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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8일 라상범
9월이다. 가을의 문턱 하지만 요즈음 날씨는 아직 더위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 잔서지절(殘暑之節)이라고나 할까요? 뜨거운 여름의 징후는 서서히 가라 않고 여름이 끝나는 그 확연한 변화에 대지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은 그저 경건할 뿐이다. 출렁이는 파도에 눈길을 던지던 것이 엊그재, 삼라만상 모든 풍경에 함께 춤추고 황금빛 물결로 시작되는 9월은 다른 계절보다도 풍요롭고 별들은 찬란하고 지는 낙엽조차도 황홀한 법이다. 어느덧 길가에 핀 코스모스에 가을빛 물들어 가고 자연은 수다스럽지 않고 과묵하게 우리 곁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자연은 알고 있느니......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걸 보고 가을이 왔다고 하지만 자연스런 낙엽이 지려면 10월이나 되어야한다.
입추가 지났지만 가을은 아직 아득하게 느껴지고 길가다 나뒹구는 잎새를 보더라도 아직은 좀......
초가을 깊어가는 산기슭의 밤은 상쾌하다. 저 하늘에 머문 달, 계곡 물위를 스치는 바람,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이런 상쾌한 기분을 아는 이는 누구일까? (산님)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더위의 끝 자락을 오색 산기슭에서 어디 한번 잡아 보자. 아니 막바지로 가는 더위를 우리 함께 즐겨 보자.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출발하는 버스에는 대장님의 충분한 배려로 다소 넉넉한 자세로 여유롭게 오색으로 향한다.
지난 8.14일 아테네 올림픽의 개막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무수히 보냈던 것을 생각하며 오늘은 오색에서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즐겨 보리라 다짐하고....
4:00
오색 도착, 및 출발 (대청봉까지 5km)
모두들 차에서 내려 산행 준비로 분주하다. 산행시작은 함께 하지만 귀경 시간은 먼저 하산하신 산우님들의 무료하게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30명 선에서 먼저 버스1대를 출발 시킨다 하여 오늘은 천불동 계곡의 만물상을 눈에 차곡차곡 담아가지고 가기로 작정하고 갈아입을 옷을 나중에 출발하는 버스에 옮겨 놓는다. 이른 아침 출발한 산행이면 현지에 도착하여 단체 사진 한 장이 있었겠지만 야간 산행이라 주위 상황이 지척을 분간 할 수 없는 어둠 속이라, 나름대로 출발산행시의 모습이라도 담아보리라 카메라 셔터를 잽싸게 눌러 보지만 여의치가 않다. 다행히도 클로즈업되는 한 분이 있어 힘차게 눌렀더니 딱 걸렸내(ㅎㅎㅎ). 야간에 디카를 눌러보면 셔터를 누른 후 다음작동까지의 버퍼링이 느려 버려 순간의 빠른 속도로 다음 장면을 잡기가 어렵다.(제가 지니고 있는 카메라의 경우) 앞서가는 일행은 벌써 저만큼, 오늘도 시작은 꽁댕이에서... 99년 10월 30일 오늘과 동일한 코스를 방문 후, 그 이후로 처음 이니 벌써 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의 산행인구와 지금 오늘의 산행숫자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등산인구가 늘어난 것 같다. 각각 다른 곳에서 오신 산님들과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출발은 해드렌턴 불빛으로 인하여 늦가을 쥐불놀이라도 하는 듯한 장면이 장관을 연출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매표소를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에 없던 계단들이 이어진다. 그 때에는 계곡길은 빠질 듯 넘어질 듯 하며 앞서가는 이도 없는 길을 해매며 걸었던 기억을, 지금은 생각보다 길게 늘어진 계단길을 뚜벅뚜벅, 시간이 지날수록 배낭의 무게도 점차 무거워져 오늘은 주는대로 모두 집어 넣어 왔더니 어깨의 뻐근함이 장난이 아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어깨끈에서 나오는 소리 뿌지직 뿌지직. 오늘 고생께나 하겠네그려. 30여분 오르니 계단길이 끝나고 통나무 파일을 박아 놓은 듯한 넓은 경사로가 나온다. 초반에 무리 지어 오르던 것이 이제는 제법 대열이 정리되어 가는 듯하여 발걸음이 옮기기가 수월해 진듯 하다. 한동안 와신상담 오늘은 기다렸다는 산우님과 그의 친구분, 톰과 제리(ㅎㅎ), 뷔폐식단의 터줏대감 곁을 지나고 이제는 나름대로의 페이스로 경사로를 오른다. 아니 함께한 산우님들을 따라....
4:50
제 1쉼터에 도착한다.
지리산, 계룡산에 이어 산으로는 세번째로 국립공원(70년 3월)으로 지정된 설악산은 지리산 못지 않은 많은 인파로 인하여 등로 주변이 날로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원목울타리 넘어에 멍석 비슷한 그물망을 깔아 놓아 자생식물의 성장을 번식시키기 위함의 애틋한 노력이 쉼터 주위의 곳곳에 보인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이산하를 우리가 보호하고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리. 전망대를 지나 처음으로 기분 좋은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다시 언덕길이 시작되고 저 멀리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계곡 물소리가 들려 오는 것을 보면 설악폭포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5:20
설악폭포 도착(해발950m) 대청봉까지 2.7km
어둠속의 산행이라 이곳이 설악폭포라는 것으로 기억하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크게 심호흡하며 훗날을 기약하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대청까지의 등로가 짧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뿐이지 지겹도록 나타나는 경사면에 계단길이다. 내리막 오르막 아니 평지길이 없는 원목계단 아니면 철 계단길은 가뿐 숨소리가 턱밑까지 차 오르고 장딴지 근육은 놀래 자빠 진지 오래다. 저만치에 소리내어 웅성대는 것을 보니 아자아자 외 선두팀, 거의 접선 할려는 차에 한기를 느낀다고 먼저 출발이다. 에휴 거의 따라 잡았는데....
6:10
제 2쉼터 도착.
선두팀과 후미팀은 아직은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 바, 중간그룹은 항상 얼굴이 바뀌는 것 같다. 그래도 앞과 뒤에서 보이지 않는 보호를 받으며 걷고 있으니 이것도 복이 아니겠는가. 산행을 하며 틈틈히 메모하고 셔터를 누르는 습관이 되어 몇자 적고 카메라 꺼내다 보면 함께 한 일행이 저만치 가버리게 되어 이제는 주위상황에 관계 없이 홀로 산행을 하는 습관이 정착이 된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정상에서의 만찬은 다함께 할려고 한다. 지정된 장소에서... 10여분 오르니 나뭇가지에 태양이 걸려 있는 듯 아침 태양이 떠오른다. 오대산에서의 안개낀 운무의 날씨를 기억하니 지금의 저 눈부신 햇살은 더없이 맑고 순수하다. 기왕이면 좀더 높은 곳에서 산 중턱이 아닌 수평선 넘어 바다 끝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였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는 않지만, 턱밑까지 몰아치는 계단 언덕길이 끝나고 완만한 경사로의 길에 접어들고 곳곳에 한 아름되는 주목들이 서 있는 것을 보니 정상이 가까워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치열하게 끝없이 펼쳐진 경사길을 지나온 발걸음은 정상이 가까워 오고 있으매 절로 행보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울창한 숲속의 고목나무도 시야에서 벗어나고 주위의 나무들이 눈 아래의 장관으로 펼쳐지는가 싶더니 기다리던 대청봉이 눈앞에 나타난다.
6:55
대청봉 도착.
무거운 등짐에 고단했던 다리의 어려움도 한순간에 날아가는 희열의 순간, 거센 바람에 다소 한기를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후로 생각을 하였지만 날씨는 온화하고 주위를 조망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날씨이다. 정상부근을 가득 매운 산우님들 어휴. 너무 많어 잉. 대청봉 표시석이 몸살이 날 지경이다. 안아 보고 잡아 보고 기대어 보고 증명사진 순서를 기다리기가 지루할 정도이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탁 트이는 시야에 가슴속까지 후련하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정상에 서게 한 설악산 신령님께 감사함을 속으로 빌어 본다. 공룡 능선에, 안개에 보일 듯 말듯하는 울산바위까지... 대청봉의 희열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중청봉 아래에 보이는 중청 대피소로 향한다.
7:15
중청대피소 도착.
많은 산우님들로 인하여 대피소 주위는 식사 준비등 으로 모두들 분주하다. 먼저 도착하여 대피소 앞의 원목 테이블 위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의 선두팀과 합류한다. 컵라면에 김밥에 적당히 넘어가는 넘의 살에 소주한잔씩 곁들이는 즐거움이 중청에서의 아침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있다. 모두들 생동감으로 펼쳐지는 현실 앞에서 다음 시간까지의 무언의 약속을 하며 다음 목적지인 양폭 산장으로의 출발을 서두른다. 항상 궁금하여 뵙고 싶었던 산님과 함께... 베낭을 모두꾸리고 출발 하려는데 공포의 식탁조와 눈길이 마주친다. 이미 충분히 요기를 한지라 그냥 지나 칠려다 아직 남은 음식이 있어 합류 하기로 한다. 아침 식사치고는 너무 과하는가 싶을 정도로... 각자 내어 놓은 먹거리가 너무 많아 다 비우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전망 좋은 이곳 에서의 일배, 일배. 풍요로운 인심. 언제나 나보다는 남을 위하여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그저 고마움으로 함께 나눔을... 시간이 무르익어 갈 즈음 낯익은 얼굴들 등장. 아니 이곳까지 잽싸게 오셨내요 (ㅎㅎ). 방댕이 무거운 죄로 식사시간이 끝날 때까지 눌러 앉아 엄청 주워담았습니다. 중청에서의 파티는 그것으로 종료하고 7:15 도착하여 1시간 반정도를 이곳에서 머물렀으니 이제는 완전히 꽁댕이 팀.
8:40
중청대피소 출발
건너편에 보이는 용아장성. 공룡능선, 울산바위를 향하여 셔터를 몇번 누르고 하산길을 서두른다. 이제부터는 길고 긴 하산시간, 양폭에서의 설악막걸리를 생각하며(아니 고렇게 마니 묵고도 또 먹을생각) 중청허리를 걸어간다. 분명 한분이 뒤에서 계셨던 것 같은 대, 금새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시고 눈앞에 펼쳐지는 신천지에 혼연일체가 되어
9:00
소청봉 도착
다음에는 오색에서 올라 소청봉에서 백담사로 하산하는 계획이 있을 것(?) 같다고 하니 두리번 거릴 것도 없이 조만간에 다시 올 곳이기에 희운각 대피소롤 향하는 급경사 길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설악을 찾는 산님들이 보통으로 즐겨하는 코스로, 내려가는 행열이 줄지어 서 있다. 때로는 정체구간이며 자주 나타나는 철계단이며 짜증나는 길이기도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에 모든 것이 보상 되고도 남음이다. 희운각에서 오를 때 모두들 한마디씩 하게 되는 수직에 가까운 철 계단 "다리 아프죠"
9:45
희운각 대피소 도착.
중청에서 바닥이 난 물통에 물을 보충하고 내려 가려는 대 지리종주에 동행 하였던 분이 내려오신다. 아니 반가운 마음에 이곳에 오셨군요 하니 앞차에 타고 있었다 한다. 아하 그렇군요 지는 2호차에. 희운각대피소에서 잠깐 휴식을 끝내고 무너미 고개를 넘어 천불동계곡의 시발점인 병풍바위들이 펼쳐지는 바위들을 보노라니 감동, 또 감동. 만물의 정서가 조화를 이루며 펼쳐지는 기암절벽의 웅장함에 어깨가 움츠려지는 듯 하다. 서서히 들려 오기 시작하는 계곡의 물소리, 낙차 큰 물소리가 귓가에 들리 노니 이곳이 천당 폭포인가보다. 천당폭포를 지나 조금 못가서 저아래 펼쳐지는 음폭, 마치 조각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느낌이 강한 곳이다, 자연의 오묘함이란 달리 좋은 표현이 없을 듯 싶다.
10:55
양폭대피소에 도착한다.
중청에서의 아침 식사시간이 따블로 이루어진 관계로 시간이 상당히 지체되어(아직 후미에 계신 분도 있지만)버렸다. 이미 내려 가버린 것으로 생각한 일행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고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했던가 산장 앞의 탁자에 앉아 최대장님 권하는 막걸리 한잔을 들어 분다. 시원 짜릿 달콤 행복만점, 곁들이는 감자부침개도 한잎, 그리 배가 불러도 알콜이 들어가는 저장고는 따로 되어 있는지. 주차장에서의 오징어회가 기다리는 바 새참은 이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출발을 위하여 최대장님 계산, 으악 외마디 비명소리 막술이 아니고 금술이여. (차후에 이곳에서 드실 분 가격 알아보고 드세용. 설악동에서 이곳까지 운반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만...) 계곡의 가장자리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철 계단길을 지나 저 만치에 펼처 지는 오련폭포를 지나고 계곡의 비경을 카메라에 주워 담느라 바쁘기도 하다. 앞서가는 꼬멩이 돌려 세워 내츄럴 스타일로 찰칵.. 오~우 구웃. 귀여운 녀석들...
11:35
귀면암 도착.
가파르게 수직으로 솟아오른 기암이 마치 귀신의 얼굴형상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이라지만 밑에서 올려다 보는 바위는 평범한 기암일뿐 어느 각도에서 보아야 귀신인지는 파악이 되질 않는다. 짙은 녹음과 계곡을 사이에 두고 색다른 모습으로 하늘로 치솟은 바위덩어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역시 이곳에서 앞을 지나는 산님들의 수호신 처럼 굽어 살피소서. 아쉬운 눈길을 한 번 던져 주고 다시 하산을 시작한다. 뒤돌아본 대청은 아득하게 가물가물하고 아직은 뒤에서 최대한의 힘을 발휘하여 걷고 있을 산우님들을 생각하니 쪼매 걱정도 된다. 이곳 에서도 가야할 길은 아직도 머언~데 어쩌나.
12:15
비선대도착
설악동에서 간편 복작으로 왕복할 수 있는 코스이다. 계조암 흔들바위와 이곳에서 마등령 방향의 금강굴까지... 산책로 또한 잘 다듬어져 있고 평지에다 숲도 가꾸어져 있어 이런 길이면 어느 산님은 자신있게 하루종일 걸어도 좋을 듯 하다고. 종착역이 가까워 오면서 빠질수 없는 풍덩(물결치는 소리) 시원합니다요. 신흥사 앞을 지나며 거대한 좌불상 앞에서 한마디(속으로:워찌 요염허게 한쪽유두는 내어 놓으셨대요ㅎㅎ)
13:15
주차장도착.
이미 도착하신 산우님들 거의 30여명에 도달하여 그래도 일찍 출발하는 것이 낳을 거라 생각하고 오징어회와 이슬이 한병 꿰차고 1진 버스에 합류 한다.
아직 하산 중인 산우님들 지송해요, 먼저 가버려서... (지송안함:추석 명절 고향으로 달리는 시간과 거의 대등한 귀경길이 되었음). 헌대, 이슬이는 차내에서 마시지도 못하면서 뭐 할려고 가져 갔느냐고요. 다행이도 1진 버스에는 경인의 임원이 승차하지 않아 즉석 대타 임원의 친절한 배려로 가무는 금지하되 지정된 좌석에서의 반주가 허락이 되었거든요. 하지만 그 즐거움은 잠깐이고 이후로 엄청난 고행길이 되었지요 산행시간 보다도 더 걸린 귀경시간 13:30분에 출발한 버스가 23:00시에 계산동에 도착하였으니 장장 9:30분 동안 하지만 동승하였던 산우님들중 단 한분도 짜증없이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해산을 하였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추신 :
이번 산행기는 이미 최고문님께서 올리신 산행기에 여러명의 필명이 나왔기에 다시 필명을 적는 것은 새로이 참석하신 산우님들이 저들만의 이야기에 식상해 할 것 같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한번씩 모두 적어 보고픈 마음이야 간절 하지만 이해 하시소. 단, 이분만은
홈님 , 힘이 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