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A 협회 |
브릭스(BRICs)와 미국, 둘 중 유망 투자지역을 고르라면? 적어도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십중팔구 전자를 택해 왔다. 이런 선택을 부추긴 사람은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 골드먼삭스자산운용의 짐 오닐 회장이었다. 그는 2001년 골드먼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시절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이 앞으로 미국·일본을 제치고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구·국토 대국인 이들 네 나라의 영문 국가명 첫 글자를 따서 브릭스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런 주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학자가 있다. 전공도 경제·경영학이나 투자가 아니라 인구통계학이다. 주인공은 영국 출신의 클린트 로렌(60)으로 글로벌 데모그래픽스라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다. 이 회사는 주요국의 인구구조·노동력·가계소득·소비행태의 변화와 인구 및 경제의 상관관계를 15년간 연구해 왔다. 그는 전 세계 공인재무분석사(CFA, Chartered Financial Analyst) 모임인 CFA협회가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한국 투자 컨퍼런스’ 초청 강연에서 “브릭스의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해서 투자 매력이 크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CFA는 미국 투자관리연구협회가 인정하는 증권시장 전문가 자격증이다. 투자 고수인 이들을 상대로 로렌 CEO는 “향후 20년간은 브릭스보다 유망한 미국 등 선진국에 주목하라”고 단언했다.
그의 관점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많은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은 브릭스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브릭스 경제가 몇 년 전만은 못해도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일본의 침체를 딛고 세계경제를 되살릴 동력은 역시 브릭스라는 믿음이 강하다. 로렌 CEO가 “브릭스보다 미국”을 자신 있게 외치는 근거는 뭘까. 강연 직후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브릭스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가 뭔가.
“냉철한 투자자라면 인구에 관한 통념을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이 되려면 높은 생산성과 소비성향을 갖춘 중산층 노동인구가 두꺼워야 한다. 그래야 고부가가치의 생산품을 만들고 내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브릭스는 그런 노동인구가 적다. 남미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다. 그 연령대에서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날 경험을 얻기 힘들다. 그래서 국가경제가 발전해도 개개인을 보면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미흡하다.”
-성장률이 높으면 투자 가치가 크지 않나.
“경제성장률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 성장률은 추상적인 수치다. 실제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중요하다. 중국과 미국의 가구당 연평균소득을 비교해보자. 우리 회사의 분석을 보면 앞으로 10년간 중국은 연 6.4%, 미국은 연 0.9%씩 가구소득이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절대금액으로 환산하면 중국 가정은 연 763달러가 늘어나는 데 불과하지만 미국 가정은 연 1087달러가 늘어난다. 성장률이 훨씬 낮아도 절대 소득수준이 워낙 높기 때문에 미국 가정이 중국 가정보다 해마다 더 많은 현금을 손에 쥐는 것이다. 지금 투자한다면 브릭스보다는 미국이 낫다.”
-그 밖의 근거가 있나.
“글로벌 데모그래픽스는 인구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분석할 때 노동인구·생산성·교육·기술력 네 가지 변수를 면밀히 살핀다. 특히 교육이 중요하다. 교육이 생산성과 기술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교육을 잘 받은 인력이 많고 정보기술(IT) 등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다. 브릭스의 교육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다. 인도의 경우 과거 계급사회 영향이 많이 남아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하층 계급이 두껍다. 이러면 빈곤의 고리를 끊기가 어렵다.”
-하지만 선진국은 저출산·고령화의 문제가 심각하다. 성장을 저해할 것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60대까지 꽤 생산성 높은 일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인구가 줄더라도 근로 연령이 지금보다 늘면 성장은 지속된다. 앞으로는 40~64세 인구 비율이 높은 국가의 경쟁력이 강해질 것이다. 일하고 돈 쓰는 주력 계층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령화가 진행되고 젊은 층이 줄어들면 힘든 일을 할 인력이 부족해진다. 하지만 그 문제는 로봇 등 새로운 대안이 해결해 줄 수 있다. 기업이나 가정에서 로봇이 힘든 일을 대신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새로운 지평이 곧 열릴 것이다. 컴퓨터를 생각해 봐라. 25년 전만 해도 지금 같은 모바일 세상이 열릴 거라고 상상이나 했나. 미국은 로봇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지만 브릭스 등 신흥국은 그럴 여력이 별로 없다.”
-브릭스가 미국을 따라잡기 어려운가.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향후 20년간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간극이 쉽사리 줄지 않을 것이다. 신흥국의 중산층 노동인구가 많아져 질적인 성장기로 접어들려면 몇 세대가 지나야 한다.”
-선진국이 요즘 경제 위기의 중심인데.
“물론 그렇다. 서유럽 같은 경우 전망이 밝지 않다. 가구당 연평균 소득 증가액이 289달러로 중국은 물론 남미(670달러)보다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 돈줄을 누가 잡고 있는지 봐야 한다. 전 세계 소득의 71%를 미국·일본·서유럽·아시아 부국(홍콩·싱가포르·대만·한국 등)이 갖고 있다. 10년 후인 2022년엔 그 비율이 65%로 다소 줄겠지만 여전히 소득은 선진국 부자들에게 몰려 있을 것이다.”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선진국이 당장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는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통 가난한 나라에서 잘 사는 나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숙련 기술이 필요치 않은 단순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가 너무 많아지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뉴질랜드가 대표적이다. 인구가 줄어 이민자를 많이 받았지만 국가 차원의 생산성이 낮아졌다. 싱가포르는 좀 다르다. 고학력자나 특수 자격증 소지자, 전문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이민을 받아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인구 통계로 본 한국의 투자 매력은.
“좋은 투자처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가 진행 중이지만 일할 수 있는 40~64세 인구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 교육 시스템이 좋아 높은 생산성이 상당 기간 유지될 전망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보자. 올해 한국의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5만207달러다.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3.8%씩 증가해 2022년에는 7만3145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가정은 연간 2294달러의 소득이 증가하는 셈이다. 이는 글로벌 데모그래픽스가 추정한 주요국 수치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아시아 부국 평균 증가액 1983달러보다 훨씬 많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353&aid=0000010151
첫댓글 맞습니다. 고급인력은 1%도 안되는 단순노무인력은 우리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거죠
주목해볼만한 좋은 글이네요. 고급인력이민자로 생산성을 높이는 싱가포르가 인상적임니다. 한국은 고급인력들은 이미 뭉쳐서 정치세력화 되있으니 건들지 못하고 찍소리 못하는 서민들만 외노자와 경쟁시키고 있음니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다문화를 당장 중지시켜야 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