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암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생각했어요.
"왜 내가 암에 걸렸을까? 왜 하필이면 날까?"
그리고 치료가 진행되면서부터는 혼자서 던져보는 질문이 늘어나더라고요.
"이거 다 하면 정말 나을까?"
"다 나으면 예전처럼 살 수 있게 될까?"
그런데 이상한 것은... 혼자서는 정말 많이 던져보는 이 질문들...
다른 사람에게서 들으면 괜시리 속이 상하더라고요.
제 병의 원인이나 경과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마음도 알고요,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셔서 그러는 것도 알아요.
그렇지만... 그 질문들은 누구보다도 제가 절실히 답이 필요한 거잖아요.
누구보다도 제가 누구든 붙잡고 생떼라도 쓰며 묻고 싶은 거라구요.
환자에게는 그냥 "오늘 기분은 어때?"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거기에다가 "먹고 싶은 건 없어?"라든지 "읽고 싶은 책은 없어?"라고 물어보면
그야말로 센스만점!! >.<
(먹고 싶은 거랑 읽고 싶은 책을 꼭 지참하고 오셔야하는 건 당연 ㅋㅋ)
헤헷, 그런데 사실은 지금도 마음이 잘 안 다스려질 때가 있어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바쁘게 살아가는 친구나
알콩달콩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친구의 소식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에
눈물이 글썽 맺히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그럴 때면 이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암에 걸리기 전의 나, 욕심 많고 감사할 줄도 모르고 제멋대로던 내가
암이라는 녀석을 경험하면서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모든 고통이 의미가 있을 거라고요...
그래서 오늘도 다짐하지요!
"적어도 암을 만나기 전이랑은 다른 사람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