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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일기>
무더운 8월, 기타를 들고 동아리 모임 장소인 포항 송도해수욕장으로 갔다.
회원들보다 늦게 도착한 나(41)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가는데, 내가 메고 온 기타를 받아 주겠다며 선뜻 손을 내미는
낯선 얼굴이 있었다. 처음 나온 신입회원이었다.
친절한 그 사람에게 흠뻑 빠진 나는 ‘그가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눈에 반해 버렸던 것일까. 저녁이 어슴푸레 깔리고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되자 난 그 사람과 짝이 되길 바랐다. 그런데 마술처럼 짝이 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몰랐다.
그것이 우리 만남의 첫 시작이었다.
만난 지 3개월쯤 되었을까? 갑자기 그에게서 연락이 뚝 끊겨 버렸다. 난 혼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해 체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듬해 6월 5일 낯익은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그였다.
효자로 소문난 남편(43)은 강원도 토박이에 7남매 중 장남이다. 그는 내가 힘든 맏며느리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 있다가 한 마리 돼지가 자신의 품에 꼬옥 안기는 꿈을 꾸고는 확신을 갖고 내게 다시 전화를 했다고 한다.
헤어진 지 일 년 만에 돼지꿈이 다시 인연을 이어 준 셈이다.
우리는 그 후 2년 가까이 열애하다가 결혼을 했는데, 우리 부부는 지금도 결혼기념일보다 우리가 다시 맺어진
6월 5일을 더 특별한 날로 삼는다. 그때가 엊그제인 듯한데 벌써 두 아이(지은, 명윤)는 나보다 훌쩍 커 버렸다.
7남매 집안의 맏며느리가 어떤 자리인지, 왜 남편이 고심하며 일 년을 생각했는지 알게 된 건 결혼한 후였다.
부모에게 각별한 남편이 처음에는 서운해 많이 울었지만, 지금은 시어머니의 특별한 사랑이 있어 행복하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주는 남편의 사랑에 감동하며 살아가는 나는 처음 만남 그대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맏며느리이자 아내가 되고 싶다.
2005년 09월 08일 포스코신문 조경심커뮤니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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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호 인터넷을 돌다가 우연히 찾은 기사인데요.. 새롭네요 4년전 모습두... ㅋㅋㅋ 많이 변했죠?
돼지꿈으로 ㅎㅎㅎㅎ 지의 결혼 기념일(6.4)보다 하루 뒤날 ㅎㅎㅎㅎ
두분 정말 잘 어울여요
ㅎㅎ 돼지가 만들어준 멋진인연 웃음으로 행복한 백년해로 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