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10월20일 다듬은 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국립국어원입니다.
국립국어원(원장 남기심)은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 사이트를 개설, 일반 국민을 참여시켜 함부로 쓰이고 있는 외래어, 외국어를 대신할 우리말을 매주 하나씩 공모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외래어 ‘디펜딩 챔피언(defending champion)’의 다듬은 말로 ‘우승지킴이’를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요즘엔 운동 경기만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유선 방송국이 여럿 생겨날 만큼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이와 더불어 외국어로 된 운동 경기 용어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운동 경기 자체가 외국에서 유래한 것이 대부분이라서 외국어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우리말로 다듬어 쓰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텐데 지금 우리 언어생활의 모습은 반성할 점이 참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주에는 운동 경기 용어 가운데 이즈음 부쩍 많이 쓰이는 ‘디펜딩 챔피언(defending champion)’을 다듬을 말로 정하였습니다. 이 말은 달리 ‘디펜딩 챔프(defending champ)’라고도 하는데 ‘전년도 또는 지난 대회의 우승자나 우승 단체’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이와 같은 쓰임이 자연스러울 수 있으나, 우리말에서는 매우 어색합니다.
영어 ‘디펜드(defend)’는 ‘방어하다’ 또는 ‘지키다’를 뜻하는 동사이므로 ‘디펜딩 챔피언’을 그대로 직역하면 ‘방어하는 챔피언(우승자)’, ‘챔피언(선수권) 지키기’ 정도로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는 영어와 우리말의 문법 체계가 서로 다른 데 따른 것으로[예를 들어, ‘디펜딩(defending)’은 영어의 현재 분사 또는 동명사인데 이는 우리말에 없습니다] 영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기보다는 적절한 우리말로 바꾸어 써야 그 말뜻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습니다. 한글을 만들어 반포한 지 559돌이 지났습니다. 우리 겨레의 생각은 우리의 말과 글로써만 제대로 나타낼 수 있다는 세종 대왕의 신념이 한글이라는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지난 500여 년 동안 우리 겨레가 우리말과 한글에 입은 혜택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 언어생활의 모습은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외래어 ‘디펜딩 챔피언(defending champion)’을 다듬어 쓸 말로 선정하여 지난 10월 5일부터 10월 10일까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디펜딩 챔피언’을 대신하여 쓸 수 있는 우리말을 공모하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모두 790건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이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이 이번 대회의 우승컵이나 선수권을 지켜 내야 하는 ‘지난 대회의 우승자’ 또는 ‘지난 대회의 선수권 보유자’라는 점을 특별히 고려하여 ‘선수권방어자’, ‘선수권지킴이’, ‘우승지킴이’, ‘꼭두지기’, ‘마루지기’ 등 다섯을 투표 후보로 골라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주(2005.10.12.~10.17.) 일주일 동안 다시 투표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총 864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선수권방어자’는 108명(12%), ‘선수권지킴이’는 96명(11%), ‘우승지킴이’는 328(38%), ‘꼭두지기’는 109명(12%), ‘마루지기’는 222명(25%)이 지지하였습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우승지킴이’가 ‘디펜딩 챔피언’의 다듬은 말로 결정되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이 우승을 지켜 내야 하는 사람이나 단체이므로 ‘우승지킴이’로 바꿔 쓰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앞으로 이 말이 널리 쓰일 수 있도록 회원님께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