기사] 지도부장은 나 한명수요 시키는 대로만 하시요
[정민호] 알았읍니다. 하지만 순박한 시골처녀를
[한기사] 순박한 시골처녀 개색끼
(주먹으로 후려지면 저만큼 나가떨어지는 정민호)
[한기사] 또 한번만 자본주의 냄새가 풍기는 발언을 하면 그땐
용서 안할꺼요 동무 생각해 보우 우리 혁명
[페이지] 060
사업에 인정이 어대있오 무조건 죽이는거요
[정민호] 무조건 죽여요?
[한기사] 이 에미나이는 (이 처녀는) 좋은 재료요
[정민호] 재료?
[한기사] 그렇소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백정자 부축해 주려는 정민호. 잔인하게
살해하는 한기사)
[정자] 악 어머니
[페이지] 061
[막] 제 三(삼) 막 (때) 밤
무전기 바쁘게 두들기는 소리 고조되며 서서히 상막된다. 자리에
앉아있는 한기사 신문을 보고있다. 이때 나오는 정민호 담배를
태워문다.
[한기사] 동무 이것보시요 드디어 시작이요
[정민호] 뭐가 시작이란 말이요
[한기사] 학생들의 데모가 시작되었단 말이요 핫핫-----
[정민호] 그래요 (신문을 받아 읽어본다)
[한기사] 데모를 하는 이유가 뭔지 아오?
[정민호] 그야 정치를 하다보면 잘못된 점도 있고, 잘못된 정치
일부를 시정하라는 항의 아니요
[한기사] 이것 봐요 정동무 그렇게 모르는 동무때문에 나같은
지도부장이 필요한거요 데모를 하는 이유는 우리 북조선 인민군대가
하루빨리 내려와주기를 바라는 소리요
[정민호] 이것 보세요 지도부장동무 남조선에 내려와서 눈을 감고
다녔소
[페이지] 062
[한기사] 뜨고다녔소 아주 이렇게 (눈을 크게 뜨며) 뜨고 다녔소
[정민호] 그래 우리가 북에서 교육받은대로 남조선 인민들이
헐벗고 굶주려 길거리에 즐비하게 쓸어져있고 건물들도 없이 학고방
천지든가요
[한기사] 그걸 왜 묻소
[정민호] 남조선에 내려가면 우리 공작원들을 남조선 인민들이
대환영하고 동조 할 거라고 했는데 남조선 인민들이 동조하든가요
대답해 보세요
[한기사] 그거야 다 그렇다는게 아니고 잘포섭하면 그런 사람도
있을거다 그말이었겠죠
[정민호] 변명할 필요가 없어요 그 변명소리 눈만뜨면 북한에서
했는 데 지겹지도 않소
[한기사] 뭐가 지겹소
[정민호] 그리고 데모하는 학생들에게 가서 내가 북에서 여러분을
도우러 왔소 하고 말해 보시요 과연 우리를 찬양하는 데모인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페이지] 063
이 빨갱이야 하면서 그 자리에서 이빨갱이야 하면서 당장
죽일것이요 그개 북조선 인민군대가 쳐들어 와주길 바라는 데모요
[한기사] 이봐요 정동무 데모를 하는 뜻은 남반부 정부가
못마땅해서 벌리는것 아니요 그러니 이유야 어찌 되었든 우리와
뜻이 일치되는 점이 있다 그말이요
[정민호] 보고들은 대로 바른 말을 하시요
[한기사] 내가 지금 거짓말을 안하게 생겼소 나는 지도부장이요
[정민호] 거짓말을 알면서 왜 합니까?
[한기사] 이것 봐요 데모하는 사람들은 우리편이요
[정민호] 오판하지 마시요 학생들의 데모가 그네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지 다른 뜻은 처음부터 없읍니다.
[한기사] 그런데 왜 뛰어나와 경찰과 충돌하는거요 말해보시요
[정민호] 그말을 하기 부끄럽지 않소
[페이지] 064
[한기사] 뭐가 부끄럽소?
[정민호] 선량한 학생들의 데모를 충동질하는 배후자의 최후
명령자가 누구요 동무나 나같은 사람이 충동질을 해서 데모를
가열시켜 거리로 뛰쳐 나오도록 유도한 것 아니요
[한기사] 그게 어데 우리 뿐이요
[정민호] 물론 배후 조종자가 우리뿐은 아니요 이름 높은
정치인도 끼어 있고 지식있는 대학 상사들도 몇 사람 끼어 있소
그러나 그사람들은 열성당원들로부터 포섭당한 공산당 계열에
속해있는 고정 간첩들이요 그사람들이 선량한 대한민국사람은
아니니까 하는소리요
[한기사] 동무 (벌떡 일어난다) 동무 보아하니 반동분자가
틀림없소 어찌하여 사사건건 남조선을 찬양하며 혁명투쟁을
하고있는 남반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고정간첩들의 위대한 과업을
헐뜻는 거요 동무의
[페이지] 065
반동적인 발언을 당에 보고하겠소
(안으로 들어가서 무전기를 가지고 나온다. 미소짓는 정민호)
[한기사] 보고를 직접하겠소
(두들긴다 고장이다 얼굴색이 확 변하는 한기사)
[정민호] 당에 보고하시요 왜 무전기가 말을 안듣소?
(잡아먹을듯이 노려보는 한기사)
[한기사] 네놈이 고의적으로 망가뜨려 놓았지 왜?
(주먹으로 후려친다)
[정민호] 필요없게 돼서요
[한기사] 뭐 필요없어? 이 반동 늙은이
(칼을 뽑아 서서히 정민호 앞으로 닥아선다)
(이떠 안에서나오는 박혜련)
[박혜련] 산산에 비내리고 으슥한 밤이되면 (등장)
(동작을 멎고 정민호 옆에 나란히 앉는 한기사)
[박혜련] 고요한 밤 벌레소리마저 끝이어 방랑하는
[페이지] 066
사람 가슴마다 슬픔을 더해줘라 그리고! 그리고! (뭔가 깊이
생각하며 두사람앞에 무심코 앉아)
[박혜련] 어머 어떻게 주무시지 않고 나와들 계세요
[한기사] 아가씨는 어떻게 주무시지 않고 이 야밤에 나오셨소?
[박혜련] 나요? 헷헷----- 시 구절이 생각나서요
[한기사] 시?
[박혜련] 네 들어보시고 평론좀 해 주시겠어요? 정선생님
[정민호] 나좀 자야 겠어요 (들어 간다)
[박혜련] 어머 정선생님 저렇게 예술을 외면하는 사람때문에 내가
유명시인이 못되었다고
[한기사] 아 그럼 염려마시요 내가 평가 해줄테니까?
[박혜련] 정말이세요?
[한기사] ?
[박혜련] 산산에 비내리고 골골이 번개치면 태양이 그리운 건
인간의 매한가지 어이하여 북녘땅엔 태양이
[페이지] 067
뜨지 않는가
[한기사] 여보세요 북한땅에도 아침이면 태양이 뜹니다.
[박혜련] 네? 북한땅에 태양이떠요?
[한기사] 그럼 밤만 있는 줄 아셨읍니까?
[박혜련] 북한땅에 틀림없이 태양이 뜨는가요? (은근하게)
[한기사] 네 아침이면 틀림없이 태양이 또습니다
[박혜련] 가 보셨나요?
[한기사] (당황하며) 내 가보다니요 어데를 말이요?
[박혜련] 북한땅에 말이에요
[한기사] 가본일 없읍니다
[박혜련] 북한땅에 태양이 뜨는걸 보았다면서요?
[한기사] 그건 (우물쭈물한다)
[박혜련]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한테 들어서 안다. 그말이군요
가본게 아니고 그렇지요?
[한기사] 네 그렇습니다. (다시 당황하며) 아니 이 아가씨가 누구
신세를 망치려고 하는소리요
[페이지] 068
[박혜련] 아니 왜 그렇게 화를 내시요 아무것도 아닌말에
[한기사] 아무것도 아닌말에? 정말 기분나쁜 아가씨 구만 더이상
내게 접근 하지 마세요
(이때 벨소리 벌떡 일어나는 한기사 박혜련 얼굴에 어떤 미소가
번진다)
[한기사] (인타폰에) 여보세요 밤중에 누구시요 (고성)
(안에서 잠옷바람에 나오는 한여사 애리샤)
[한여사]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한기사] 알았어요
[애리샤] 아이 졸려 왠일들이유 주무시지 않고
[한여사] 누가 왔어요?
[한기사] 잘 모르겠어요 충청도에서 온 여자래요
(박혜련을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간다)
(문을 열고 나가는 한여사)
[애리샤] 언니 주무시지 않고 한기사와 응접실에서 뭐하는
거에요? 수상하다. 헷헷 한기사와 연애하는 거유?
[페이지] 069
[박혜련] 얘 빼앗길까봐 걱정이니?
[애리샤] 뭐요? 하하
[박혜련] 얘 저런 난돌이는 나에게 양보해
[애리샤] 핫핫
(이때 들어오는 한여사, 최영자)
[애리샤] 엄마 누구유?
[한여사] 응 이리 들어와
[최영자] 안녕들 하세유?
[박혜련] 네 안녕하세유? (흉내)
[애리샤] 엄마 누구에요?
[한여사] 지난번 우리집에 있던 명옥이 있지 않니 내가 가정부를
부탁했더니 이제야 왔구나.
[애리샤] 아 그러세요 오시느라고 수고했어요
[최영자] 뭘유? 기차가 고생했지 내가 고생 했나유?
(일동 폭소)
[최영자] 왜들 부끄럽게 웃어유 내가 틀린말 했나유?
[페이지] 070
[박혜련] 아니에유 기차가 수고 했어유 핫핫
[애리샤] 핫핫 맞아유 어떻게 명옥이보다 더 사투리에유
[한여사] 몇일전에 온다고 전보를 해주고 왜 이제왔어? 더우기 이
밤중에
[최영자] 그날 올라 오려고 했는데 어머님이 편찮으셔서유
죄송해유
[한여사] 그래 그럼 들어가 쉬어 주방옆에 방 있어요
[최영자] 네 그럼 수고들 하세유
(들어가려고 할때)
[박혜련] 아가씨 내 이름은 박혜련인데 이름은 뭐예요?
[최영자] 백정자에유
[박혜련] 백정자씨
[최영자] 네
[박혜련] 충청도에서는 밤에 자는 사람한테 인사가 수고하세유
하나요?
(일동 폭소)
[페이지] 071
[최영자] 아니에유 내가 실수를 했네유 안녕히들 주무세유
(안으로 들어간다)
[한여사] 순박하기는 (만족한 미소)
(전화 벨소리)
[애리샤] (받고) 여보세요 네 좀 기다리세요 언니 전화
[박혜련] 나?
[애리샤] 네
[박혜련] 누구?
[애리샤] 남자
[박혜련] 남자? 용건이 뭐래
[애리샤] 받아보면 알것 아니에요
[박혜련] 그래 (받는다) 여보세요 전화 바꿨읍니다. 네
사장님이세요 홋호호 그런데 밤중에 왠일이유? 네 보고싶어서 잠이
않와요 (옆에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피식 웃고 들어가는 한여사
애리샤)
[박혜련] 왜요? 벌써 도착했어요? 반장님 여자라고 깔보
[페이지] 072
시는것 아니에요 참 그리고요 충청남도 서산에다 신원조회 부탁해요
네 가장부에요 이름은 백정자 네 지금 도착 했어요 네 몇
일전에 도착했다구요 검문이 잘못된 것 아니에요? 두번째 들어가는
백정자라구요? 알았어요 시장갔다 온일 밖에 없어요 네 찾아보지요
수화기를 놓고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태워물고 사방을 살핀다음
담배를 발끝으로 비벼끈다. 사방을 찾아보는 박혜련 생각에 잠긴다
[박혜련] (독백) 감금 아니면 살인, 유괴, 시체유기 머리를 싸
않으며 하 실수야 내가 시장갔다 오는 순간에 사고가 생길줄은
몰랐어 수사관이란 이렇게 빈틈이 없어야 되는건가? 아 피곤해 잠좀
편히 자 보았으면? (의자에 쭈구리고 앉아 존다. 여기에 점점
밝아지는 조명, 거리의 소음 안에서 나오는 한여사 애리샤 뒤따라
나오는 한기사)
[페이지] 073
[애리샤] 언니 방에 들어가 주무세요
[박혜련] 아이 나좀 건드리지 마 (돌아 눕는다)
[애리샤] 언니 보기 싫게 이게 뭐유
[박혜련] 숙달이 돼서 괜찮아 어제 오늘이 아닌데 뭘그래
[애리샤] 언니
[박혜련] 아이구 반장님 좀 쉬게 뇌두세요
[한기사] 이봐요 아가씨 반장님이라니요 어떤 반장이요
(벌떡 일어나는 박혜련)
[박혜련] 반상회 끝났어요
[한기사] 반상회? (안도의 숨을 쉬고) 네 반상회 끝났읍니다.
[애리샤] 호호 꿈을 꾸시나 봐요
[한여사] 그래 반상회 꿈을 꾸셨구만
[박혜련] 헷헷 어떻게 아셨어요?
[한여사] 차는 필요가 없어요
[한기사] 이거 염치가 없읍니다. 회장님이 안계시니 매일
놀게되어서
[페이지] 074
[한여사] 괜찮아요
[한기사] 그런데 회장님은 언제 돌아오세요
[한여사] 글쎄 갑자기 전화로 일본에 다녀오신다고 하시고는
여태까지 전화 한번 없으니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애리샤] 엄마 삼촌이 사업을 정리하실려고 비밀리에 보내신것
아닐까요
[한여사] 쓸데없는 소리말고 어서 시장가자
[애리샤] 엄마는 삼촌 얘기만 꺼내면 화부터내시드라
[한여사] 어서 따라오지 못해
(이때 나오는 최영자)
[최영자] 시장보러 가세요
(발길을 멋는 한여사 애리샤)
[최영자] 제가 봐오죠
[한여사] 괜찮아 들어가 쉬고 난 다음 부엌 정리좀 해
[최영자] 네
[페이지] 075
(나가는 한여사 애리샤 한기사 상수로 들어간다. 들어가려는
최영자)
[박혜련] 백 정자씨
[최영자] 네
[박혜련] 서울에 자주 오셨나요?
[최영자] 아니요 처음이에요 한번쯤 와보고 싶었는 데 아이구
정말 정신이 아찔해요 말을 듣기에는 서울에 학구망 천지고
민생고에 허덕이는 (오발한걸 느끼고)
[박혜련] 계속하세요
[최영자]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유
[박혜련] 와서 보니 그렇지가 않다 그말이군요
[최영자] 네 처음에는 일본에 온걸로 착각했어요
[박혜련] 일본에 가 보았어요?
[최영자] 네 어딜 가보아요?
[박혜련] 일본에 온걸로 착각했다면서요?
[최영자] 뭐 꼭 가봐서 그러나유 책같은데서 본것 같다 그
[페이지] 076
말이죠
[박혜련] 그책 어디서 보셨어요
[최영자] 서점에서요
[박혜련] 서점? 백정자씨 댁에는 TV가 없나요?
[최영자] 아이구 아가씨두 나는 충청도 서산이에요 시골에
테레비가 어데 있어유?
[박혜련] 시골에는 테레비가 없나요?
[최영자] 말을 들으니까 미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시골에서는
테레비가 있다고 하대유
[소리E] 박형사 상대방에게 경찰관 냄새를 풍겨서는 안됩니다.
그네들이 대화도중에 오점이 들어나도 너무깊이 파헤칠 생각을
마시요 만일 눈치를 채게 되면 그들의 접선자들을 놓치는 격이 되오
더욱이 체포하는 것은 용서 못해요
[최영자] 왜 그렇게 바라보세요
[박혜련] 너무나 순박해서요 (혼잣말) 염병할 저자는 공좀
[페이지] 077
세우면 안되나
[최영자] 시골에서 다 날보고 그러데유
[박혜련] 헷헷 그래요 (노크소리)
[박혜련] 네 들어오세요
[반장] 고물좀 팔으십시요 헤헤
[박혜련] 우리집에 고물없어요
[반장]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이집 마님께서 창고에 고물이 많이
있다고 가져가라고 해서 왔읍니다.
[박혜련] 그러세요 그럼 창고에 가보세요
[반장] 네 그렇게 하죠 헤헤
[최영자] 제가 가보고 오죠
[반장] 아니 저 괜찮습니다.
[최영자] 사모님께서 누구든지 안에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어요
(뛰어들어간다. 피식웃는 박혜련, 반장)
[반장] 이집 마님과 애리샤는 한기사 보는 앞에서 납치해다
보호중이요
[페이지] 078
[박혜련] 이제 다 모여든게 아닐까요?
[반장] 문제는 그놈들의 목적과 배후의 인물이요. 지금 수사반
전원 출동 매복 근무중이니 위험이 닥칠때는 신호를 하도록 (이때
나오는 정민호)
[반장] 헷헷 아니 뭐 (능청 그럽게) 아무거나 좋으니 그러지 말고
좀 내놓으세요
[박혜련] 이봐요 나는 이집 식구가 아니에요 고물같은것 없어요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정민호, 나오는 최영자)
[반장] 아이고 주인어른 되시나요 아이구 집이 굉장히 좋읍니다.
우리같은 놈은 평생 못살아 볼 집입니다. 그려
[최영자] 집안에 고물이 없는데요
[반장] 있다고 했는데요 아이구 돌대가리 저옆에 집인데
그만------
[박혜련] 가보세요
[반장] 아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헷헷 (나간다)
[페이지] 079
[박혜련] 아이구 피곤해 (내퇴)
(들어가는 정민호, 박혜련)
[최영자] 저년의 에미나이 보통이 아니다. 조심해야 될 여자다.
[정민호] 남조선 여자들은 하나같이 영리합니다.
[최영자] 그럼 우리 북조선 여자는 하나같이 미련하단 말이요
[정민호] 글쎄요 두고봅시다. (안으로 들어간다)
[최영자] 저 반동분자 오늘안으로 처단해야 겠구만
(들어오는 한기사)
[한기사] 큰일 났읍니다.
[최영자] 뭐가요?
[한기사] 이집 아가씨와 아주머니가 정체모를 자들에게
납치됐어요
[최영자] 그래요?
[한기사] 누구일까요?
(생각하는 최영자, 담배를 태워무는 한기사)
[페이지] 맛소 (확 밝아지는 얼굴) 그거요
[한기사] 뭐가요?
[최영자] 다른 행동대원이 우리 과업을 돕는거요
(이때 강렬한 노크소리 들어오는 간첩 A)
[간첩A] 실례합니다
[한기사] 누구십니까?
[간첩A] 성냥 장사 올씨다.
[최영자] 이제 성냥으로 주세요 (암호)
[간첩A] 이제는 다 팔렸는데요 (답)
[최영자] 내가 모란봉 일호요 용건이 뭐요?
[간첩A] 큰 일 났읍니다.
[최영자] 뭐가요
[간첩A] 이집 식구들을 납치한 괴한들은 경찰관이오
[한기사] 뭐라고요 왜요
[간첩A] 납치가 아니고 위장입니다. 이건 동무의 실책이요
[최영자] 눈치를 챈거요 이집을 폭파시키고 정민호를 없애
[페이지] 081
야겠오 동무 (간첩 A에게)
[간첩A] 네
[최영자] 데모대를 더욱 광분시켜 이쪽으로 유인하시요
[간첩A] 그건 들렸읍니다. 계엄령으로 국방부 아색끼들이
주모자를 일부 체포하고 도망간 사람들의 뒤를 쫑고 있읍니다.
그것뿐만 아니요 남조선에 뿌리박고 있는 고정간첩 동무들도 몇명
체포되고 포섭된 정치인도 전부 연행되어
[최영자] 그만해요 동무 그럼 북에서 밀고 내려 오겠다먼 우리
인민군대는 어찌되었소 그것도 실패 아니요
[한기사] 그렇게 흥분하고 있을때가 안이요 이렇게 된 바에 반동
아색끼를 처단하고 이집을 폭파해버리고 틈을 이용하여 빠저
나갑시다.
[최영자] 끌고 나오시오
(걸어나오는 정민호)
[정민호] 수고할 필요 없어요.
[최영자] 이 반동색끼
[한기사] 이 반동색끼
[최영자] 어서 동무는 폭판을 장치하시요
[간첩A] 네 알겠읍니다. (다이나마이트를 장치하는 간첩A)
[정민호] 지금 도망갈것 같소 생각해보시요 귀신도 잡는다는
해군들이, 하늘에는 공군이, 지상에는 육군이 장사진을 치고 있소
[한기사] 그래서 우리가 다죽기를 바란다 그말이요
[정민호] 살길이 한가지 있소 해 보겠소
[최영자] 그래 그 말이 뭐요? 말해보오
[정민호] 자수하는거요
[한기사] 뭐 자수 이반동색기
(주먹으로 후려친다. 나가떨어지는 정민호)
[최영자] 인민의 이름으로 즉결처형 하겠오 그리고 동무는 어서
폭파 시키시요)
[간첩A] 네 (다이나마이트줄에 불을 붙인다. 타들어가는 선, 칼을
빼들고 정민호 옆으로 다가서는 한기사
[페이지] 083
긴박한 순간이 흐른다)
[최영자] 일분 남았소 빨리 처치하고 떠납시다
(일순 나오며 다이나마이트선을 홱 걷어채는 박혜련 한기사를
노려본다)
[한기사] 뭘봐
[박혜련] 구경
(일순 한기사를 걷어차는 박혜련 합세하는 간첩A 권총을 뽑아드는
최영자 몸을 피하는 박혜련)
(탕 탕 탕 (E))
(일순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수사관들)
[수사관들] 꼼짝들 마라
(돌아서는 한기사 걷어차는 박혜련)
[최영자] 이반동색끼
(정민호를 쏘려고 할때 걷어차는 박혜련 체포하는 수사관들
걸어들어오는 반장)
[반장] 다들 체포되었나?
[페이지] 084
[일동] 네 전부 소탕되었읍니다.
[반장] 박수사관 수고했어요 삼일간 휴가를 주지
[박혜련] 고맙지만 그만 두겠어요
[반장] 아니 왜?
[박혜련] 지난번 같이 떠날려고 준비하면 또 호출 내릴 것이
뻔하니까요
[일동] 핫핫------
[반장] 웃지들 마 우리가 쉬는 시간에 어데서 어떠한 사건이 발생
안한다고 장담하는 사람있어
(이때 요란한 전화벨소리, 받는 반장)
[반장] 여보세요 응 이순경이야 응 뭐 사건? 그래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응 알았어 (수화기를 놓는다)
[박혜련] 또 출동입니까?
[반장] 직업이니까?
(들어오는 차영태, 한여사, 애리샤. 정민호의 손을 덥썩 잡는
차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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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태] 고맙소
[한여사] 미안해요 그런줄 몰랐어
(눈물이 쏟아질듯이 바라보는 애리샤)
[반장] 박수사관
[박혜련] 예
[반장] 시체는 어데있어?
[박혜련] 네? 시체라니요?
[반장] 찐짜 백정자 시체말이야
[박혜련] 지하실에 있어요
[반장] 백정자양이 죽은건 박수사관 잘못이야 시장에는 왜 따라가
그렇게 맛있는게 먹고 싶었어!
[잘못했어요]
[반장] 잘못으로 끝나는 일이야?
(머리를 숙이는 박혜련)
[반장] 의사가 와서 검진한 다음 박수사관은 무덤에 따라가서
꽃다발이라도 앞에 놔주고 울어주라고 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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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 서있어 출동이라는데
(정민호를 매섭게 노려보는 최영자)
[최영자] 이 반동분자 (일동 끌고 퇴장)
[차영태] 정말 수고들 했읍니다
[반장] 일찍 전향해 줘서 고맙습니다 정선생 덕분에 일망타진
되었읍니다.
[차영태] 우리 집안이 정선생 아니었으면 쑥밭이 될뻔 했읍니다.
목숨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정민호] 정말 부끄럽습니다
[반장] 천만에 말씀이십니다 정선생이 차회장을 도피시켜 주고
현실정을 연락해 주시지 않았다면 이렇게 큰 사건이 해결되지
못했을 겁니다. 물론 정선생님은 수사대상에 올라 있었읍니다만은
아참 서로 할 이야기도 많을텐데 이만 물러가겠읍니다. 그리고 이것
받아 주십시요 (봉투를 내민다)
[정민호] 이게 뭡니까?
[페이지] 087
[반장] 정선생님 계실 자택입니다.
[정민호] 고맙습니다.
[반장] 핫핫 그리고 국가에서 나온 정착금도 그 속에 들어
있읍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요
[일동] 안녕히 가십시요
(머리를 숙이면서 퇴장하는 반장)
[차영태] 얘 애리샤야 술좀 가저 오너라
[애리샤] 네
(술을 가저와 앞에 앉아 정민호를 뚫어질듯이 바라보는 애리샤)
[차영태] 당신 술한잔 따르구려
(술병을 들어 따르려고 하면)
[차영태] 손님 잔부터 (술을 따뤄준다.)
[차영태] 한잔 드시구려 이십년 동안 하루도 잊어본일이 없는
한정미의 술이요
(음악이 흘러간다)
[페이지] 088
[차영태] 애리샤 친아버님께 술한잔 올려라
[애리샤] 싫어요 나는 친아버지 그런것 몰라요 싫단 말이에요
[정민호] 내가 남한땅에 온건 처 자식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었고
무서운 간첩으로 왔을 뿐이요 이제 사업이 끝났으니 떠나야겠소
[한여사] 기왕 지는신세니 하루쯤 더 머물다 가세요
[정민호] 고맙소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겠어요 잘들 행복하게
사시요
[차영태] 자 애리샤를 데리고 가시요 혼자서는 쓸쓸할테니
[정민호] 이십년전 나는 하숙방에서 굶주림에 고생하는 처자식을
버리고 떠난몸 이제 자유를 찾은것 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일어나서 눈물을 닦으며 걸어나간다)
[애리샤] 잠깐만
(술병과 잔을가지고 닦아가 술을 따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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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웃는 정민호)
(눈물을 삼키는 애리샤)
(술잔을 눈물겹게 비우는 정민호)
(무궁화꽃 화분에 물을 쏵 쏭는 차영태)
(돌아서서 눈물을 닦는 한여사)
(돌아서서 나가는 정민호 그 모습에)
[애리샤] 아버지!
(확 본능적으로 돌아서는 정민호 그 품속으로 뛰어드는 애리샤)
[정민호] 정희야 (끌어 안는다)
(애국가와 함께 서서히 하막된다)
전 막 끝
전 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