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에는 배·그물·작살·방패와 사람 얼굴을 비롯하여 개·멧돼지·호랑이·사슴·고래·물개·거북 따위 200여 점이 그려져 있다. 일상생활 도구가 아니라 사냥과 어로에 필요한 도구와 뭍짐승, 물고기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암각화는 선각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과 면각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 등 크게 두 가지 기법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독특한 시각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면각 기법의 그림들(주로 바닷고기)이 먼저 그려지고 후에 선각 기법의 그림들(주로 뭍짐승)이 그려졌다. 이것은 당시의 경제의 주공간이 초기에는 바다였으나 그 후에는 육지로 변화된 것을 의미한다.
특히 그림 중에서 고래 그림이 눈에 띈다. 바위면 왼쪽에 20마리 이상의 고래들이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떼지어 있어 대규모의 고래 떼가 한꺼번에 승천하는 듯 보인다. 특히, 5종에 이르는 고래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인상적이다. 긴수염고래, 흰긴수염고래, 귀신고래, 범고래, 향유고래 등이 그것이다. 이 고래 그림들은 고래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야지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중 무리를 이끌고 있는 듯이 보이는 왼쪽 위에 있는 고래 그림은 종전에 새끼를 밴 고래라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것은 새끼를 등에 엎은 귀신 고래를 묘사한 것이다. 뭍의 동물로는 멧돼지, 호랑이, 표범, 사슴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동물 그림 중 오른쪽 위에 같은 종류의 동물이 다른 동물을 올라탄 듯한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멧돼지를 그린 것인데, 아랫배가 볼록해 새끼 밴 모습을 그린 것이다. 중간 파란색 그림은 울타리에 갇힌 동물을 표현했다.
이러한 그림을 당시 사람들은 왜 그렸을까. 그림에서 바닷고기와 뭍짐승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또 이를 잡는 도구와 무기들이 함께 그려진 것으로 볼 때 사냥과 고기잡이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풍성한 사냥의 성공을 기원했을 것이다. 또한 연대도 짐승을 가두어 기르던 울타리를 그려놓은 것으로 보아 농사와 어로를 병행할 때인 신석기시대 말기로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