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일어나 매일 1시간 30분 정도 달립니다. 억수같이 비가 오는 날도 거르지 않죠.
요즘처럼 추우면 귀찮기도 하지만 평소에 이렇게 충분히 연습해 두지 않으면 시합 때 치명적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날랜 다람쥐처럼 달리기를 잘 했다는 이봉주 선수의 말이다.
부산 아시안게임 마라톤 경기에서 그의 목에 걸렸던 금메달은 이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했던 피나는 연습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달리기는 잘 했으나 정작 1등은 해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빨리 달리는 것보다는 가쁜 숨을 참으며 오래 달리는데 더 재미있고 자신 있었다는 것이다.
해마다 아이들의 신나는 축제마당인 운동회를 보며 나는 그렇게 이봉주 선수처럼 '힘들다'는 불평 없이 오래 달리기를 하며 끝까지 참고 결승점까지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는 게 가장 가슴 벅차고 즐거운 일이다. 바톤을 주고받는 이어 달리기도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재미있고, 짧은 시간에 열심히 달리는 모습이 아름다운 단거리 달리기도 좋지만 역시 나는 오래 달리기를 하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상기된 얼굴과 가쁜 숨을 보는 게 가장 좋다. 아이들이 결승점에 들어올 때면 너무 장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얼싸 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마라톤 선수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42.195㎞를 완주하는 코스가 아닌 5㎞코스, 10㎞코스, 하프 코스 등 평소에 달리기를 꾸준히 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의 기쁨을 맛본다. 그 기쁨이란 힘들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만이 느끼는, 그 먼 길을 자기 자신과의 말없는 대화를 나눠본 사람만이 느끼는 기쁨이리라.
달리기를 하면 좋은 점이 많이 있다. 의사들이 말하는 달리기가 건강에 좋은 점을 살펴보면 '심근경색증 예방', '고혈압 예방과 치료', '당뇨병 예방', '비만 해소', '우울증, 불안증 치료', '골다공증 예방' 그리고 '관절염 예방'등 각종 병들을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 시작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꾸준하게 하는가가 더 중요한 일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달리기는 나이가 중요한게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동차 문화가 발달하여 옛날처럼 많이 걷고 뛰지를 않아서 운동회 때면 오래 달리기가 힘들어서 작은 수의 아이들만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특히 달리기를 평소에 꾸준히 하여 체력을 길러야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에 익숙해지면 자연히 마라톤 완주의 꿈도 생길 것이고, 황영조선수나 이봉주선수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을 빛낼 마라톤 선수가 될 것이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마라톤 코스처럼 우리 삶도 그것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달려야 할 마라톤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닮은 스포츠라니 얼마나 매력있는 경기인가!
나는 평소에 이런저런 핑계로 운동을 꾸준히 하진 못하지만 이처럼 달리기를 가장 좋아한다.
어느 마라톤 동호회 사이트에서 마라톤을 완주하고 쓴 에세이 중 인상에 남았던 글을 적어보며 이 글을 마친다.
' 깃발이 보인다 완주가 눈앞이다
샤워터널 지날 때 마음까지 소독하고
쉼 없이 뛰다보니 고지가 눈앞이다
피니쉬 라인 밟고 나니 다시 벗는 한 꺼풀
완주메달 목에 거니 달려오는 내 아들아
내가 달린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