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 4500백 마리의 친구들과 긴 관을 따라 둥근 집으로 헤엄쳐 갔어요. 나는 왜 그 곳에 가야는지도 몰랐지만, 우리들 중에서도 아무도 왜 그 곳까지 헤엄쳐 힘들게 그 집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어요. 오는 도중에 수많은 친구들이 우리대신 죽었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친구들의 작은 배려도 그저 메마른 땅의 물줄기 같은 생각이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게 힘들게 긴 관을 빠져 나오자 둥근 집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둥근 집은 마치 호두알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나는 호두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내 고향에 있을 때 어떤 작은 알갱이 하나가 말하는 것을 들어서 나는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 그 둥근 집에 우리가 다다랐을 때 우리는 서로 그 집 속으로 들어 갈려고 머리를 작은 틈새 사이로 서로 집어 넣었어요. 난 마지막 힘을 다하고 내 지친 몸을 잘 추스린 다음 다시 힘차게 머리를 들이 밀었어요. 머리가 둥근 집 속으로 들어가자 내 꼬리는 잠시 쉬는 나 혼자 남는 기분이 들었어요. 내가 그 둥근 집에 들어가자 둥근 집은 물결에 따라 어느 곳으로 내려가 그 곳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아요. 그래서 난 그 둥근 집에서 하루만 묵기로 생각했어요. 그 둥근 집속은 너무 따뜻하고 포근해 난 금방 잠이 들어 버렸어요.
창문 밖 세상이 환한 햇님 얼굴로 빨갛게 달아오르려고, 할 무렵 남편은 일어났다. 너무 늦게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마냥 피곤하다는 듯이 다시 이불 속에 쏙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내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느 시골집과 다르지 않게 마당을 쓸고, 아침준비를 하러 부엌에 들어가서 아침 준비를 끝낸 후, 집을 치우시느라 한참 분주하다. 이미 그녀의 뱃속에서는 하나의 심장소리가 아닌 두 개의 심장소리가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 수 없었고, 그렇게 다시 해는 뜨고, 또 지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육아 일기1
항상 아침은 어김없이 날마다 같은 느낌으로 우리집을 찾아온다. 어느 때와 같이 나는 늘 아침에 하던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오늘은 남편이 웬일인지 일찍 일어나 신문을 보고 있다. 남편의 아침 밥상을 차리기 위해 김치를 그릇에 담으시려는 순간 속에서 '욱'하고, 무언가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급히 수돗가로 달려가 정신없이 속을 비워내려 했으나 헛구역질만 계속 나왔다. 다리가 후둘후둘 떨린다. 기운이 주욱 빠진다. 순간 임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시작했지만 가끔씩 일어나는 위장장애일거라는 생각에 남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이 출근을 한 후,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산부인과에 갈 준비를 했다. 버스를 타고 20분이 지나 시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나의머리 속에는 갖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져 왔다. 산부인과는 종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산부인과를 찾기는 그리 어렵진 않았다. 산부인과에 도착한 나는 차례를 기다리는 임산부들의 배에 눈길이 갔다. 앉기마져 힘겨워 하며 겨우 자리를 걸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임산부, 혹은 한 손으로 허리를 바치며 남산만한 배를 내밀고 서있는 임산부들. 그동안 무관심했던 모습들이 오늘따라 그들의 모습이 몹시나 부러워 보였다.
"주선미씨!" 간호사가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정신이 들었고, 나도 몰래 긴장된 마음을 가다듬으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실에는 하얀 머리가 듬성듬성있는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자상하게 생긴 의사 선생님이 웃으며 나를 맞았다. 한결 마음이 평온해 지는 느낌이다. 이것저것 묻는 의사의 질문에 대답을 한 다음 임신 여부를 진단하는 여러가지 검사를 받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검사가 끝난 후, 의사가 진료결과를 기대하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드디어 의사가 입을 열었다.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4개월이 되셨군요. 각별히 몸조심하시고, 힘들고, 무리한 일은 되도록 하지 마십시오." 의사의 두툼한 입술을 통해 선고되는 듯한 이 운명의 소리는 그동안 TV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대사인줄 알았는데,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진료실을 나오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배를 만져보았다. 무언가 동글동글하고 딱딱한게 만져지는 느낌이다. 결혼하면 아이가 생긴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면서도 막상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은 왜이리 웃읍던지 괜히 비죽비죽 웃음이 나왔다.
산부인과를 나와 나는 문구점에 들어가 일기장 하나와 볼펜하나를 집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기장에 '육아일기'라고 큰 글씨를 써 넣고, 아이가 태어날 날까지 소중한 날들을 빠짐없이 꼭 쓸거라고 다짐했다. 나의 이 소식에 깜짝 놀라할 남편의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설렌다. 창문 밖 마당한 구석에는 어느새 파란 새싹들이 삐죽삐죽 제법 푸른빛을 더해가고있다.
울타리 너머의 들 꽃 세송이
"킁 킁 킁"
순간 어디선가 진한 땀 냄새가 났어요. 하지만 그 땀 냄새는 싫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 땀 냄새 속에는 아주 희미하기는 하지만 사랑이라는 냄새도 함께 났어요. 난 그 냄새가 왠지 모르게 좋았어요. 그래서 난 손을 입에 물고, 업드려 잠을 청했어요, 왠지 그 냄새를 맡으니까 졸리더라구요. 그렇게 하루를 냄새 속에 파묻혀 지냈고 나는 또다른 산을 넘어가기 위한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해야하는 준비를 해야 했어요.
어느덧 내가 그 둥근 집에서 산지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이젠 밖에서 하는 소리가 제법 또렷이 잘 들려요. 종종 엄마는 뭐가 먹고 싶다고 아빠에게 말씀을 하시곤 하더군요. 아빠는 엄마 말씀을 아주 잘 들어 주셨는데 때로는 아빠도 귀찮으신지 엄마의 요구를 안 들어주시곤 하시더구요. 그러면 엄마는 자신이 먹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뱃속의 애기가 먹고 싶은 거라며 조르시는 습관이 생겼어요. 엄마는 흙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마당 한 구석 꽃을 돌보시면서 즐거워하는 소리를 나는 자주 들었어요. 오늘은 울타리 밑에 들꽃이 세송이가 피었대요. 모두 노랗고 오밀조밀하게 생겼대요, 엄마가 대문을 열고 집 안팎으로 나드실때마다 은은한 들꽃 향기가 내가 있는 곳까지 향그럽게 풍기느걸 난 느낄수 있었어요. 점점 바깥세상이 궁금해 죽겠어요. 어떤 꽃인지 정말 보고싶어요. 들꽃 향기가 풍길 때마다 제 기분은 아주 좋아져요. 그래서 엄마가 나들이 하는 것을 참 좋아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엄마 말씀이 들꽃이 곧 저버릴꺼래요. 난 그 날이 빨리 오지 말라고 기도 드렸어요. 그렇게 나는 바깥 세상을 꿈꾸는 동안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어요.
작은 변화
이제 엄마의 배는 거의 남산만해졌답니다. 이젠 나도 이 답답한 공간이 싫어졌어요. 그래서 가끔 문을 열어달라고 손으로 두드려보기도하고 했으나 문은 열릴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아요. 화가 나서 가끔 발로 세게 문을 차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엄마의 신음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랬어요. 내가 자꾸 엄마을 괴롭혀서인지 엄마의 성격이 점점 바뀌어가시는 것 같았어요. 아빠와 말다툼 한번 하지 않았었는데 이젠 아빠와의 다툼이 자주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빠는 모든 것을 이해 한다며 엄마를 위로하시곤 했는데 어느날은 또 다른 일로 엄마 아빠가 말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분 모두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았어여. 나는 무서워 숨도 안쉬고 구석에 웅크려 싸움이 끝날때는 기다려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문을 콩 닫으시며 밖으로 나가 버리시는 것 같았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엄마의 흐느낌이 잠시동안 계속되더니 엄마가 저를 달래주었어요.
"아가야 내가 너에게 몹쓸 짓만 하는구나! 한참 태교다 뭐다 해서 널 마음 편하게 있게 해주어야 하는데...... 엄만 너무 힘들어... 정말 힘들어.... 힘... 들...어..." 라면서요.
모두다 나 때문이에요 어서 나가서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얼마를 이 답답한 공간에 갇혀 있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날 밤 늦게 아빠는 술에 취해 집으로 들어오셨어요. 아빠의 눈물 섞인 목소리가 들렸어요.
" 미안하다. 미안해. 너 고생 안시킨다고 약속했는데.... 정말 미... 안...해" 하는 소리가요. 그렇게 해서 두분의 다툼은 끝이 나신 것 같았고, 이젠 저도 편안히 잠을 잘 수가 있었어요. 그렇게 세상의 하루가 조용히 저멀리 지나가는 듯 했어요.
육아일기2
차창밖으로 보슬비가 내리고 있다. 보슬비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상은 왠지 울쩍해져버린 분위기다. 나와 남편은 약속 시간에 늦을까봐 허둥지둥 차를 몰았다. 스쳐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은 왜 그리 구슬퍼 보이는 지 나와 남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10여분을 달린 차는 드디어 어느 집 앞에 세워졌다. 이 집은 남편의 고향 선배집이란다. 도시에서 사업을 하다 실패한 후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을 일구기 위해 내려온지도 7년째, 이제는 제법 농사꾼으로 자리를 잡고 그럭저럭 살 만하다고 한다. 아이들도 셋이나 두었는데 그 막내아이의 돌잔치 초대로 오게 된 것이다. 차에서 내려 집에 들어가려고, 대문을 빼곰이 열고 얼굴을 들이 밀어 넣었을 때, 안에서는 시끌벅적한 어른들의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남편은 추위에 떨고 있는 나를 보자 다시 큰 소리로 집주인을 불렀다. 그때서 나온 부인은 나를 보더니 임산부가 젖은 옷을 입고있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난다면서 자신이 입었던 임신복을 선뜻 내주었다. 남편은 선배와 함께 대청에 앉아 요즘 우리들의 생활을 푸념처럼 늘어놓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답을 구하려는 심사가 보였다. 그런 남편의 심정을 알아차렸는지 주인아저씨는 아주 간단 명료한 답을 내었다. 그의 답은 임신이라는 것이다. 임신 후 출산의 시기가 다가오면 임산부들의 심리가 조금씩 불안해진다고 알려 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둘은 마치 의좋은 형제마냥 즐거워 보였다. 철없는 선배의 제 아빠에게 달려와 장난을 치는 바람에 대화는 잠시 중단되었으나 그 장면을 보면서 남편도 덩달아 아이들에게 짖굳은 질문을 던지면서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모처럼만에 남편은 행복한 다시 웃음을 되찾은 느낌이다.
봄나들이
오늘은 너무 오래간만에 엄마와 아빠가 시내에 함께 가셨어요. 엄마는 제가 있어 배가 불러 쉴새없이 땀이나 손수건으로 쉴새없이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느니라 정신 없이 움직이 셨고 , 아빠는 그런 엄마를 보며 안절부절 했어요. 나는 오래간만에 엄마 아빠의 나들이가 참 좋았어요. 엄마와 아빠는 아가 옷 준비를 하러 이렇게 시내를 나오셨데요. 나는 너무나 좋아하는 아빠의 모습을 엄마의 심장소리를 통해서 느낄수가 있었어요 .엄마는 그런 아빠의 모습이 마냥 어린애 같아 귀여우시대요. 어찌아냐고요? 쉿! 이건 비밀인데요, 엄마가 아빠가 없는사이 저에게 말씀해 주셨는데요. 아빠는 어린애레요 그래서 내가 태어나면 우리집에 어른이 하나고 애가 둘이래요 헤헷...... 그말을 들으니까 아빠를 빨리 보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육아일기 3(꽃들이 작은 속삭임의 시작)
얼마전 부터, 아이의 `태동`이 잦아졌고, 강도가 세졌다. 이제는 앉아 있기도 누워있기도 힘이 들지만 아이의 꿈틀거림을 느낄 때마다 내 아이가 내 뱃속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 움직임을 나는 좋아했다. 남편은 이제 곧 얼마있으면 아이를 볼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지만 나는 산고의 고통이 점점 두려워 진다. 내가 아이를 잘 낳을수 있을까?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 날수 있을까? 라는 온갖 생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엄마의 생각이 났다. 그래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받았다. 엄마목소리를 들으니 괜스레 눈물이 나 울먹거려야 했다.
육아일기 4 <폭풍의 그림자>
이제 산달로 접어들었다. 출산 할 날이 일주일 정도 남았다. 창 밖에는 가을의 서늘한 그림자가 묻어 있었고, 피곤에 지쳐 일찍 잠에 들었다. 한참을 곤한 잠에 들다 나는 순간 이상한 꿈에 시달렸고 한 참이 지나서야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그때 갑자기 배가 아파 억제하기 힘들 정도가 되어 버렸다. 얼굴은 새하얗게 창백해져왔고 온 몸은 식은 땀이 흘렀다. 나는 잠에 깊이 빠져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잠에서 깨어난 남편은 피로 흥건한 이불을 바라 보고는 깜짝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고, 고통으로 신음하는 나를 보면서는 안절부절 당황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