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회 설악산 대청봉에 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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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4일 토요일, 첫째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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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신이 내린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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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동서울터미널 부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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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나올때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다행히 그쳐가는데 좀전에 지하철에서 처럼 웬 사람들이 |
이렇게 많은지 일행들을 찾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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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에 도착해서 아침식사를 하려던 당초계획을 등반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동서울터미널 |
버스 출발전에 조찬모임으로 대체하자는 일부 야무진(?) 생각은 완전히 물건너 갔고 출발시간 |
10분전까지만 해도 참가자 전체가 한곳에 모이질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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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길 터미널에서 가족을 찾는 것처럼 모바일 통신에 의지하고서야 간신히 만날 수 있었는데 |
그것도 출발 대기 장소를 벗어나 주차장 한복판에서 숨가쁘게 찾아오는 승객들을 기다리던 |
버스 앞에서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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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전에 사우디에서 귀국했던 이향희 회원이 뒤늦게 합류의사를 밝혀 오는 바람에 오늘 |
참가인원은 총 9명, 모두들 여느때와는 달리 복장과 장비부터가 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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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다들 이른 새벽부터 설악산 대청봉으로 떠나는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인지 표정도 |
조금은 긴장한 듯한, 몇몇 분들에게서는 비장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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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3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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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을 거쳐 한계령으로 향하는 6시30분 발 버스는 좌석을 모두 채우고 등산객들의 |
베낭으로 통로까지 꽉 막고 나서야 천천히 터미널을 빠져 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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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6시 35분 출발 버스 티켓(평소엔 30분 간격이지만 주말엔 |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5분 간격 배차)을 구매한 이향희회원이 혹시 빈자리가 생기면 같이 |
갈 생각으로 다가섰다가 이미 버스앞에 서 있는 대기 승객들의 줄을 보고는 이내 발길을 |
돌려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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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새벽이라 그런지 연휴 첫날인데도 경춘고속도로는 시원하게 열려 있었고 홍천에서 |
일부 승객을 내려 줄 때까지 조금도 지루함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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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을 지나면서 44번 국도를 이용하는데 신호 대기를 제외하면 차량들이 제법 많이 늘어 |
났었는데도 중간에 휴게소를 들릴 수 있을 만큼 순조로운 운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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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5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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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도착 예정 시간이 대략 출발부터 2시간 20분후였는데 그 시간에 버스는 장수대 입구에 |
도착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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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분 늦은 걸까? 아니나 다를까 이향희 회원에게서 전화가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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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시냐고? 자기는 벌써 도착해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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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늦게 출발한 버스가 10분 먼저 도착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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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를 조금 넘어 도착한 한계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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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부터가 다르다. 자켓을 꺼내 입어야 할만큼 공기가 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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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켓을 꺼내 입을 만큼 여유가 없었다. 서둘러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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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대피소 인터넷 예약에 실패했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마감하는 소청 대피소를 목표로 |
서둘러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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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한계령 동남쪽 산줄기와 그림처럼 걸쳐 있는 구름이 참 조화롭게도 |
잘 어울려 있다고 감탄하면서 일행들은 각자 준비해야 할 일들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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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4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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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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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2박 3일 일정의 대청봉 등반이 시작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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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경사가 조금 급한 콘크리트계단, 출발부터가 부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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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에서는 그래도 견딜만했던 배낭무게가 심하게 어깨를 눌러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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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배낭이 터질 듯하게 많이 담아 왔는데 걱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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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낭무게가 끝내 말썽을 부릴 줄 여기선 생각하지도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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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계단을 지나 설악루, 본격적인 산행전에 마지막 점검을 위한 장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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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문이 붙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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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서두르다 심장마비 사고가 있었던 곳이니 각별한 유의가 필요한 곳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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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험한 곳이기에 저런 살벌한(?) 문구가? 라고 심각해 하면서도 다들 각오하고 시작한 |
산행이어서인지 모두들 담담한 표정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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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는 고평식 회원과 권오수 회원이 이끌고 조남송 석좌회원, 이향희회원이 그 뒤를 따라 |
선두와 후미 그룹의 페이스를 조정하였고, 최해익회원 부부가 평소와 같이 조용히 그러나 |
조금도 뒤쳐짐이 없이 따라가는 대형을 이루고 마지막 후미그룹으로 송회장과 이번산행에 |
특별 게스트로 참가한 송회장 친구분이 산악회장과 같이 이동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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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던 설악산은 30여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가파른 경사였고 아무리 |
위를 쳐다 보아도 끝이 보이질 않았는데 권오수 회원이 평소와 다르게 치고 오르질 못한다. |
한계령으로 오는 버스안에서 오른발 발등에 며칠전부터 통증이 있었다고 말해 서로 걱정은 |
했었는데 뒤에서 보니 걷는게 영~불편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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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번 산행을 위해 대형 배낭을 마련하고 무얼 그리 많이 담아 왔는지 위아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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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공간도 없을 만큼 꽉찬 배낭이었으니 얼마나 무거웠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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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여를 지나자 대형이 바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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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회장과 함께 후미그룹에 있던 친구분이 선두로 나서고 사우디에서도 체력단련을 했는지 |
산악회장이 밤새 준비한 냉동 막걸리와 얼음 소주 8병을 추가로 짊어지고도 펄펄 날아 다닌 |
이향희회원이 고평식 회원과 함께 대형을 이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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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사람은 소청대피소 확보를 위한 특수 결사대로 선정되어 전대원들의 산상숙박의 운명을 |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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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4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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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서북능선으로 이어지는 한계령코스는 멀고 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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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산마루와 골짜기를 지나 서북능선 삼거리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4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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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휴게소로부터 2.3km 지점을 2시간여 만에 도달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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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대청봉까지가 6Km, 단순 계산으로 이 속도로는 예정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았다. |
소청까지 3시 전후로 도착해야 선착순 숙박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을 |
마련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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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부터는 그래도 순탄한 능선길, 1시간을 더 가서 일행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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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서로를 격려하며 점심시간을 가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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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 1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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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휴게소에서 구입한 도시락을 2인1조로 나누고 막걸리를 한잔할 요량으로 술병을 꺼내 |
보았는데 아뿔싸!? 막걸리는 아침에 얼어있던 상태 그대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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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에서의 시원한 얼음 막걸리를 상상하며 밤새 냉동실에서 숙성(?)시키고 혹 녹을까봐 |
신문지로 돌돌 말아 포장까지 해 왔는데 설악산의 낮은 기온 탓에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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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그곳에서는 아직 꽃망울이 터지지도 않았고 도시에서는 벌써 봄을 지나 여름으로 |
치닫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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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막걸리 한잔은 하고 싶은 것 같은데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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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반으로 갈라 얼음을 부숴 녹여도 보고, 흔들어도 보았으나 한번 단단히 얼어 있는 막걸리, |
대원들의 애만 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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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소주는 완전히 녹아 있어 막걸리 얼음에 소주를 섞어 마시는 소주칵테일이 개발되었다. |
요란한 식사를 마치고, 일행들은 소청 숙박권 획득을 위한 결사대원 3명을 선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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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완주 5번에 빛나는 이향희회원, 현역시절 울산공장 산악회장과 보병부대 소대장 출신 |
경력의 고평식회원, 송회장님 친구라고 해서 유유상종이겠거니 했는데 출발시부터 보여준 |
범상치 않은 포스의 소유자 이병국사장님, 이 세분이 이번 설악산 등정의 산상 숙박을 책임질 |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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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결사대를 출정시키고 주변을 정리하고 나서 출발하려는데 문제가 |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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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내내 말썽을 부렸던 권오수 회원 다리 근육에 끝내 트러블이 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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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경련, 쥐가 내린 것이다. 그것도 두 다리 허벅지가 모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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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는 날다람쥐라고 불릴 만큼 날쌘데다가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 |
와 지식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는 전문가인데 아마도 무거운 배낭이 무리였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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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은 바쁘고 대책은 없고, 진퇴양난이 이런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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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틀림없이 돕는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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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에서 걸어오던 일단의 등산객들이 이 광경을 보더니 약을 먹어야 된다며 알약 2개를 |
건네 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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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전까지만 해도 한걸음 걷기가 벅차던 권오수회원, 약을 먹고나서는 신기하게도 통증이 |
없어 졌다며 앞서 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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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신비의 명약이라 하더라도 그럴리가 없는데 하고 의아해 했지만 본인이 괜찮다고 |
하는데 어쩌겠는가? 결국 좀 나아지긴 했지만 경련은 얼마가지 않아 재발되었고 중청에 |
도착할 때까지 풀렸다, 뭉쳤다를 계속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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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걷히면서 내일 아침 대청봉 일출에 대한 희망이 살아 난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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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햇살이 걷는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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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기념촬영을 핑계로 어김없이 쉬었고 간식 나누어 먹는 재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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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과 함께했는데 지금까지 꿋꿋히 잘 따라오던 송회장님과 최해익회원의 다리 근육에도 |
피로가 온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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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파티에 눈이 어두워 대원들 체력은 생각하지도 않고 각종 음식을 준비하게한 산악회장의 |
욕심이 대원들을 다 잡는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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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본인도 삼겹살 15인분을 냉동시켜 담아 오는 바람에 어깨 근육에 통증을 느끼고 있는 |
상태라서 더욱 미안하고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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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두분은 그렇게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서 페이스는 눈에 띌 만큼 현저히 떨어졌지만 |
조금씩 천천히 앞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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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5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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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대로부터 전화가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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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대피소 진입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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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기도하고 기대했지만 이미 오전 11시에 마감되었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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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출발하는 등산객들이 많다고 하더니만 오늘같이 주말 3일 연휴가 있는 날인데 애당초 |
선착순 가능성을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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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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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에서 어찌됐든 비집고 들어가서 숙박을 해결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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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급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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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대에게 중청 테라스에 공간을 확보하라고 요청하고 혼자라도 먼저 서둘러 가야했다. |
길고 지루한 산길을 지나 고지를 확보하는 마지막 돌격조 같은 심정으로 깔딱고개같은 경사를 |
지나자 드디어 사방이 훤~해 지면서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환영해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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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610미터의 끝청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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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능선 전체가 조망되고 멀리 가리봉과 귀때기청봉까지 발아래로 굽어 볼수 있는 곳이다. |
동쪽으로는 멀리 동해바다까지 볼수 있는 명소에서 아무리 바빠도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
뒤에 오는 일행들을 기다려 인증샷도 가져야 했고 이렇게 멋진 경치는 함께 나누어야 했다. |
선발대에서 전화가 빗발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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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이냐고? 중청에도 사람이 넘쳐 공간 확보가 힘들 것 같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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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에서 안내방송을 계속 내보내고 있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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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이 안된 사람들은 방법이 없으니 고집부리지 말고 빨리 오색으로 하산하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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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떼를 써봐도 소용이 없을 것 같으니 빨리 와서 어떻게 할 건지 결정해 달라는 것이다. |
무조건 오늘 밤은 중청에서 보낼 것이며 하산은 내일 예정대로 설악동으로 한다고 하고 |
서둘러 중청으로 향하는데 1.2Km 거리가 10Km는 되는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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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은 중청대피소 건물이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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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 산마루에 있는 기상관측소 시설을 우회하여 산모퉁이를 돌자 드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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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대피소 건물이 눈앞에, 해발 1,708미터의 설악 최고봉 대청봉이 화려하진 않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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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한 자세로 "Welcome to sorak"을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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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에 펼쳐진 공룡능선의 장대함과 멀리 울산바위의 화려함, 그리고 동해바다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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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 포커스를 맞춰도 한폭의 그림이 되고 멋진 작품사진이 될 것 같은 경치에 취해 |
한동안 걸음을 멈추고 감상하고 있는데 대피소 한켠에 자리를 잡고 본진 일행들을 기다리던 |
고평식회원이 귀환용사를 환영하는 사단장같은 표정으로 크게 손을 흔들며 맞이해 준다. |
오후 4시 3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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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진 6명의 회원들이 무사히, 고통은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중청대피소에 모두들 도착했다. |
예정보다 도착시간이 지연되자, 중청과 소청을 뛰어 다니며 숙박여부를 알아보던 이향희회원이 |
500미터 앞까지 마중을 나와 일행들을 맞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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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향희회원 체력의 한계는 어디? 아무튼 당신은 진정한 요산인(樂山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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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들은 했지만 대청봉이 주는 정기때문이지 얼굴엔 환한 웃음이 가시질 않았고 그동안 |
얼음이 녹아 완벽하게 만들어진 막걸리 한잔으로 온몸의 피로를 깨끗이 씻어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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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도 잠시, 이제부터 다시 전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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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모두 경쟁자들이니 조용히 그러나 민첩하게 자리를 확보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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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테라스에선 침낭없이 취침하기가 불가능하므로 취사장으로 일단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
다행히 취사장엔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아 우리 9명의 대원들이 식사하고 취침하기엔 충분했다. |
일단 배낭으로 각자 잘 곳을 선점해 놓고 취사준비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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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한 속셈으로 서로들 본인 배낭 속에 있는 음식들을 경쟁적으로 내놓는다. |
삼겹살이 묵은지와 함께 구워지고 라면과 햇반이 준비되면서 그렇게 기다리던 요산요주~ |
좁은 취사장에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구호는 소리를 낮춰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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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낮았지만 다정스럽고 경쾌하게 요산(樂山)~ 요주(樂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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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가져 온 것 같다고 했지만 소주 16병이 금새 동이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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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경련으로 고생하신 권오수회원이 중청도착의 기쁨을 만끽하려는지 건배를 주도하면서… |
저녁 9시 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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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취사장을 선점해온 사람들이 자리를 굳히기 위한 것인지 9시를 조금 |
넘기자 모두들 취침 준비가 한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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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매트를 깔고 담요를 덮고, 배낭을 베개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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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경련, 쥐가 내려 고생한날, 우리는 오늘을 쥐가 아닌, 신이 내린 날이라고 칭하기로 했다. |
전등 스위치를 내리고 어둠속에 주위가 조용하는가 싶더니 한쪽에서부터 코러스가 시작된다. |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긴장의 연속이었던 첫째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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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걱정이었던 취침문제가 해결되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아 밖으로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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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팔에 자켓을 입고서도 밤공기는 냉~했지만 상쾌하고 신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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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하늘의 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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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기 참~아깝다 하고 중얼거리는데 뒤에서 찾는 소리가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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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조남송 석좌회원님, 고평식 회원님의 정서는 궤를 같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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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속초시 야경과 동해바다 어선들의 집어등도 확인해보고 실로 오랜만에 북두칠성과 |
카시오페아자리, 북극성의 위치 까지 찾아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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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에서의 밤의 정취에 취한 3인의 잠못이룬 산사나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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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다음날 대청봉 정상에서 일출 감상후에 요산요주로 사용하기 위해 조남송 회원님이 |
준비한 꼬냑을 나눠 마시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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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이 아닌 어둠속의 취사장에서 남성호르몬 충만한 듯한 목소리의 이름모를 여자에게서 |
시끄럽다는 핀잔까지 들어가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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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둘째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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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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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장 벽에 붙여 놓여진 탁자위에서 배낭을 베개삼아 잠들었는데 바닥의 찬기운이 잠을 깨운다. |
지붕의 일부가 투명한 수지판으로 되어 있어 누워서 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호사까지 누렸는데 |
바닥에서 잠자던 대원들중에 누군가가 일어나는 기척이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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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의 잠을 방해할까봐 조용히 누워 고개만 돌려 확인해 보니 이향희회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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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행을 준비하려는지 다리를 들어 자전거 타는 자세도 취해보고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
스트레칭까지…역시 체력은 그냥 얻어 지는게 아니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가질수 있는 것이었다. |
날씨가 좋아 대청봉 일출을 잔뜩 기대하고 일찍 일어나 올라갈 준비를 하고 싶었는데 곤하게 |
잠들어 있는 대원들 생각에 망설이고 있는 터에 다행이었다. 동료가 생겨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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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조용조용 얘기하려 하는데 두세사람이 부스럭거리며 일어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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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3시 아침식사조가 만들어 졌고 옆에 있는 또 다른 취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라면과 |
햇반으로 새벽 식사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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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쪽 취사장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식사준비에, 출발준비에 분주했고 그 바쁜 시간에도 |
여자들은 헤드랜턴 불빛에 손거울을 들고 꽃단장에 정신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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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예상 일출시간이 5시 8분이라고 하니 늦어도 4시 30분에는 대청봉으로 출발해야 했다. |
새벽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계단에, 통로 한쪽에 모두 등산객들이 잠들어 있었다. |
침낭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부르조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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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파커 차림으로 온몸을 비닐로 둘둘말아 바닥에 웅크리고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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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 식탁위에도 의자에도 모두들 사람들이 잠들어 있었고 테라스에서 공간을 확보하지 |
못한 사람들은 건물밖 길위에, 풀섶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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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경외할 만한 풍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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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큰 행운이고 커다란 축복이었다고 생각하면서 |
취사장에 돌아오니 이곳에서도 사람들이 모두 다 기상하여 아침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
새벽 4시 3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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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아침식사조는 주변을 정리하고 4시 아침식사조가 식사를 마치면서 둘째날 등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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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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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대청봉의 일출을 기대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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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배낭을 중청에 두고 왔기 때문에 헤드랜턴에 의지하며 어두운 |
산길을 올랐는데도 5시 훨씬 전에 대청봉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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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회장 친구분이 대청에 많이 올랐었다고, 중청에서 배낭을 지키고 있겠다고 해서 대원들은 |
배낭을 맡길 수 있었고 산악회장은 대청봉에서의 요산요주 세리머니에 필요한 소품들을 |
가져가야 했기 때문에 배낭을 소지했는데 어제밤에 삼겹살 15인분을 모두 처리했기 때문에 |
어제에 비하면 배낭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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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하기 좋은 대청봉 표지석 바로 뒤에 일행들이 자리를 잡고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데 |
여명속의 속초시내와 멀리 동해바다위의 어선 집어등이 그렇게 평화로운 수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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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위로 구름이 얹혀 있는 양상이어서 물 속에서 태양이 솟아 오르는 광경은 볼 수 없겠지만 |
구름을 비집고 올라오는 일출은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날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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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준비했는지 나침반을 꺼내 동서남북을 확인하고는 해뜨는 위치를 미리 예측해 보는 |
고평식회원, 역시 예비역 장교다운 세심한 산행준비, 또한번 대원들을 감동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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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1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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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하늘에 붉은 기운이 돌면서 조용히 앉아 동해바다 쪽을 응시하고 있던 등산객들이 |
술렁거리기 시작했는데 누군가가 "해다"라고 외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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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위에 엷게 드리워진 구름 중간 틈으로 수줍은 듯한 새색시처럼 빠~알간 홍조빛 얼굴을 |
살포시 드러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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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부분일식이 있던 날, 표면을 검게 그을린 유리조각을 통해 보던 그 분위기의 태양, |
명도는 어두운 편이었지만, 채도는 맑고 선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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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소리가 들리고 모두들 자기들만의 영상을 담아내려는지 대청봉이 |
일순간 왁자지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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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더 이상 육안으로는 눈이 부셔 볼 수 없게 되자 여기저기서 |
기념촬영이 한창이고 특히 대청봉 표지석 주변엔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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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회원님들, 여유있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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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또다른 세리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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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로 참가하신 이병국사장님이 고맙게도 중청에서 배낭을 보관하고 계시는 바람에 |
대청봉 정상에서의 요산~요주 세리머니는 순수하게 우리 화사회 회원들만 참가한 셈이 되었다. |
세리머니에 사용할 술은 송회장님이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었다던 조니워커 |
블루라벨, 화사회원말고 누가 더 귀한 손님이겠냐며 기꺼이 내 놓으셨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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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는 소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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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프로선수들이 챔피언 등극시 하나씩 들고 있던 시가, 그 시가와 모양과 색깔이 흡사한 |
소시지를 준비하여 대청봉 정상에 오른 챔피언의 기분을 제대로 내보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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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를 시가처럼 손가락에 끼우고 앙증맞은 스테인레스 양주잔으로 천하를 제패한 것 같은 |
기분으로 소리친 요산~요주, 그 순간 만큼은 모두 행복해 했고 뭐하나 부러울 것이 없었다. |
양주 한병을 모두 비우고나서 대청봉 표지석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는데 어젯밤에 모두 마신줄 |
알았던 조남송표 꼬냑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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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항해사처럼 말술도 부족할 것 같았던 어제밤 분위기에서도 정상 세리머니를 위해 |
음주 수위를 조절하고 계셨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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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냑은 있었는 줄도 모르고 있던 회원님들, 맏형의 세심한 배려덕분에 대자연의 품속에서 |
꼬냑의 향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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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적지근한 세리머니를 마치고 대청봉 표지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데 바로 옆 조그마한 |
표지석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부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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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표지석인가 하고 봤더니 아~"요산요수(樂山樂水) 표지석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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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에 우리 산악회 공식 구호 표지석이 있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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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반가워 품에 안으려고 했는데 너무 작아 쏙~빠져 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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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과 함께 요산요수 표지석까지 인증샷을 마치고 대청봉을 내려온 시각이 대략 5시 30여분 |
무슨 큰 행사를 성황리에 마치고 내려온 것 같은 감흥이 남아 있는데 현실은 아침의 시작이었다. |
중청에서의 아침은 새벽시장의 그것보다 더욱 생동감이 넘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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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도착하는 사람, 중청에서 1박하고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 그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
떠나는 사람까지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이곳에 오면 금방이라도 일어나 뛰어 다닐 것 같은 활력이 |
넘쳐 흘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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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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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을 뒤로 하고 중청대피소를 떠나 소청을 향해 출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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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목숨걸고 잡으려고 했던 소청대피소를 저 아래 두고 이제는 여유있는 마음으로 눈앞에 |
펼쳐진 내설악의 장쾌함을 감상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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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운각에서 부터 시작되는 공룡능선, 대원들의 컨디션만 좋으면 한번은 꼭 가보고 싶던 그곳 |
설악 한가운데서 숨은 보석처럼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소청에서 봉정암을 지나 이어지는 |
왼편의 용아장성과 지금은 휴식년제로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오른편의 화채봉과 화채능선 |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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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려가면 언제 또 찾아 오겠나?라고 생각하니 걸음도 떨어지질 않아 한동안 계단에 앉아 |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보고 또 봐도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경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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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너무나 많은 오늘 산행이라서 충분히 쉬고 충분히 보고 가자고 |
했는데도 무얼 그리 빨리 찾아 가는지 좀처럼 선두그룹을 볼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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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을 일일이 촬영한다고 위 아래로 열심히 뛰어 다니는 이향희회원만 자주 눈에 띌뿐… |
송회장님이 어젯밤 중청에서의 하룻밤에 설악의 정기를 완벽하게 흡수하였는지 몸놀림이 |
달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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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도 뒤처짐이 없이 바위틈을 따라 내려오는 험난한 코스에도 거침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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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송 석좌회원님 이걸로 대청봉은 마지막이라 하면서도 여유있게 동행하시고 희운각에 도착 |
할 때까지 한번도 흐트러 짐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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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30분 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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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이냐~ 천불동계곡이냐~ 하산 루트를 결정해야 하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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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으로는 대원들의 컨디션을 감안하여 이미 불가능한 루트로 결정한 바 있지만 혹시나 |
하는 마음으로 충분히 휴식하면서 전 대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희운각에 자리를 마련했다. |
새벽 3시 아침조가 시장기를 느낄 것 같아 식사준비를 하려는데 4시 아침조까지 동조한다. |
하기야 1시간 간격에 그것도 라면에 햇반을 요기처럼 하고 왔으니 배고프기는 같을 것이다. |
코펠 하나에 라면도 끓여야 하고 햇반도 데워야 하니 묘안이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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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을 라면 속에 그대로 넣어 만든 라면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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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도 귀찮다고 꺼내지 않은 상태에서 라면 봉지를 그릇 삼아 라면죽을 먹는 장면이 조금 |
짠~하기는 하였지만 역시 시장은 최고의 반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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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표정도 즐겁고 입도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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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완전히 라면죽~이네"……. "라면~ 쥑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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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죽을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해치운 일행들, 이제나 저제나 오기를 기다리던 최해익회원 |
부부가 그때까지도 나타나지 않자 걱정이 태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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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으로 봐서는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았을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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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운각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곳에서 송회장님이 두사람을 보고 먼저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 |
그래~ 희운각에 도착해서 이향희회원이 한말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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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송회장님이 최해익 회원 부부를 추월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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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송회장님, "나라고 항상 마지막이 아냐, 다음엔 여기서 누가 나한테 추월당할 지 몰라." |
라고 기염을 토하지 않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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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분을 더 기다려 보고 이향희회원이 내려온 길을 다시 300여 미터나 거슬러 올라가 보았는데 |
보이질 않는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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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를 보냈는데도 응답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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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희운각은 거쳐 가야 하는 길이고 그냥 지나치기 전에는 틀림없이 만나야 하는 곳인데 |
갑자기 행방이 묘연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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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도착하는 등산객들에게 두사람의 인상착의를 말하고 내려오면서 비슷한 사람 못보았느냐고 |
물어 보았으나 한결같이 보지 못하였다는 대답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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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가능성은 하나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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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분의 성품으로 볼 때 희운각에 도착해서 일행들을 찾아 보긴 했는데 너무 늦게 도착했다는 |
마음의 부담때문에 아마도 대충 훝어보고 보이질 않자그대로 통과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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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보이지 않는 일행들을 따라 잡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이동했을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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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평식회원이 양폭대피소 방향으로 급히 내려가서 두사람을 확보하면 연락을 주기로 하고 |
먼저 출발했고 나머지 대원들도 천불동 계곡으로 방향을 잡아 이동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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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으로 가는 갈림길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는 미련때문인지 잠시 발걸음이 멈춰지기도 |
하였지만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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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을 놓쳐서 정신없이 앞만 보고 간 두사람의 심정을 생각하면 축지법이라도 써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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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따라가 정말 앞에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뿐이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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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간 사람들로부터도 소식이 없고 계곡이라 그런지 IT 강국이 무색할 만큼 통신두절 상태가 |
한동안 계속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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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동 계곡 좌우로 펼쳐진 기암들과 바위틈 사이로 자라는 나무들, 경치에 취해 감탄사를 |
연발해야 하는데도 그저 참~좋다만 읖조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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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폭을 몇미터 앞에 두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데 |
마치 그곳에 있으면 천당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천당폭포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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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가로 질러 설치한 다리위에서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보고 폭포수 아래로 흐르는 |
물줄기를 따라 청정수 안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하고 찾아도 보았는데 |
머리속엔 온통 최해익회원 부부와 고평식회원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을까하는 생각뿐이어서 |
눈에 들어 오는 것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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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폭포가 마지막 폭포라는 안내문을 보고 내려 왔는데 또 폭포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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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던 분당의 알부자 조남송 석좌회원님께 물어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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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폭포 이름이 뭔지 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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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모르겠네~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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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밑에 있는 폭포니까 분당폭포아니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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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보자고 한 얘기였는데 분위기만 썰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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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조금 내려오자 휴게소같은 건물이 보이고 유원지에서 처럼 많은 사람들이 물속에 발을 |
담그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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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폭 대피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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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눈에 쌍심지를 켜고 살펴보았다. 최해익회원 비슷한 사람이라도 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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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이거 큰일 벌어진 것 아닌가~하는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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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폭대피소 건물앞 커다란 바위 위에서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속에 발을 담근 두 사나이가 |
어깨를 들썩이며 손을 흔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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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미소의 이향희회원과 조금은 미안하고 머쓱한 표정의 최해익회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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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희는 언제 또 저기까지? 모두들 뒤에서 오고 있다고 말하던데~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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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다가서니 장덕기여사님 얼굴이 보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평식회원도 물속에 |
발을 담근채 일행들을 맞이해 주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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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폭대피소에서는 꼭 다시 만날 것이라고 기원도 해보고 확신도 가졌었지만 사실 만나기 |
전까지는 걱정이 떠나질 않았기 때문에 이산가족 해후 이상으로 반갑고 고마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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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들어 보니 예상대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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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사람들에게 조금도 폐를 끼치지 않을 것 같은 두분이었기 때문에 일이 벌어 진 것이다. |
거기에 완전히 원기 회복하여 거침없는 산행을 보여주신 송회장님이 일조를 하셨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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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인 즉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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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운각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곳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송회장님이 두사람을 추월하였고 |
이제 우리가 마지막인가 보다하고 부지런히 따라 붙었는데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는 것이다. |
희운각에서 사람들을 찾아 보긴 하였다는데 아마도 마음이 급해져 있는 탓에 아무도 눈에 |
들어오질 않았던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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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산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한 두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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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송회장님은 따라 잡을 수 있을텐데 하고 속도를 내보았는데 한참을 가 보아도 |
안되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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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두사람도 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해 보려고 했는데 통신 불능 지역이라서 |
하는 수 없이 양폭까지 내려와 진을 치고 있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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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끼쳐 미안하다며 캔커피를 사서 계곡물에 담가 놓고 도착하는 대원들에게 건네주는 |
최해익회원의 정겨움과 산행일지에 오늘일은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장여사님의 순수함이 |
즐거운 산행길을 더욱 유쾌하게 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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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4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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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시원한 계곡물에서 물놀이(?)를 마치고 남아있던 음식재료를 모두 꺼내어 이른 점심까지 |
해결한 대원들, 이젠 발걸음까지도 경쾌하게 비선대를 향해 출발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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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송회장님이 선봉에 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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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에서는 언제나 후미그룹에 있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지 특유의 뚝심으로 비선대까지 |
선두를 놓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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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조건의 산행이었는데도 끝까지 함께 해준 친구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같기도 하고 |
대청봉 정상을 밟을 때까지 밀어주고 이끌어 주던 회원들에게 화사회장의 건재함으로 경의를 |
표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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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송회장님의 또 다른 모습에 모두들 즐거워 했고 비선대를 지나 소공원까지는 산책하는 |
가족들 처럼 밝고 다정스럽게 서로를 격려해 주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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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3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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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 입구를 지나면서 일반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공원 입구 주차장과 택시 |
승강장엔 들어오는 사람들, 나가는 사람들, 밀려오는 차량들로 일대 혼란을 이루고 있었다. |
대포항 횟집 차량을 지원받아 온천에서 콘도까지 이동하려던 계획은 보기좋게 거절당했고--주말 |
관광객이 넘치는 바람에 설악동으로는 아예 택시도 가기를 꺼린다고--택시라도 타보려고 |
하였지만 들어오는 택시보다도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증가 속도가 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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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온천은 포기하고 일단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기로 하였는데 버스정류장에도 |
길게 늘어선 줄이 50여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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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을 기다려 근근히 버스에 올라 이동하는데 속초시내엔 왜 그렇게 차가 많은지 시내를 |
통과하여 장사항까지는 1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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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에 올라 백두대간과 호흡을 같이한 대원들이었지만 늘어지는 버스 안에서 서 있는 게 |
무척 힘들어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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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 넘치던 설악에서의 모습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장사항에 도착한 모습들은 피곤에 젖어 |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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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공급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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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횟집 이름은 뱃고동, 어디에 있는지 항구 일대를 살피고 있는데 항구 멀리 안쪽에 |
입간판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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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2층에 자리를 잡고 메인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맥소 말아주가 날아 다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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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안에서 진이 다 빠진 듯했지만 시원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술 한잔에 완전 기력회복. |
막내 이향희회원부터 게스트로 오신 이병국사장님까지 9인의 멤버가 모두다 설악산 종주 |
소감과 함께 벌린 요산~요주 릴레이, 이날 멤버들은 최소 9잔의 소맥 말아주를 마신 셈이다. |
마지막으로 건배제의를 하신 게스트, 이병국사장님, 이러다가 집에가서 요산요주 잠꼬대라도 |
할 것 같다고 즐거워 하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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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10시 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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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후에 소화를 시킨다고 인근 당구장에서 라이벌전까지 마친 강철체력의 우리 회원님들 |
일성콘도에 와서는 노래방까지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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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머니가 하나 남아 있었기 떄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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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회장님 생일이 다음날 이었는데 아무래도 아침상을 보기가 힘들 것이고 케익이라도 살라치면 |
이른 아침보다는 지금 사는 것이 수월할 것 같아서 깜짝쇼를 해주기로 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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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노래방으로 가도록 하고 콘도 편의시설을 둘러본 산악회장, 순간 당황해 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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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엔 빵가게가 없었고 식품점에 그 흔한 카스테라나 크림빵 조차도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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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그냥 넘어 갈수는 없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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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코파이를 한박스, 빼빼로를 한갑 사서 접시위에 쵸코파이 세개를 깔고 그위에 다시 하나 |
그리고 빼빼로는 촛불을 대신하느라 맨 위 쵸코파이에 꽂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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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 투유"를 시작으로 "오늘같은 밤"까지 취한 듯하면서도 정겨운 노래소리와 |
유쾌, 상쾌, 통쾌한 듯한 웃음소리가 밤이 깊어가는 콘도 밖으로 흘러 나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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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회 선,후배 동료 여러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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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속에 산악회 발족 3주년을 기념하고 명산시리즈 2탄으로 기획한 |
설악산 대청봉 등반은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기고 무사히 마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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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라산 백록담에 이어 이번 설악산 등정으로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하고 있는 |
산악회 행사를 앞으로도 더욱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고 한번쯤은 동참하셔서 옛동료들과 |
공감할 수 있는 기억도 되살려 보고 아름다운 추억의 장을 만들어 보시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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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2박 3일의 결코 쉽지 않았던 이번 설악산 등반행사에 참가하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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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의 알부자 조남송 석좌회원님-이번에도 어김없이 계란을 가져오셔서 회원들에게 대인기 |
잠시 대오를 이탈했지만 백두대간의 준령을 여유있게 종주한 산악회의 핵심멤버 최해익회원부부 |
산행을 거듭할수록 그 옛날 현역시절, 지휘관의 자세가 새록새록 나오는 고평식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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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 잘 먹이겠다고 다리에 신이 내릴 정도로 배낭을 준비한 산악회의 아이콘 권오수회원 |
사우디에서 귀국한 다음날 동참하면서도 설악산 서북능선을 뒷동산 뛰어 놀듯이 날아다닌 |
진정한 요산인, 이향희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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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확하게 유유상종(類類相從)이었던 두분, 송회장님과 친구분인 이병국사장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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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회장님의 열정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지만 이번에 게스트로 참가하신 이병국사장님의 |
열정이야 말로 참가자 전원이 감탄할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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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수고 많으셨고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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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월례행사, 그리고 명산시리즈 3탄 행사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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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설악산 대청봉 등정을 마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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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장 이 운 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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