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장 - 불꽃과 서리의 교향곡
얼음 왕좌가 굳건하게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4방향에 오벨리스크가 서 있었습니다. 그 오벨리스크가 모두 작동이 되는 순간
얼음 왕좌로 올라가는 마법이 걸린 문이 열리게 되 있었습니다. 일리단과 바쉬의 나가, 그리고 켈타스의 블러드 엘프 군은 이미
그 지역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먼저 오벨리스크를 차지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문을 열어주게 된다. 서둘러라!"
아눕아락의 지시와 함께 언데드 군단의 진격이 시작되었습니다. 힘을 모두 되찾은 아서스 역시 죽음의 군마를 내달리며 나가
진영을 향해 돌격했습니다. 일리단의 군대는 동시에 3방향에서 동시에 오벨리스크를 향한 진격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남쪽
을 아무런 피해없이 공략을 한 아서스 군단과 아눕아락 군단은 동과 서에서 각각 바쉬와 켈타스의 부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땅을 뒤흔들만한 대격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숫자는 나가와 블러드 엘프쪽이 더 많았지만 언데드 부대는 가면 갈수록 더 힘을
얻고 있었습니다. 리치 왕의 의지 본체가 있는 얼음 왕좌가 바로 곁에 있었기 때문에 언데드들의 힘은 대폭 상승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에서 전투하기에 블러드 엘프와 나가들의 몸은 특화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켈타스
와 바쉬의 부대는 점차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두개의 오벨리스크가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숫자만 많을 뿐이지 오합지졸들이구나. 한번에 몰아부친다!"
아서스의 명령과 함께 언데드 군단이 양쪽에서 일리단의 본진을 향한 공세를 시작했습니다. 구석에 몰린 꼴이 된 일리단
부대는 그들의 전략이 잘못됐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병력은 많긴 했지만 모든 곳을 동시에 공략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이곳은 적군의 요새였다는 것을 간과한 것입니다.
이제 하나남은 북쪽의 오벨리스크는 일리단 부대의 최전방이 되었습니다.
"아서스, 이제 얼음 왕좌를 향해 출발해라. 오벨리스크는 곧 우리 것이 된다."
아눕아락의 말과 함께 아서스는 혼자서 얼음 왕좌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문은 아직 단단히 잠겨있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절대로 뚫리지 않을 문. 그러나 약간의 진동과 함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눕아락이 오벨리스크 점령을 완성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서스가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차에, 최대의 방해꾼이 나타났습니다.
"멈춰라. 아서스."
"일리단? 모습이 완전히 변했군. 굴단의 해골을 손에 넣은 결과인가."
"그렇다. 그 때의 조언은 감사했다. 덕분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지."
"고맙다면 그 보답을 해야겠지. 지금 이 자리에서 비켜라. 그렇다면 다시는 널 추격해 죽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천만에 말씀. 결국 너 하나만 없앤다면 지금의 모든 일을 다 돌이킬 수 있게 된다. 이 좋은 기회를 왜 놓칠까."
일리단이 아지노스를 잡고 전투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러자 아서스가 비웃으며 역시 서리한을 들었습니다.
"그 때의 싸움을 기억하고 날 만만히 보는 모양이군. 사실 난 그때 대충 싸운 거였어. 그 자리에서 널 죽여버리면 리치 왕의
위대한 계획이 뒤틀리는 것이 되니까. 네가 굴단의 해골을 차지하고 티콘드리우스 진영을 격파한 덕분에, 하이잘 산이 잘 지켜
질 수 있었지."
"개소리. 그게 어째서 리치 왕의 계획이라는 거냐?"
"하하하, 그런 반응 보일 줄 알았다. 악마들과 한패거리인 놈의 생각이니 고만고만하겠지. 지금 여기서 설명해 봤자 이해하지도
못할 걸. 그리고 구지 너에게 그걸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 이제 리치 왕을 추격하는 자도 없으니 느긋하게 싸움을 즐겨보도록
할까?"
그리고 곧, 두 검사의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지노스와 서리한이 불꽃을 튀기며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일리단을 감싸돌고
있는 불꽃은 서리한의 냉기를 집어 삼키려는 듯 더욱 더 타올랐고 이 곳은 나의 성이라고 외치는 서리한은 얼음 왕좌의 눈보라
를 자신의 것으로 이끌며 그 기운을 미친듯이 뿜어냈습니다. 그들이 싸우는 땅은 녹았다가 얼려주기를 수십번 반복했고 좀처
럼 볼 수 없는 맞수의 손놀림에 칼날은 서서히 무뎌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승부는 한순간에 갈렸습니다. 서리한의 칼날이 순간 비어버린 일리단의 몸을 그었습니다. 그들의 힘은 막상막하였지만 검술의
수준에서 우열이 결정되었습니다. 일리단은 강한 충격에 휩싸여 그 자리에 쓰러져 신음소리를 흘렸습니다. 아서스는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바로 얼음 왕좌를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결말 - 승천
- 나의 화신이여, 나의 육신이여. 그리고 나 자신이여. 어서 오라. 얼음 왕좌에 도달한 것을 환영하노라.
- 약속은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 네가 이 노스랜드의 통치자이며, 곧 아제로스가 네 손에 떨어지리라.
패륜아 자식!!!
당신이 우리의 왕자였다니...믿을 수 없다.
내 아이들이 당신에게 살해당했어!!
어떻게 이럴 수 있지요? 왕자님이 국왕 폐하를 살해하다니요!!
네놈은 인간 역사상 최악의 존재야! 저주받아 마땅하다!! 죽어라!!!
달라란의 영혼들이 매일같이 너를 욕하며 울부짖고 있다!
성기사단이 생긴 이후 최악의 존재다. 차라리 태어나지를 말았어야 할 녀석이야.
네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복수의 꿈만을 꾸고 있다.
내가 여기서 네놈에게 죽는다 해도 지옥 끝까지 쫓아가 네 영혼을 무너뜨리고 말거다.
......
얼음 왕좌를 향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동안 아서스의 귓가에는 수 없는 원령들의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이미
인간의 마음이 사라진 아서스에게 그 외침들은 그저 공허한 소음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양심적인 가책도 가지지 않는
아서스에게는 오직 리치 왕의 음성만이 전부였습니다.
얼음 왕좌가 눈 앞에 있었습니다. 푸른 빛을 띈 거대한 얼음 안에 투구와 갑옷들이 마치 누가 앉아 있다가 그대로 사라진 듯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넬줄의 육신이 킬제덴에 의해 분해되고 그 형상 그대로 갇혀버린 흔적이었습니다.
- 자, 이제 너의 룬검을 들어라. 오직 이 감옥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 검을!
아서스는 서리한을 들었습니다.
- 그 검으로 이 감옥을 부셔라, 날 풀어다오!!
"으아아-!!!"
아서스의 기합소리와 함께 서리한이 얼음을 내리쳤습니다. 얼음은 폭발했고 수십년동안 구속되어있던 영혼이 갑작스럽게
밀려들어오는 기운에 고통을 받으며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가 하늘을 진동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모든 것이 고요해 지고 바닥에는 얼음에 박혀 있던 투구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서스는 조용히 그 투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투구를 자신의 머리에 썼습니다.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그의 눈동자는 서서히 푸른빛을 뿜어내기 시작
했습니다. 넬줄의 의식이 아서스를 완전히 잠식했습니다. 넬줄은 그동안 그가 계획했던 모든 것의 종착역에 도착한 것입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육신을 입고 여전히 강대한 영혼을 가진 채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우리는...하나다."
-우리는...하나다.
이제 진정한 왕좌의 모습을 가진 곳에 앉은 아서스는 세계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이제 킬제덴으로부터 해방된 넬줄은 그의
전 주인이 분노 속에 다시 나타날 것을 대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모든 것을 이뤄낸 승리감을 만끽해도 좋을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전혀 새로운 질서가 다시 세계를 지배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