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남의 대제국고구려(?), 형민우의 태왕북벌기와 김진의 바람의 나라는 보았습니다. 다만 바람의 나라는 완독을 못했고 14권인가 12권인가까지 보았습니다.
바람의 나라는 성공한 작품이고, 문화적 영향력 또한 매우 큰 작품입니다. 만화의 특성상 환타지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든가 극적 긴장요소를 폭넓게 넣은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그래야만 만화로서 성공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다만 지금 기억나는 것은 치미(용마루 끝에 올려놓은 것)를 지붕 끝에 그려놓아 건축물이 곧 무너질 듯하게 잘못 그려진 것과, 복장이 고구려식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는 점이 눈에 거슬렸다는 것입니다.
나는 아동문학가인 한예찬 님의 두 작품 - 발해를 꿈꾸며, 태조왕건과 삼국통일 - 을 감수해준 적이 있고, 출판사와 아동물 기획회의를 여러번 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시나리오 강좌를 6개월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만화, 아동문학, 영화, 드라마 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갖는 문화적 파괴력 때문입니다.
우리 문화를 어떻게 가공해서 세상에 내놓을 것인가를 연구해야 합니다. 나는 문화공학이란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을 하겠지만 문화의 핵심은 인간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생각과 정서를 가공하느냐에 있는 것입니다.
나는 그 핵심을 인문학 특히 국문학과 사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그것을 가공할 이야기꾼(시나리오작가, 소설가, 만화스토리작가)가 붙고 이를 그림과 영상으로 표현할 사람(감독, 만화가, 연출가, 디자이너)가 힘을 더해야 하며, 이를 지원할 경영인(자본가, 기업인, 기획자)이 붙고, 마지막으로 제도적으로 지원할 사람들(법률가, 정부관료, 무역업자) 등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문화는 산업입니다. 그리고 문화는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됩니다. 인문학은 이제 문화산업과 연관될 때만이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문화국가라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려면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를 보다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헐리우드, 디즈니랜드를 부러워말고 우리도 그와 같은 것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문화의 발전은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첫번째 작업은 컨텐츠라고 불리는 이야기(넓은 의미로 사용합니다)의 창작입니다. 그 이야기가 엉터리여서는 그 뒤에 이어지는 모든 문화창작과정이 전부 사상누각이 됩니다. 그래서 나는 가장 기본적인 우리 역사의 이야기를 제대로 생생하게 복원해내는 일을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두번째 책에서 인명소사전을 만든 이유도 고구려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시대적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름을 사용해달라는 뜻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 공간에 여러분들이 많은 글들을 올려주십시오. 나도 얼마후에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시나리오를 하나 공개해보겠습니다.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이를 더 살찌울 고증자료들을 내가 아는 범위내에서 제공해주겠습니다.
고구려의 발견 등으로 친근한 감정이 있는 마당에 한단인 님 등
낮익은 얼굴들도 많아 선생님의 카페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역사 응용방까지 만들어서 보다 대중적인 접근을
도모하시려는 노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박사이신 분이 그런데까지 생각이 미치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거든요.
여하튼 지금 드리고 싶은 질문은 선생님께서 혹시 바람의 나라에
대해서 들어보셨는가 하는 점인데요.
인물로 읽는 고구려사에서 대무신왕 편을 읽다가(물론 고구려의
발견에서도 간과하지는 않았었지만) 그 유명한 호동왕자 야그를 읽어
보면서 제가 읽고 있는 연재 만화가 떠올랐거든요.
선생님께서는 그 작품을 읽어보셨는지? 만약 읽어보셨다면 그것이
고증이라던가 고구려 역사를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관해 감상 말씀이라도 남겨주셨음 하고요(안 읽어보셨다면 제가 감히
일독을 권해드리는 바이고요. 비록 매니아용 책이라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선생님과 우리 카페 회원분들이 생각하시는 '역사 응용'에
상당한 본보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네번째 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모저모로 바쁘신
마당인데도 카페 운영에 힘써주시니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바람대로 이곳이 우리 역사를 위한 작은 디딤돌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택없이 모자란대로 열심히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