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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세계최초 항공작전사령부 창설
월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은 강력한 헬기 기동음으로 시작된다. 헬기 폭풍으로 수풀이 스러지면 '파괴된 개미집'처럼 숨어 있던 베트콩들이 흩어진다. "드르륵--" 헬기는 기다렸다는 듯 기총을 퍼붓는다. 이처럼 지상 병력을 파괴하는 데는 항공력이 가장 효과적이다. 80년대 들어 탱크 파괴 미사일이 개발되면서 헬기는 적 보병이 아니라 적 전차를 잡는 무기로 변모했다.
지난 4월28일 육군은 '항공작전사령부(항작사)'라는 아주 강력한 부대를 창설했다. 항작사는 미 육군에도 없는 편제다. 미 육군의 헬기 부대는 사단이나 군단에 예속돼 있다. 지난 4월까지는 한국 육군도, 각 군단에 '항공단'으로 명명된 헬기 부대를 편성-운영해 왔다. 그런데 이 헬기 부대들을 빼내 종합적인 기동 작전을 펼치는 항공작전사령부를 세계 최초로 만든 것이다.
미 육군에도 없는 독특한 편제 기본적으로 공중 작전은 공군 몫이다. 공군은 전투기 작전을 위해 공군작전사(공작사)를 운영한다. 항작사는 회전익기(헬기)를 운용하나, 공작사는 고정익기(전투기)를 운용하는 차이가 있다. 회전익이기 때문에 항작사의 작전 공역(空域)은 저고도이고, 공작사는 고고도 공역에서 작전한다.
그리고 이 보병군단은 서울 북쪽으로 돌입한 뒤 '전멸해도 좋고', 그 이후 3개(또는 5개) 기계화군단이 앞에 나서 돌파-돌진 작전을 펼치는 것이 북한측 계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가들은 유사시 미국이 한반도로 증원군을 파견하는 데 최소 20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 인민군 상좌 출신의 귀순자 최주활씨는 "북한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이 20일 동안 계속 기동전을 펼쳐 부산을 함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의 기계화군단은 서울로 입성하지 않는다. 북한군이 서울에 들어왔다가 대형 건물과 아파트에 숨어 '시가전'을 펼치는 한국군에 걸리면, 진격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계화군단은 서울을 돌아 그대로 남진하고, 후속 부대가 서울을 포위한다. 후속 부대 역시 서울로 들어오지 않고 수도와 전기를 끊고 서울에 숨은 한국군이 항복할 때까지 버티는 고사작전을 구사할 것이라고 한다.
얼마나 현실성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측이 이같은 작전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만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유비무환. 평화를 유지하고 '햇볕'의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북한측의 계획을 무력화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북한군 최초 돌파부대' 기계화 군단 겨냥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군 최초 돌파부대인 기계화군단을 궤멸시키는 방안이다. 다행히도 한국은 70%가 산지이기 때문에 기계화군단의 기동이 예상되는 통로는 몇개뿐이다.
북한의 기계화 군단은 이 중 한 곳을 택해 집중적으로 돌파할 것이다. 따라서 헬기부대를 각 군단에 흩어놓고 있으면 집중해서 내려오는 북한 기계화군단을 막기 어렵다. 한국군 전력은 대개 북한군에 비해 열세이나 헬기 부문만은 1.6대 1로 우세하다. 이같은 장점과 북한군의 작전 특성을 분석해서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항작사다.
항작사는 기동성이 좋은 AH-1S 코브라와 500MD 등 모든 공격 헬기를 출동시켜 궤멸작전을 단행한다.
항작사의 기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북한군의 진격을 멈춰세우면 육군은 '결정적 공격작전'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반격작전을 펼치는데, 이때 선봉에 서는 것이 항작사다.
퇴각하는 인민군은 한강이나 임진강을 결정적인 방어선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전통적인 돌파작전은, 먼저 포 사격으로 적의 방어능력을 무력화한 뒤 전투공병이 부교(浮橋)를 띄워 기계화 부대를 도하(渡河)시키는 것. 그러나 포 사격에도 불구하고 적의 전투력이 살아 있으면, 강을 건너는 기계화 부대는 매우 위험한 순간을 맞게 된다.
항작사에는 항공여단뿐 아니라 다른 여단도 배속돼 있다. 이때는 특전여단과 비슷한 강습여단이 주공으로 나선다. 특전여단은 공군 수송기를 타고 적진 깊숙한 곳에 떨어져 게릴라전을 펼치나, 강습여단은 육군 헬기를 타고 눈 앞에 있는 적의 등뒤로 떨어지는 기동부대다.
도하작전은 포병단의 포 사격과 함께 항공여단이 출격해 미사일과 로켓으로 적 진지를 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때 강습여단은 UH-60 강습 헬기를 타고 적 후방에 내려 포위 공격을 감행한다. 동시에 강가에서는 전투공병의 협조하에 기갑여단이 도하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기동전은 지상과 하늘이라는 3차원에서 빠르게 펼쳐지기 때문에 '입체고속기동전'이라고 한다. 항작사 창설은 지금까지 미군을 '가정교사' 삼아 발전해 온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입체고속기동전을 기획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항작사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육군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 육군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
이정훈기자 |
위에 내용은 1999년 기사 내용입니다 현재 항공작전사령부는 2000년부터
육군창모에서 갈색의 베레모로 바뀌었다고 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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