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 乍晴乍雨(사청사우)
-잠깐 개이고 잠깐 비 오고.......
乍晴乍雨雨還晴 사청사우우환청
天道猶然況世情 천도유연황세정
譽我便是還毁我 예아변시환훼아
逃名却自爲求名 도명각자위구명
花開花謝春何管 화개화사춘하관
雲去雲來山不爭 운거운래산부쟁
寄語世人須記認 기어세인수기인
取歡無處得平生 취환무처득평생
잠깐 개이고 잠깐 비오고, 비오고 다시 개이니
하늘의 이치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 인정이야
나를 기린다더니 바로 돌이켜 나를 헐뜯고,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스스로 명예를 구함이라.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무슨 상관이며
구름 가고 구름 오되, 산은 다투지 아니하네.
세상 사람들에게 이르노니, 모름지기 잊지마소.
기쁨을 취하려 한들, 어디에서 평생의 즐거움을 얻을 것인가를.
便是: 변시로 읽으며 다를 것이 없이 바로 곧
김시습 ( 1453-1493 )호 매월당 벽산청은 조선 초기의 학자 문인
생육신의 한사람 어릴때 세종 임금 앞에서 시를 지어 비단을 하사받았다
세조가 어린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소식을 듣고
두문불출 후 삭발 중이 되어 설잠 이란 법명으로 방랑길에
들다 사후 이조판서로 추증 금오신화
매월당집 만복사저포기 十玄談要解 등의 저서가 전 한다
돌아가신 이문구 선생의 매월당 김시습(매월당 일대기) 일독을 권 한다
아마 조선시대를 통 털어 김시습 만큼 異蹟이 많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儒敎의 理氣철학 佛敎의 華嚴사상 仙道의 內丹사상을
두루 涉獵한 출중한 사상가로 글이 美麗하고 抵抗精神이 많이 나타나있다
위의 시는 朝夕변 하는 인심의 世間을 떠나 無心의 청산에 의탁하
여 부질없는 세상의 喜樂을 빗대어 노래했다
김시습이 西江을지나다가 한명회(세조의 책사)의 別莊을 보니 그 현판에
靑春扶社稷 白首臥江湖 (청춘에는 종묘사직을 붙들었고 백발이 되어서는 강호에 누웠노라)
라는 시구절을 보고 扶字를 危字 고치고 臥字를 汚字로 고쳐놓고 갔다
후에 한명회가 그것을 보고 현판을 떼어버렸다고 한다.
고친바에 의하면
靑春危社稷 白首汚江山 (청춘에는 종묘사직을 위태롭게 하고 백발이 되어서는 강호를 더럽폈네)
김시습이 아니고야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으랴 당대 최고의 권세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