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보면 주택보급률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주택보급률은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값이다. 이 지표를 통해 집을 전국에 얼마나 지었는 지와 무주택자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다.
집값은 수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주택보급률이 높다는 것은 가격상승 요인이 적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허수는 있다. 보급률에는 다세대주택 등도 모두 포함되는데 실제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주택보급률 제대로 알기
건설교통부 자료를 보면 2002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가구 수는 1천2백27만1천5백 가구, 주택 수는 1천2백36만6천 채이며 주택보급률은 1백%를 넘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서울이 83.8%, 경기도가 94.2% 등 평균 91.8%다. 정부의 계획대로 해마다 50만 가구씩 집을 지으면 2007년에는 주택보급률이 1백10%를 돌파하고 2012년에는 선진국 수준인 1백15%에 이른다.
주택보급률은 1960년 84.2%였다가 경제성장에 따른 도시화와 인구증가, 핵가족화에 따른 가구 수 증가에 따라 1970년 78.2%, 1975년 74.4%, 1980년 71.2%, 1985년 69.8%로 점점 떨어졌다. 이어 1980년대 후반부터 주택 2백만 가구 건설계획에 따라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대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1990년 72.4%로 올라선 뒤 1995년 86%, 2000년 96.2%로 높아졌다.
그러면 주택보급률을 보고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주택보급률이 1백%가 됐다는 말은 액면 그래도 해석하면 급하게 집을 필요로 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집을 많이 지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집을 더 이상 많이 지을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주택보급률을 깊이 들여다보면 또 다른 현실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주택보급률은 높지만 자가거주율(자신 소유 주택에서 살고 있는 비율)과 자가보유율(실제로 주택을 갖고 있는 비율)은 아직 낮다. 이는 여러 채의 집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기존 주택에서 새 아파트로 바꾸려는 교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여서 주거의 질을 좇는 신규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자가거주율은 1995년 53.3%에서 2000년 54.2%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주택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따른 것이다. 자가보유율은 주택도시연구원의 조사 결과 1995년 74.9%에서 2000년 70.6%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주택보급률은 보조지표로 활용하고 자가거주율, 공공임대주택비율, 1인당 주거면적, 최거주거기준 등 다양한 지표를 주택정책에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선진국은 주택보급률을 110-120% 수준으로 유지한다.
◇주택보급률과 집값의 관계
주택보급률이 높아지면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투자 메리트는 떨어진다. 하지만 새 아파트는 다르다. 기존 아파트에서 옮기려는 대체 수요가 많기 때문에 새 아파트의 보급률이 한껏 높아질 때까지는 신규 분양시장은 맥을 이어간다.
일본은 1973년 주택보급률이 1백%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후에도 집값이 몇 차례 큰 폭으로 올랐다. 보급률이 높아져도 낡은 주택에서 새 아파트로, 소형에서 대형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집을 사려는 수요는 늘 존재한다. 집값은 보급률보다는 금리, 소득, 경기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주택보급률이 더 높아지면 주택시장은 어떠한 모습으로 흘러갈까. 집만 마련하면 된다는 의식을 넘어 보다 멋진 집에서 살겠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의 집값이 주택의 질적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또 수급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 무차별적인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주택의 매력도 점차 떨어질 것이다. 주거의 질을 따지는 시대가 오면서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지만 이러한 수요는 집값을 폭넓게 상승시키지 못한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분양가가 올라가면 무주택자는 집을 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그만큼 주택의 수요층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주거의 질을 추구하는 수요만으로는 주택시장 전체가 동반 상승하기는 만만찮다.
주택의 가치는 더 이상 투기적인수단이 되기는 곤란하고 단지 거주의 장소라는 개념에서 이해될 것이다. 결국 주택의 기준이 투기 또는 막연한 투자 관점에서 진정한 삶의 공간 관점으로 전환되는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집값결정 지니계수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지니계수가 높아졌다. 이는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지니계수가 0이면 완전평등이며 숫자가 높을수록 부의 편중현상이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보통 0.4를 넘으면 부자와 서민들의 불평등 정도가 크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재산소득(이자 배당금 임대소득을 합친 것)은 물론 토지 부문에서도 매우 높다. 토지는 지니계수가 1에 가깝다. 일부 부유층이 땅을 독식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