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더위가 한창인 22일 통영 비진도를 찾아 간다.
부산 사하구청 앞에서 8시 5분에 출발한 산악회 소속 버스는 덕천동을 돌아 남해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일행은 30여명 정도 한가하게 자리를 잡고 기대에 부푼다. 처음으로 가는 비진도, 말로만 듣던 섬이다. 문산 휴게소에서 잠시 몸을 추스리고 통영 대전간 고속도로를 따라 통영여객터미널까지 가는데 배 출항 시간이 다가온다. 버스는 급히 길을 접어들어 가까스로 20여분을 남기고 주차장에 도착한다. 터미널을 통과해 11시 배를 타니 이내 비진도행 여객선은 바로 출발이다. 바다에서 통영의 유명한 케이블카를 바라보며 다도해의 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와 닿는다. 시원한 바다 바람과 함께 40여분을 지나 비진도 내항에 몇명을 내리고 우리의 도착지인 외항에 발을 디딘다.
섬에 내리면서 눈 앞에 펼쳐진 비진도의 모습, 운동기구의 하나인 작은 손잡이가 짧은 아령과 같이 두 섬을 이어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안섬과 바깥섬이 긴 사주로 이루어졌다. 출발지는 외항 선착장에서 동백 군락지를 지나 수포마을, 후박나무 자생지, 비진암, 내리쬐는 햇살이 몸을 지치게 만든다. 정상을 앞두고 안개에 뒤덮인 섬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발아래 해수욕장 정경을 희미하게나마 바라보면서 점심을 함께 한다. 일행이 주시는 얼음 막걸리를 시원하게 두 잔, 갈증을 해소시키는 일등 음료다.
내항 마을을 가기전 쉬면서 비진도의 깨끗한 해수욕장의 모습에 감탄을 연발한다. 먼저 자리잡은 일행들이 시원한 막걸리를 한 잔 권해 사양도 없이 들이키는 맛이 일품이다. 손수 잡은 고동을 직접 삶아 안주 삼아 까 먹는 재미를 더한다. 동네 노파의 말씀, 이 더운 날씨에 여기서 배를 타지 내항까지는 뭐하러 갈러하는데, 길을 오르고 보니 그 말씀의 참 뜻을 알겠다. 그늘도 없는 산 길을 삼십여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걷는 모습들이 안서럽다.
내항 마을 회관 못 미쳐 동네 어른들이 그늘막을 만들고 있는 곳이 시원한 명당이다. 땀을 흘렸기에 씻을 수 있는 곳을 찾으니 천원을 내면 공동 샤워실을 쓸 수 있단다. 마침 열쇠를 가진 사람이 자리에 없어 방송을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시골이다. 기다리다 못해 화장실을 가니 그곳에 얼굴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반긴다. 세수만 간단하게 하고 동네 어른들이 모인 마을 회관 계단에 10여명의 남녀 노인이 자리하여 세월을 함께 이야기한다. 웃음이 팔십 평생을 살아온 노부부 최고의 행복이고 즐거움이라고.
한산초등학교 비진분교 운동장을 찾았다. 잔디가 깔린 작은 시골 학교, 네칸 정도의 교실과 학습자료를 운동장 한켠에 마련했다. 학교를 둘러 보면서 어린 시절 내가 다니던 대양초등학교를 떠올려 본다. 내려오는 길에 한가롭게 풀을 뜯는 노루 한 마리를 발견한다. 섬에서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느낀다. 선착장을 앞두고 해녀들이 가져온 해산물을 구경하는데 성게를 열심히 까고 있다. 한쪽에서는 자연산 해삼을 구경하는데 주문 받은 것이라 따로 팔지 않는단다. 대신 맛을 보여 주는데 연속으로 세마리나 즉석에서 장만해주는 인심이란 더 없는 최고의 맛을 느낀다. 고씨 해녀의 인정을 뒤로 하고 4시 30분 배로 통영항을 향한다. 시원한 바다 바람이 최고다.
여름 첫 산행, 통영 비진도의 섬 여행이 시원한 하루를 가득 담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