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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솔향기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산돈
중봉 오르면서 바라 본 하봉과 충주호
<산행개요> 100대 명산
충청북도 충주시·제천시·단양군과 경상북도 문경시에 걸쳐 있는 산.
주봉인 영봉(靈峰)의 높이는 1,094m이다.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 하여 '월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삼국시대에는 월형산(月兄山)이라 일컬어졌고, 후백제의 견훤(甄萱)이 이 곳에 궁궐을 지으려다 무산되어 와락산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월악산국립공원의 가장 남쪽에 있는 포암산(布岩山:962m) 부근에서 북쪽으로 갈라져 나온 지맥의 끝부분에 솟아 있으며, 만수봉(萬壽峰:983m)을 비롯해 많은 고봉들이 있다. 정상의 영봉은 암벽 높이만도 150m나 되며, 이 영봉을 중심으로 깎아지른 듯한 산줄기가 길게 뻗어 있다. 청송(靑松)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능선을 타고 영봉에 오르면 충주호의 잔잔한 물결과 산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산나물이 많아 산나물 산행, 여름에는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을 즐기는 계곡 산행, 가을에는 충주호와 연계한 단풍 및 호반 산행, 겨울에는 설경 산행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동서로 8㎞에 이르는 송계계곡의 월광폭포(月光瀑布)·자연대(自然臺)·청벽대(靑壁臺)·팔랑소(八浪沼)·망폭대(望瀑臺)·수경대(水境臺)·학소대(鶴巢臺) 등 송계팔경과 16㎞에 달하는 용하구곡(用夏九曲)의 폭포·천연수림 등은 여름 피서지 가운데서도 명승으로 꼽힌다.
그 밖에 덕주사(德周寺)·산성지(山城址)·신륵사(神勒寺)와 중원 미륵리사지(彌勒里寺址:사적 317) 등 문화유적과 사적이 많고, 사자빈신사지석탑(보물 94), 중원 미륵리 삼층석탑(충북유형문화재 33), 중원 미륵리 석등(충북유형문화재 19), 제천 신륵사 삼층석탑(보물 1296) 등 문화재가 많다. 한국의 5대 악산(嶽山) 가운데 하나로, 1984년 12월 30일 월악산과 주변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행기>
주중에 일본에 출장 갔다 와서 일요일에 쉴까 하다가 솔향기산악회와 함께 월악산을 찾기로 하였다. 아침 7시에 야탑역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어, 5분전에 도착하니 버스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버스에 타면서 솔향기 산악회 회원 여러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7시10분경 버스는 회원들을 태우고, 분당을 출발하여 곤지암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이천에서 영동고속도로, 여주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충주 IC에서 내려 충주호를 끼고 월악산을 향한다. 버스에서 오랜만에 나오신 소나무님이 맛있는 떡을 나누어 주신다. 차창 밖으로 내다보는 하늘은 화창하였는데, 월악산에 가까워지면서 하얀 구름이 많아진 듯하다.
9시10분경 송계2교를 건너 통나무휴게소 앞에서 모두 버스를 내려, 혜운님의 지도하에 힘차게 체조를 하고 산행을 출발한다. 산행로 입구에 '탐방로 아님'이라는 팻말이 있는 것으로 봐서 차후에는 수산리를 들머리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보덕암-하봉-중봉-영봉-마애불-덕주사로 이어지는 짧지 않은 종주코스이다. 재작년 가을 단풍철에 똑 같은 코스를 지난 적이 있어 친근감이 든다. 산행 들머리는 신록이 우거지고 풀향기가 솔솔 풍기는 기분좋은 길이다.
조금 가다보니 경사가 점점 가파라지면서 된비알이 시작되어 종아리가 땡기고 숨이 차다. 삼십여분 올라서니 돌문이 나온다. 바위가 켜켜이 쌓인 것이 책을 쌓아 놓은 듯하다.
목탁을 빨리 두드리는 듯한 딱따구리 소리가 들려온다. 보덕암 근처에 모과주나무 군락지가 있다는 안내판이 있으나 찾아 보지 못하고 지난다. 모감주나무는 6~7월에 황금빛 꽃이 멋드러지게 피고, 가을에 열매가 맺히는데 염주를 만들기 때문에 염주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들머리에서 사십여분을 땀 흘리며 오르니 보덕암이 나타난다. 산속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조용한 산사이다. 경내로 들어서니 대웅전 앞에는 작약이 피었다가 지고 있고, 흰 수국이 만개하여 반겨준다. 시원한 약수를 한 모금 마시며 숨을 돌린다.
보덕암을 조금 지나자 수산리로부터 올라 오는 길과 만나면서 길과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수산리로 오르는 산행로가 정식코스인 듯하다. 나무 계단과 다리도 잘 놓여 있다.
길 가에는 많은 야생화들이 반겨준다. 고추나무꽃이 만개하여 있다. 마패님이 고추나무꽃을 꺽어 들고 익살스런 농담을 하시어 회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신다. 둥글레꽃도 많이 피어 있다. 특이하게 쌍으로 피어있는 꽃을 발견하여 담아본다.
큰 소나무를 지나 하봉 근처에 이르니 길이 험해진다. 하봉 위로 오르는 암릉길이 있지만, 우회로를 따른다. 암벽이 예사롭지 않다.
하봉에서 중봉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직벽에 가까운 벼랑에 군데군데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계단 경사도 꽤 가파르다.
철쭉이 드문드문 피어 있기는 하지만, 천지사방에 꽃잎이 통째로 떨어져 있어 비장한 감을 느끼게 한다. 소월의 '진달래꽃'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꽃잎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라고 이렇게 철쭉꽃을 온 천지에 깔아 놓았나? 집사람이 족두리풀꽃을 찾았다. 좀처럼 찾기 어려운데 용케도 찾아냈다. 하트모양의 잎에 진보라색의 족두리 모양의 꽃이 피어 족두리풀이라고 한다.
영봉 1.5Km를 남겨 놓은 지점의 이정표를 지난다. 중봉으로 오르는 철사다리 옆 바위벽 틈 사이로 작은 바위가 떨어지다 걸쳐져 진풍경을 만들고 있다.
중봉 오르는 길에 하봉 뒤로 충주호가 펼쳐진다. 암봉과 호수에 담길 듯한 철쭉이 조화를 이루어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중봉에 오르기까지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고생 끝에 낙이라고, 힘든 산행 뒤에 많은 즐거움이 따르는 것이겠지.
구름이 조금 끼고, 옅은 안개가 깔려 조망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것만도 어디냐? 대만족한다.
어렵게 오르다 보니 중봉에 올랐다. 재작년 가을에는 골바람이 세차게 불어 와 손이 시려 장갑을 꺼내 꼈는데, 지금은 바람 한점 없이 온화하다.
저 아래로 송계리의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중봉을 넘어서니 정상인 영봉(靈峰)이 보인다. 가을에는 낙엽이 다 져서 회색빛을 띠어 무언가 신령한 기운이 느껴졌었는데, 녹음이 둘러싸니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바위 이끼 위에 피어 있는 괭이눈도 만났다.
코 앞에 보이던 영봉이지만 오르기가 쉽지 않다. 안부에서 봉우리를 빙돌아 서야 계단에 이른다. 계단을 오르는 산님들은 힘겨워 하고, 내려서는 산님들은 격려인지 농담인지 "다 왔습니다."하면서 미소를 짓는 것이 자신도 똑 같은 경험을 해 봐서 다 안다는 표정인 듯하다. 계단 오르는 길에 중봉과 하봉이 건너다 보인다. 계단을 오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연분홍 철쭉이 힘내라고 격려하는 듯하다.
중봉에서 사십여분이 걸려 영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산님들이 올망졸망하다. 영봉 바로 앞 봉우리에 회원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으려고 하고 있어, 얼른 끼어 들어 같이 찍는다. 영봉 정상과의 높이차는 2-3m 밖에 되지 않는데 차별대우가 심하다. 모두들 정상석을 끼고 사진을 찍으려 하니 정상은 항상 붐비고, 이 쪽은 한결 한적하다.
정상은 면적이 좁고 사면이 낭떠러지라 안전철책을 세워 놓았다. 정상에 있던 한 무리의 산님들에게 방 빼라고 하고 정상에 올라 조그만 정상석 부여 앉고 사진을 찍는다.
북쪽을 바라보니 중봉과 뒤로 비죽나온 하봉의 모습이 보인다. 그 뒤로 충주호가 길게 펼쳐져 있다.
남으로는 960봉을 지나 만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그 뒤로 신선봉, 마폐봉, 월항삼봉, 포함산, 주흘산, 조령산의 백두대간이 아스라이 보인다.
재작년 가을 단풍이 절정일 때의 장관이 떠오른다.
점심을 먹고 덕주사를 향하는 길에 참마리꽃을 만난다. 사진에 담기가 쉽지 않다.
岳山답게, 보이는 곳마다 암릉이 절경을 만들고 있다. 만수봉 너머 백두대간이 동서로 우람하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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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을 내려와 나무다리를 건너다 보니 호수에서 물이 콸콸 쏟아진다. 한모금 마시고 물통을 채운다. 함박꽃이 함박 웃음을 띠고 있다. 작년 소백산에서 본 이후로 일년만에 다시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계곡을 건너며 다리 밑을 바라보니 엷은 옥색을 띤 맑은 계곡물이 흘러 내리고 있다.
덕주사 입구에 이르르니 월악산영봉을 알리는 거창한 표지석이 서 있다. 원래 덕주사는 마애불 근처에 덕주공주가 건립하였다고 하나 6.25때 불타고, 1970년도에 다시 세운 탓에 건물이 새롭다.
거의 매표소 근처에 이르렀는데, 마지막 절경이 발을 멈추게 한다. 자그마한 沼이건만 물빛이 어찌 그리 고운지. 아마도 水境臺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