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글에서 본 것처럼 계절은 결코 단선적으로 찾아오질 않는다. 역동적이라 해야 할까. 왔다리 갔다리 하는 꼴이다. 그런데 흙을 떠난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계절의 흐름은 더욱 복잡해진다. 흙을 떠난 사람들은 누구일까? 자연을 떠나 플라스틱 콘크리트 도시 문명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텐데, 이 사람들은 입춘에 봄이 와도 봄이 온 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다. 진짜로 철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입춘이 지난 지 한 달 반이 지난 춘분이 되어야 이제 봄이 온줄 안다. 춘분이 되어 봄의 주인공들인 꽃들이 일제히 만발하는 걸 보고서 그제서야 봄이 온 줄 아는 것이다. 봄에 제일 먼저 핀다는 개나리에서부터 많은 꽃들이 이제 핀다. 남쪽에 가면 춘분 전에 피지만 그래도 거의 춘분 가까이에 핀다. 이미 입춘부터 찾아온 봄이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운을 내어 많은 꽃들을 피워내는 것이다. 그런 이른 봄의 과정을 모르고 있다보니 춘분에 느껴지는 봄은 너무 갑작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별안간 찾아온 봄에 놀라 성급히 겨울옷들을 장롱 깊숙이 집어넣었다가 예상치 못한 꽃샘추위에 많은 사람들이 감기에 걸려 고생한다. 안타깝지만 이때 쯤 되면 주변에서 노인네들이 많이 돌아가신다. 수도관이 얼었다가 녹을 때 터지듯이 일교차도 크면서 별안간 추웠다가 날이 급작스럽게 따뜻한 봄 날씨가 되면 혈관이 터지는 것이다. 동지 지나 찾아온 하늘의 봄을 모르는 것은 그렇다 쳐도, 땅에 봄이 찾아 온 입춘도 모르고 살면서 한참 지난 춘분 즈음이 되어야 봄을 안다니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춘분이 되면 벌써 하늘의 시간은 여름으로 들어서는 것인데, 늦어도 너무 늦은 형광등인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민감한 사람이면 춘분까지 가진 않더라도 입춘 지난 다음 절기인 우수가 되면 봄기운을 서서히 느낄 수가 있다. 일기 예보만 귀 기울여 들으면 알 수 있는데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바로 그것이다. 우수 때 모르면 적어도 벌레가 깨어난다는 경칩이 되면 봄을 알 수가 있다. 그렇지만 아직 세상엔 겨울이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날씨, 곧 우수, 경칩 같은 절기가 계절의 교차점이다. 본 계절이 왔지만 아직 전 계절의 기운이 강하게 남아있는 절기다.
여름은 입하에 들어서지만 아직 봄은 입하 지난 소만 망종까지에도 남아있다. 바로 봄과 여름의 교차점이다.
가을은 입추에 들어서지만 여름은 입추 지나 찾아오는 말복에 마지막 기승을 부린다. 그리고 곧 찾아오는 처서에 모기 바늘이 꼬부라진다고 하듯이 여름 기운이 가시기 시작하지만 아직 한 낮에는 여름 기운이 남아있다. 그래서 여름과 가을의 교차점은 처서와 백로다.
겨울은 입동에 들어서지만 사실 입동이 되어도 단풍은 아직 절정이다. 그러나 진짜 겨울은 별안간 등장한다. 별로 겨울 같지도 않다가 소설이 되면 기온이 급전직하로 떨어져 갑자기 찾아온다. 빚을 내서라도 춥다는 소설 추위다. 이 때쯤 대학 입시를 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소설 추위는 모르고 이를 입시 추위로 알고 있다. 참 철을 모르는 게 심하다 싶다. 그러나 소설 추위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새 날씨가 풀린다. 소설 다음에 오는 대설이 와도 대개 그렇다. 그래서 가을과 겨울의 교차점은 소설과 대설이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계절의 교차점 절기들>
교차점 특징들은 다시 살펴보자. 첫 번째 겨울과 봄의 교차점에는 꽃샘추위가 있다. 꽃샘추위는 춘분이 지나서도 온다. 심할 때는 봄의 절정인 청명 곡우 때 오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 교차점인 소만, 망종의 특징을 보면 꼭 이 때 봄 가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비가 와도 가물다. 가뭄에 비 그칠 날이 없다는 속담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 같다. 이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비가와도 비오는 사이에 비온지 꽤 된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가물다. 이 가뭄은 하지 지나 반드시 찾아오는 여름 장마를 불러들이는 날씨인 것 같다.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해 진공 상태를 만들듯이 하는 것 같다.
세 번째 교차점인 처서 백로 때의 특징을 들라면 바로 말복이다. 처서 전에 찾아오지만 어쨌든 입추가 지났는데도 가장 뜨거운 한여름 기운이 찾아온다.
네 번째 교차점인 소설 대설 때의 특징은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소설 추위다. 겨울에 추위가 찾아오는 것이야 당연한 순리이지 그게 뭐 특징이냐고 하겠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다른 절기들 보면 입(立) 절기가 되었어도 갑작스럽게 그 계절이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온지도 모르게 서서히, 어떻게 보면 숨어서 몰래 오듯이 온다. 그 전 계절의 남아있는 기운을 무서워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겨울만 당당히 들이닥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웃기는 것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풀린다. 그게 동지까지 가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동지에는 다시 추울수록 좋다.
아마 이런 교차점의 특징은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것도 원인이겠지만 우리 한반도가 처한 위치와 고온다습한 몬순 기후지대의 특징 때문이 아닌가 싶다.
첫댓글 오랜만에 올려주신 글 잘 보고 스크랩합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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