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우산
봄비가 내린다. 고마운일이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생명이 움트는 계절에
농부는 논에 물을 가득채운 들판을 바라보며 기쁨에 젖고, 도시민들은 봄비와
함께 펼쳐질 꽃축제를 연상하며 마음이 즐겁다.
우리집 신발장에는 우산들이 재마다의 색깔무늬로 자태를 뽐내며 열몇개가
있다. 대부분 1인용 이지만 그것도 접이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2인용 골프
우산도있고 아내가 해외여행에서 사다놓은 화려한 꽃무늬 양산도 몇 개가
눈에 띈다. 그중 한켠에 궁색하게 놓인 비닐에 점박이 검은 무늬가 새겨진
가볍고 투명한 일회용 우산이 자리하고 있다.
아내가 버리라고 요즈음 누가 그런 우산을 쓰는냐고---
우산도 품위있게 폼나게 쓰면 좋지않느냐고--
아내의 지청구를 들은척 만척 막무가내 우산꽂이 구석자리에 숨겨뒀다.
그우산의 정겨운 마음을 간직하고픈 생각이 앞선다,
작년 5월 어느날 도서관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귀가를 서두러다
출입구에서 갑자기 후두둑 세찬 빗줄기에 멈춰서서 빗줄기가 가늘어
질때까지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거리를 가늠하고서 뭐 봄비는 오랜만에
맞으면 기분좋은날이지 하면서 우두커니 창밖을 지켜봤다.
어릴적 우산장수가 청명한날 집집마다 우산을 고쳐주든일을 떠올려 보거나
버스 정류장으로 시장을 다녀오시는 어머니 마중을 가서, 때로는 아버지를
형제들을 기다리는 추억에 잠겨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등뒤에서 학생이 다가와 `선생님 이우산 쓰세요`
응. 새우산인데 `내가 셈을 치르마` 아니요 여자친구를 찿는데 벌써 갔어요.
갑니다. 고마워! 어떨결에 우산을 받고는 참 요긴하게 봄비를 맞으며 성복천길을
운치있게 걸어왔다.언젠가 나도 필요한 사람에게 우산을 돌려주고싶다고 생각하며,
예전에는 우산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창호지에 들기름을 바른 대나무우산을,
60년대 얇은비닐 1회용 우산은 여름날 세찬 폭우에 우산이 휙하니 반대편으로
접혀지면 우산대가 부러져 비를 흠뻑맞은 생쥐처럼 집으로 뛰기 시작한
추억들이 새롭다.
오늘같은 봄비오는날 선물받은 비닐 우산을 찿아쓰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선다.
아내의 짜증을 못들은척, 검은 물방울 1회용 우산은 중국산 이라고 하지만
가볍고 시야가 탁트인데다 바람막이 겉옷을 걸치고 트레킹바지에다 가벼운
신발 비닐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소리는 애기코끼리 걸음마처럼 얼마나
흥겨운지 시간가는줄 모른다.
또한 봄비는 주변이 환하게 밝아오는 생명의 아우성이들린다.
지붕이있는 벤치에 앉으면 마즌편으로 손자또래의 아이들이 몰려가면
너희들 몇학년이니? 3학년이요. 벌써마쳤니? 학원갑니다.
아! 저애들은 비가오면 송사리르 잡으러가는 추억도, 버스정류장으로
엄마 마중도, 마냥 기다림의 삽상한 추억도 없이 오직 학교 학원 성적순에
매달려 물질사회의 혜택은 입고 자라곗지만, 물건의 소중함과 귀한 우정은
전설이 되겠지--- 봄비오는날 목련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공원 벤치는
행복한 추억을 되살리기에 맞춤한 장소다.
2017. 04. 05 봄비오는날 文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