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우리의 심장이고 영혼이고 목숨이다”
민주노총 지도위원 단식투쟁이 6일차를 맞고 있습니다. 어제 밤 10시경 민주노총 건물 1층 로비에서 물과 효소만을 복용하며, 투쟁하고 있는 후배들을 격려하던 남상헌 지도위원(76세)이 갑작스런 위궤양 증세로 병원에 실려 가셨습니다. 병원에 실려 가면서도 혹여 이 사실이 후배들에게 누가 될까봐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셨습니다. 병원에 가서도 의사들의 만류가 있지만 “단식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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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시작해 7일 현재 단식 6일차를 맞은 민주노총 지도위원들. 뒷줄 좌로부터 권영길, 남상헌, 박순희, 천영세, 임성규, 이수호, 조준호, 단병호, 이갑용 지도위원. 김영훈 지도위원은 현장 조합원 교육하러 출타중 |
제가 민주노총 출신이라 그런지 민주노조운동 산 역사인 어르신들까지 단식 투쟁하는 모습에 마음 놓이지 않아 매일 가봅니다만, 한분씩 손을 잡을 때마다 70년대 이후 한국노동운동의 역사를 마주하는 듯 합니다. 단식에 나선 어르신들의 평균 나이는 71세입니다.
한국노동운동을 대표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신화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 지도위원들이 2014년 벽두, 박근혜 정권의 폭압적인 노동탄압에 맞서 결연한 마음으로 단식에 나섰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박정희 군사정권으로부터 그의 딸 박근혜로 이어지는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노동탄압이 역사의 산 증인이자 역사인 민주노총 지도위원들을 다시금 단식이라는, 극한적인 투쟁으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단식에 나선 지도위원들을 간략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70년대부터...
먼저 가장 고령인 남상헌 지도위원(76세)은 68년부터 12년간 고려피혁 지부장을 맡아 유신독재시절 한국노총 화학노조 산하에서 민주노조운동을 해오시다가 80년 전두환 군사깡패 정권에 의해 쫒겨났지만 이후 추모연대 의장, 계승연대 의장, 민주노동당 당대회 의장 전태일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등 줄곧 굽힘없이 활동해오신 70년대 민주노조운동의 신화이십니다.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인 권영길 지도위원(74세)은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서울신문노조 위원장, 언론노련 위원장, 사무전문직 노조연대체인 업종회의 의장, 그리고 전노협, 대기업노조들과 민주노총을 창립하고 96년말 노동악법 철폐 총파업투쟁을 이끌고 민주노동당 건설과 대선출마를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신 한국노동운동의 대표이십니다.
민주노총의 영원한 지도위원, 천영세 지도위원(72세)은 70년대 한국노총 실무자로 들어가 화학노조 기획실장, 한국노총 정책위원으로 일하면서 노조민주화를 모색하다가 김금수선생 등과 쫒겨났으며, 이후 한국노동교육협회를 거쳐 90년부터 전노협 상임지도위원, 전국연합 공동대표,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국회의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해오신 영원한 지도위원이십니다.
단식 참여자 중 유일한 여성인 박순희 지도위원(68세)은 원풍모방 부지부장을 맡아 70년대 민주노조 중에서 가장 탄탄한 조직력을 구축하여 박정희-전두환 정권과 어용 섬유노조의 온갖 탄압에 맞서 82년 노조를 해체 당할 때까지 끈질기게 싸웠고 이후 천주교 노동사목,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에서 노동운동을 끝까지 해오신 분입니다.
임기 중 가장 많은 옥고를 치르신 단병호 지도위원(66세)은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동아건설 창동 노조위원장을 시작으로 민주노조의 지역연대인 서노협을 거쳐 90년 1월22일 백설위의 공방전으로 전노협을 출범시키고 이후 업종회의, 대기업연대회의와 함께 민주노총을 건설하고 99년~01년 민주노총 위원장, 이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지내신 한국노동운동의 상징이십니다.
민족민주운동의 집행 책임자 이수호 지도위원(66세)은 교육운동에 헌신, 89년 전교조 창립에 앞장서고 91년 노태우 정권의 공안탄압에 맞선 범국민투쟁의 집행책임자로 일했으며, 01~2년 전교조 위원장에 이어 03년 민주노총 사무총장, 04~05년 위원장, 08년 분당 직후 민주노동당의 비상대책위원, 최고위원, 서울교육감 후보로서 참교육 실현,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혁신을 위해 애써오신 분입니다.
분열된 진보정당 통합을 위해 애쓰고 있는 임성규 지도위원(59세)은 지금도 지하철 기관사입니다. 87년 서울지하철노조 건설에 앞장섰고 서노협, 전노협에서 일찌기 연대활동을 전개했으며 94년 철도지하철 전지협 연대파업에 앞장섰고 09~10년 통합지도부 성격의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정책에 맞서 투쟁하는 동시에 분열된 진보정당들의 통합을 주창하신 분입니다.
골리앗 투쟁의 상징인 이갑용 지도위원(57세)은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현대중공업 노조 사무국장-위원장을 맡았고 90년 5월 14일간 ‘골리앗 농성’을 주도했으며, 98~99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IMF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 저지 투쟁을 이끌고 역사적인 남북노동자축구대회를 성사시켰으며, 이후 민주노동당 소속 울산 동구청장까지 지내신 '골리앗 전사' 입니다.
전해투, 진보정치의 발판을 닦은 조준호 지도위원(57세)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전부터 기아자동차 현장활동가로서 기아차 민주노조 건설에 앞장서고 90년대 초반 전해투 위원장으로서 많은 해고자들의 복직을 쟁취했고 이후 자동차노조연맹-금속산업노조연맹을 거쳐 06~07년 민주노총 위원장을 맡아 특히 한미FTA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에 앞장서고 이후 민주노동당 당대회의장, 통합진보당, 정의당 공동대표를 지내신 분입니다.
단식 지도위원 중 가장 막내인 김영훈 지도위원(46세)은 철도노조 위원장을 거쳐 2010~12년 역대 가장 젊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이명박 정권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진보정치와 민중진영 대통합을 적극 뒷받침하고 진보정치 분열을 다시 지켜봐야 했던, 그리고 이번 철도파업 승리를 위해 지원연대 확대와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해 큰 역할을 담당한 '꿈꾸는 기관사'입니다.
민주노총 지도위원들은 지난 2일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은 우리의 심장이고, 영혼이고, 목숨”이라고 말하고 “박근혜 정권에 맞선 총력투쟁을 시작한다”면서 단식투쟁에 돌입했습니다.
정성희/ 민주노총 전 대협실장, 현 전국정치단체 새로하나 정책기획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