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세상의 당당한 주인이 되자!
이해모(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에서는 동남아 지역 불교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자 선재역사문화탐방을 마련하였다. 처음으로 마련된 선재역사문화탐방의 주제는 “자신과 세상의 당당한 주인이 되자”로 하였다.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서 구도의 행각을 통해 자유와 열반의 길을 찾아나서듯, 미래를 열어갈 어린이 청소년들이 동남아지역 불교계 국가들을 탐방하면서 ‘진정 이 세상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자신과 세상의 당당한 주인으로서의 길을 열어가기를 염원하였다.
선재역사문화탐방 첫 방문지로 동남아 불교계국가 중에서 앙코르문명의 꽃을 피웠음에도 오랜 내전과 갈등속에서 우리나라 60년대 정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캄보디아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육로로 국경을 넘어 태국도 경유할 수 있도록 정했다. 캄보디아는 수도인 프놈펜을 제일 먼저 둘러보는 것으로 하였다.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에 먼저 가서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인천공항에서 프놈펜 대한항공 직항을 이용하여 프놈펜에 도착, 왕궁과 왓프놈사원, 국립박물관, 킬링필드 역사현장 등을 둘러보았다.
프놈펜이 수도라고 하기엔 초라하지만 그래도 곳곳에 베어든 역사문화적인 현장을 관람하고 참배하면서 캄보디아 수도의 현재 모습을 살필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기브 미 원 달러”를 외치는 어린 꼬마들의 애처로운 눈빛에 서글픈 마음도, 애잔한 마음도,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들의 삶을 내 자신의 잣대로 행복의 유무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냥 그렇게 바라만 볼뿐이다. 왓프놈사원에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염원하며 올린 108배정진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 불자들이 걸어야 할 길임을 다시금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투어슬랭형무소(옛 고등학교)에 들러 폴폿이 이끈 크메르루즈의 잔악한 고문과 학살의 모습들을 살피면서 그 어떤 이념과 가치와 사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람을 아끼고 존중하며, 인간 중심이 아니라 뭇 생명이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할 연기적인 관계임을, 평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 진정 붓다의 길이 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불과 30여 년 전에 일어난 킬링필드는 당시 전국민의 3분의 1인 무려 200여 만명이 죽임을 당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한 세대의 단절을 가져올 정도로 무참히 학살을 당한 현실 앞에 참연한 마음이 앞섰다.
프놈펜 일정을 모두 마치고 씨엠립으로 향했다. 무려 다섯 시간이나 되는 긴 여정이었다. 그래도 가는 길목에서 사람사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시장에 들러 과일도 사고 중간에 차가 고장나면 그곳을 쉼터로 삼으며 넉넉한 마음으로 이동하였다. 씨엠립은 캄보디아의 원래 수도였지만 지금은 앙코르유적과 더불어 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제2의 도시이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세상, 캄보디아를 실현해가는 BWC(Beautiful World of Combodia)에 들렀다. BWC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산하 로터스월드에서 직접 운영하는 아동센터이다.
BWC에서의 첫 느낌은 편안함, 행복감 그 자체였다. 드넓은 잔디밭, 아름다운 연못, 단정하게 자리잡은 아이들의 숙소와 식당, 진료소, 도서관,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법당에 이르기까지 15,000여 평의 부지에 아이들의 천국이 펼쳐져 있었다. 원장이신 성보스님의 인사말을 듣고 많은 분들의 정성이 담긴 후원금과 물품을 전달하러 센터에서 멀리 떨어진 부영중학교로 이동하였다. 부영중학교는 한국 부영건설이 건립한 학교로서 현재 1,2학년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화장실이 없어 교사나 학생들이 건물 뒤에 가서 볼일을 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부영중학교 운동장에는 우리가 지원한 학용품이 책상 위에 쌓여 있었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일스님과 선운사 주지이신 법만스님이 부영중학교 교장선생님께 학용품을 전달하였고, 축구공과 줄넘기도 함께 전달하였다. 그리고 십시일반 우리의 정성으로 4칸짜리 화장실을 짓기로 하고 기공식을 진행하였다. 한 달간의 공사를 마치면 근심걱정을 풀어주는 행복한 해우소가 탄생하니 참으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맑은 미소를 지닌 학생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다시 차량으로 비포장 길을 따라 르위아초등학교를 방문하였다.
르위아초등학교 전교생 310명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에 모여 재잘거리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로서 환영해 주었다. 학용품과 빵, 우유를 전교생에게 직접 전달하였고, 구충제와 축구공과 줄넘기는 학교편으로 전달하였다. 모두들 함께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원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함께 단체사진도 찍고 아이들과 개별적으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시간이 부족한 것이 연신 아쉽기만 하다. 아이들과 축구라도 한게임 하면 더없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 남긴 채 초등학교옆 르위아마을을 방문하였다.
동네 잔치라도 벌어진 듯 모든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르위아마을에는 가정여건이 좋지 않는 가정 150가구를 선정하여 쌀과 식용유, 라면, 의류들을 세트로 묶어서 전달하였다. 마을분들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더운 날씨이기에 직접 야자수를 준비해서 참가자들의 더운 목을 적셔 주었다. 여기에 한결같이 맑고 깨끗한 미소를 한껏 선사해 주었다. 마을분들은 비록 생활여건이 열악하지만 행복은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데 있지 않음을 일깨워주는 보살이었다. 이런 보살들을 친견하러 진리를 찾아다니는 우리는 선재동자이다.
어릴 적 마을공동체가 남아 있는 이곳이 정토 다름아니다. 씨엠림에서의 이튿날은 앙코르 유적지 탐방이다. 단 하룻만에 앙코르유적을 살펴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일주일이나 열흘 아니면 보름 정도는 직접 발품을 팔면서 다녀야 앙코르유적의 면모를 조금이나마 살필 수 있으리라. 그래도 어쩌겠는가. 정해진 시간 안에 마칠 수밖에... 먼저 타프롬사원을 방문했다. 타프롬사원은 앙코르유적의 원형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곳이다. 스퐁나무가 돌무더기의 유적을 감싸안으며 나무과 돌이 함께 공생하고 있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타프롬사원 참배를 마치고 바이욘사원에는 툭툭이를 타고 이동하였다. 둘씩 파트너가 되어 긴 행렬을 이루며 툭툭이를 타는 동안 스님이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하였다. 바이욘사원의 부조를 보고 관세음보살의 형상을 한 사면석불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미소를 한 번씩 흉내 내보면서 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이후 톤레샵호수로 이동하였다. 가는 길에 캄보디아 스님들의 수계의식행렬을 보았고, 한국의 건축 자본이 들어와 제방 공사를 진행하다 중단해버려 호수 본래의 모습을 상실해버린 안타까움도 목도하였다.
톤레샵호수에는 수많은 수상가옥들이 호수 양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수상가옥에는 학교도 있고 슈퍼도 있고 공업사도 있고 한국의 교회도 있었다. 닭도 키우고 돼지도 키우며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산다. 톤레샵호수에는 풍부한 민물어류가 있고 이러한 자원은 물새나 수생식물, 양서류가 살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여기에 호수 곳곳에 인간의 보금자리까지 마련해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자리를 옮겨 앙코르유적의 백미인 앙코르와트를 참배하였다. 12세기의 중반에 건립된 앙코르와트는 수리야바르만 2세가 건립한 바라문교 사원이었다.
이후 불교사원으로 변모하였으며 역사의 부침을 거쳐 앙코르왕조는 13세기 말부터 쇠망하기 시작하여 15세기 경에는 완전히 멸망함에 따라 앙코르와트도 정글 속에 묻혀버렸다. 1861년 프랑스 박물학자인 앙리무오에 의해 발견된 이후 이 지역은 수차례의 전쟁으로 대부분의 문화재가 파괴되었고 외국으로 유출되었다. 아쉽게도 보수공사로 인해 수미산을 상징하는 공양탑 정상에는 올라갈 수가 없었다. BWC 숙소로 돌아와 일행들은 바로 앞마을 결혼잔치집을 찾아가 마을사람들과 어울려 춤도 추고 음식도 나누면서 신나는 여흥을 즐겼다.
BWC에서의 마지막이자 캄보디아의 마지막 밤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보냈다. 쏟아지는 별빛에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을 느끼며... 아침공양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법당에 모여 명상을 하고, 법당 바로 맞은편에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와 대한불교조계종제24교구본사 선운사 이름으로 두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햇볕이 강한 곳이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나무그늘이 되기를 발원하였고, 식수를 마치고 BWC 사무국장으로부터 아동센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곳곳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넓다란 잔디밭에서 기념촬영을 하였다.
이후 3시간 반 동안 이동을 하여 씨엠립에서 캄보디아 국경도시 포이펫에 도착해 점심공양을 마치고 수속을 밟아 태국 땅을 도보로 건너갔다. 태국 국경 아란야 쁘라텟을 거쳐 파타야로 이동하는 길에 비가 세차게 내렸다. 중간에 코끼리공원에 들러 악어쇼를 관람하고 200미터가 넘는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황금암각불에서 생명평화 기도문에 따라 108배를 올렸다. 무더운 땡볕이지만 햇볕을 피해 그늘 잔디밭에서 스님들과 참가자들이 함께 모든 이들의 평화와 행복을 염원하고 각자의 삶을 성찰하는 108배를 올리니 다들 뿌듯한 마음이다.
다시 이동하여 파타야에 도착하니 해변도시가 펼쳐졌다. 호텔 야외 뷔페식당에서 해물요리로 공양을 하고 별도로 마련된 무대에 올라 노래와 춤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탁발의식에 참여했다. 비록 스님들의 긴 행렬은 볼 수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활기넘치는 아침시장에서 꽃과 과일을 사서 스님들께 공양을 올렸다. 숙소로 돌아와 아침공양을 마치고 작은 배를 타고 산호섬으로 이동했다. 맑고 깨끗한 산호섬에서 신나는 물놀이도 즐기고 바나나보트도 타고 휴식도 취하며 그간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냈다.
낙하산 타기는 정말 짜릿했다. 일정에는 없었지만 법일스님께서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체험비를 제공해주었다. 보트가 낙하산을 이동시키며 바다 위에 둥둥 떠서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는 소중한 체험은 스릴 그 자체였다. 산호섬에서의 체험을 마치고 100만 여평의 대지에 펼쳐진 동양최대 자연테마파크 농눗빌리지에 도착해 민속춤과 코키리쇼를 관람하였다. 코끼리쇼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였지만 악어쇼와 마찬가지로 야생동물을 길들여 인간을 위해 쇼를 펼치는 것이 바람직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끼리 트레킹까지 농눗빌리지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야시장에 들러 간단한 기념품도 구입하였다. 숙소로 돌아와 함께 참여해 생일을 맞은 상형이의 생일잔치를 열었다. 선운사 주지스님께서 구입한 생일 케익도 자르고 샴페인도 터트리며 노래도 하면서 파타야의 밤이 저물어갔다. 이제 마지막날이다. 방콕으로 이동해서 조금은 지친 다리를 이끌고 왕궁을 참배하고 왕궁 안에 있는 에메랄드불상을 모신 왓프라께우사원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도 살폈다. 그리고 왕궁 옆 짜오프라야강으로 이동해 배를 타고 수상가옥과 새벽사원을 둘러보았다.
태국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위해 킹파워부페로 이동하는데 태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교통정체가 심했다. 그렇지만 방콕의 모습을 2중버스 위에서 살필 수 있으니 교통지옥이 그리 불편하지만은 않다. 킹파워부페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면서 선재역사문화탐방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방콕 스완나폼국제공항에서 늦은 10시 45분 비행기에 몸을 실으니 다음날 아침 5시 5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선운사에 들러 점심공양을 하고 함께 참여하신 강주 법광스님이 내주신 보이차도 마시면서 선재역사문화탐방 소감문을 작성하였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에서는 매년 여름에 진행하는 어린이생태학교와 더불어 어린이 청소년 포교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코자 선재역사문화탐방을 마련하였다. 캄보디아 포놈펜에서 씨엠립으로, 씨엠립에서 국경을 넘어 태국의 파타야로, 다시 방콕으로 긴 거리를 육로로 이동하는 힘들고 긴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함께 참여한 다섯 분의 스님을 포함한 22명의 참가자들이 좋은 팀웍, 환상의 콤비를 이루어 다들 행복하고 뜻깊은 추억의 시간이 되었다. 제2회 선재역사문화탐방은 2011년 1월, 히말라야왕국이 펼쳐져 있는 네팔로 떠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