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5만원이상 사면 '설국'의 첫문장이 쓰여진 보온병을 주더라구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눈 결정처럼 차갑고 아름답고 세밀하게 쓰여있어 읽다가 괴로울 정도였어요.)
보온병도 받을겸 책을 좀 샀는데... 이성복 시론집 3권 중 '무한화서'를 추천합니다.
시쓰기란 무엇인가, 시를 쓰는 자세.. 아포리즘처럼 쓰여있어 시론집이 시집처럼 재밌습니다.
시에 대한 눈이 전보다 조금은 틔인 것 같습니다.
'무한화서' 중에서
-우리가 글을 쓰는 건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할지 알기 위해서이다
- 시의 아름다움은 말 자체가 아니라, 말하는 방식에 있다.
-시는 자세이다. 어떤 자세이든 정신과 결부되지 않는 자세는 없다.
- 시는 빗나가고 거스르는데 있다. '서재와 책'대신 '서재와 팬티'를 엮어야 한다.
- 시는 무성생식이 아니라 유성생식이다. '강의 눈물'이 아니라 '강의 불길'이라고 써야 한다.
- '햇빛이 빛난다'라고 쓰면 망하는 것. '햇빛이 울고 있다'라고 써야 다음 행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 다음 행은 '어디서 본 얼굴이다'라고 하면 어떨까.
- 시의 에너지원은 세속이다. 평범한 일상에 공포가 언뜻 묻어나게.
- 독자가 완전히 이해하는 순간, 시는 죽는다.
- 버림받은 것을 구제하는 것이 문학이다.
- '이것이 인생이구나'라고 느껴지면 제대로 씌어진 시이다.
- 자신에게, 옆사람에게 속삭이듯 쓴다.
-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가야 한다. 머리가 개입되지 않게 빨리 쓴다. 손을 신뢰하며 가급적 신속히.
- 우리가 쓰는 글에 무엇이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찾으려는 의도 없이 발견하는 것이 시
- 겁먹지 말고 쓰라. 시는 씌어지면서 스스로 정리되고 마무리된다. 바람쐬러가듯 가볍게 시작하라.
카페 게시글
◈추천 책◈
이성복 시론집 '무한화서'
질베르트
추천 0
조회 141
15.11.03 21:10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감각을 갈고 벼르는 우리의 키다리 질베르트의 모습이 떠올라서...ㅋㅋ
기분 좋은 아침이어요^*^
키다리!! 어릴때 듣고 첨 듣는 말이예요. 정감어리네요. 얼마전 복지관 앞에서 어떤 지적장애인분이 "쭉쭉빵빵! 쭉쭉빵빵! 쭉쭉빵빵"하고 절 보고 무한반복하셔서... '쭉쭉은 맞는데'하고 한숨 쉬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