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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칠 - 삶의 진실로서 리얼리티 찾기 조인호(미술사)
2000, 이재칠 개인전 팜플릿
"우리들의 새벽은, 기상나팔도 공장의 굴뚝도 대낮같은 전깃불도 아님을, 삶의 아름다운 곳들은 조금은 촌스런 모습으로 겨울 공사판 불깡통에서, 댓돌 위의 작업신발에서도 숨어 있음을 본다."
-이재칠의 작업노트에서-
장갑말리기 보리싹 돋는 소리
" '사람살이 가운데 낮은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이는 이재칠이 꾸준히 천착해 온 인간적 진실 찾기 작업의 주된 관심사다. 자기 예술세계의 향방을 가늠해 보는 수업기 이후 몇 년 동안의 암중모색 시기부터 창작의 젊음을 만끽하기보다 '삶' 자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중심 명제가 되어 왔다. 결코 거창하거나 억지스럽지 않은 어투로 자신이 함께 묻혀 지내고 체득한 삶의 진실에 대한 탐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이다. 실제로 작품의 전반적인 주조가 평범한 일상 삶의 자취들을 정감어린 풍경으로 택하여 주관적인 어법을 절제한 사실주의 형식으로 다루면서 그 안에 은유적 메시지를 담은 비판적 리얼리티가 두드러지고 있다."
조각배
"대부분 생활현장에 대한 직시와 함께 감성과 서정이 짙게 깔려 있으면서도 단지 그 삶을 관조하거나 연민을 보내기보다 그 속에서 참다운 인간 행복, 인간애, 삶을 지탱하는 끈끈한 줄기를 담아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살며 폐품수집으로 천원 지폐를 받아 들고 나오는 <조각배-나산노인>의 눈빛. ...그의 인물들은 우연히 마주친 시대의 초상들이지만 삶의 희망과 절망이 극한 긴장으로 팽팽하게 교차하면서 이를 뛰어 넘으려는 강렬한 의지와 애착이 응축되어 나타난 것들이다"
행복
"아울러 농정과 농산물 외교에서 물러터진 역대 대통령들 얼굴을 합성한 <양파>나 , 섬뜩한 날을 세우고<돌아눕는 작두>처럼, 이전부터 간간이 곁들이고 있는 <장갑말리기>, 그렇게 일상을 버텨나가게 하는 가족애를 무심코 팽개쳐진 신발들로 대신한 <행복> 같은 작품들까지 인생을 바라보는 젊은 작가의 건강하고 정겨운 시선을 엿보게 한다. 물론 이들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이웃의 이야기들은 기존의 유채나 수채기법과 다르게 광목천에 수채로 옮겨지면서 세상의 온기가 피부로 스며들 듯 차곡차곡 덧쌓여 우려내어지기도 한다."
아침매화
"결국 작품은 예술이기 이전에 한 인간의 삶이자 정신이기도 하다. 이재칠의 작업 또한 그동안 삶의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부딪치며 체득하고 되뇌여 반추해낸 세상이야기가 그의 근본 심성 속에 녹아들어 소박하지만 가슴 뭉클한 우리시대 이웃들의 삶의 풍정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칠의 첫개인전 발문 - 조인호(미술사)
이재칠(李在七)
1969 전남 고흥생
3인전, 민족미술전, 우리하늘우리땅전, 김복통일미술제, 남도이야기전, 오월전, 광주민중항쟁20주년기념전, JAALA전, 동강현대작가초대전......
epilogue
'일곱이 있을' 청년 在七 나와 적은 만남 속에 아직은 넷이 남은 후배. 하나는 착하고 맑은 시선, 둘은 재능있고 순발력 있는 솜씨, 셋은 의리와 정! 그리고 나머진 그가 하나 둘 채워 나갈 생의 숙제. 부지런한 일꾼, 멋진 남편, 따스한 언어, 차분한 기대! 이재칠이 노동자의 불깡통과 신발과 장갑과 댓돌과 문풍지와 불빛과 연탄을 사랑하듯 제 집 강아지와 딸과 밥상과 파스와 일기와 통장과 달력과 기념일이 수채화처럼 그려지도록, 밭을 갈고 김을 매고 씨를 뿌리고 거두고 기도하고 감사하기를 오, 작두날 처럼 야무지게!
2008. 3. 12.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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