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드라마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원래 내키면 쓰는 곳이니까 그렇긴 한데,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드라마가 생겼다.
바로, 어제 종영한 '종합병원2'
종합병원1을 떠올리면 신은경과 구본승.. 그리고 이재룡..
그리고 OST인 '혼자만의 사랑'
김태영의 굵고 애절한 목소리의 이 노래를 무척 좋아했는데.. 물론 지금도 좋아하고.
떠올려보면 아련하고도 먼 옛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스쳐 지나간다.
2가 만들어진다고 했을때, 요즘 워낙 메디컬 드라마의 전성기이다 보니까,
또 뻔한 내용의 뻔한 드라마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예전의 드라마를 희미하게 기억하는 나로서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첫 방송이 시작했고, 그 다음까지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갈수록 이 드라마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의사의 어떤 것.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류진이 주인공으로 그려졌던 장기이식관련 내용이다.
우연히 장기매매의 냄새가 나는 것을 목격하고, 결국 병원에 사실을 고한 후,
환자가 장기 이식을 받지 못하게 되고, 그날 환자의 병이 악화되어
병원에 사실을 고한 류진이 무척 갈등하고 고민하고 후회하던 내용이었다.
참 인상깊게 봤다.
이런 일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의사들의 어떠한 한 부분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특별이 얼굴이 찌푸려졌던 기억도 있다. 하얀거탑을 비방하던 대사.
하얀거탑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좋아하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서,
드라마 속에서 굳이 다른 드라마를 비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방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뻔히 그 드라마가 하얀거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하얀거탑의 내용인, 과장자리를 위한 권력싸움의 내용이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말 등이..
굳이 나올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좀 과도하게 대사들이 나와서 무척 거슬렸다.
하얀거탑이야, 일본판을 가져온 것이니 그럴수도 있는 것이고,
장소가 병원일뿐, 한 장소에서 승진과 명예를 위한 한 남자의 욕심을 그린 것인데..
그렇게 한마디로 매몰차게 비난받을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같은 MBC인데.
두 작품 만든 PD들이 같은 회사동료 아닌가? 외주제작이었나..? -_-;
좋은 부분도, 나쁜 부분도 많이 있었던 드라마였다.
메디컬 드라마치고는 실망스런 시청률이 나왔지만, 시청률은 뭐.. 굳이, 질과 비례되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마지막회 때문이다.
왜냐면... 너무너무너무 실망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10여년 이상의 시간만에 시즌2가 제작된 드라마다.
얼마나 야심차게 시작했는가?
그런데 완전 졸작으로 끝을 내버렸다.
스포트라이트처럼 중간에 작가가 바뀌기라도 한건가...
마지막회를 보는데,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러브스토리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재룡과 도지원의 러브 스토리를 대충 끝내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왜 굳이, 이재룡이 병에 걸려야 했을까?
결혼을 약속한 마당에 둘 사이에 또 어떤 매개체가 필요했던 것인가.
병에 걸린 이재룡은 너무나 뻔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비밀이고... 당연히, 결혼 취소.. 당연히 그 이유는 병과 관련없이 상처주는...
병에 걸려서 상처 주는 것과, 나는 책임감이 없다며 퇴짜놓는 상처, 둘 중에 어떤게 더 연인에게 치명상일까?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더 웃긴 것은,, 최다니엘,, 극중 이름이 나중에 알았는데 변태오라고 했던 것 같다.
진상에 이은 변태의 등장이었다.
사실, '그들만의 세상'을 즐겨봤던 나는, 최다니엘의 예고를 보고,
'미친 양언니 나온다!! 양수경!!' 하고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물론, 진짜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하관계가 뚜렷한 병원에서 그런 버릇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뭐...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_-;; 것은 그의 역할이다.
차태현이 그동안 진상의 이름으로 온갖 사고를 친 댓가로,
그의 후배가 그 못지 않은 인물이 들어와 속을 썩인다...는 것은 대충 알겠는데,
왜 최다이엘에게 그런 역을 맡겼는가 말이다!!
차태현이 최다니엘에게 할머니를 맡게 할때부터 사실 모든 것은 예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DNR(심폐소생술금지)이란 말이 나왔을 때, 역시나!! 하는 생각을 해버렸다.
환자에게 애정이 없는 최다니엘에게 애정을 갖게 만들겠다고 할머니를 맡긴 것을 보고..
설마, 그 유치한 내용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생각했는데,
DNR이란 말이 나왔을 때, 역시나... 좌절을 해버렸다.
당연히 최다니엘은 할머니에게 애정을 가지게 될 것이고,
심정지가 올 것이고,
DNR이란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최다니엘이 심폐소생술을 할 것이다...라는 계산이 다 섰던 것이다.
스토리는 예상을 어긋나지 않게 흘러갔다.
최다니엘과 할머니닌 단 한번, 제대로 눈이 마주치는 씬으로,
그동안 환자에게 진심이 없던 최다니엘은 환자에 대한 진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에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할머니를 보내게 된 최다니엘이 급작스럽게 환자에 대한 애정이 생긴 것 마냥의 허탈한 모습,
그 모습 하나에 흐뭇하게 바라보던 차태현의 표정 등등은... 끔찍했다. 이 거대한 드라마의 마지막회치고.
그 밖에도, 절대 일 같이 못하겠다고 난투를 부리던 동료들이,
그 후에도 서로 별 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하나되어 감싸주는 것에도 고개를 들 수 없었고,
맨 마지막 장면이 너무 싱겁게 끝난 것도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치고 너무 성의가 없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예전에 인터넷에 게시된 글 중에서,
의학드라마를 제대로 만드는 나라가 별로 없다면서,
일본보다 그나마 우리가 낫고, 미국을 제외하면 그나마 우리나라가 가장 잘 만드는 편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아무리 그런 위로로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정말 용서받지 못할 마지막회였다.
물론, 러브라인에 치중하지 않고 의사의 입장에 맞춰서 그동안의 메디컬 드라마에 비해 색달랐다고는 할수 있지만,
드라마라는 작품을 두고 평가한다면 정말 실망스럽다 못해, 이름값에 비해 치욕스러웠던 드라마였다.
개인적으로 배우인 김정은과 차태현에게 과연 '역할'이란 것이 있었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들의 캐릭터는 확실했을지 몰라도, 주연으로서 두 사람이 드라마의 어떤 영향과 흐름을 좌지우지했는지는 의문스럽다.

드라마를 쓴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입맛에 맞게 쓴다는 것 또한 힘들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없어야할 것보다 있어야할 것들이 많이 모자랐던 드라마였다.
마지막까지 애정을 품고 보던 나에게 너무 큰 실망의 끝을 안겨주었다.
훗날이라도 대본조차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안드는 드라마다.
안그래도 차고 넘치는 드라마로 가득한 공중파를 넘어서 무수한 채널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양에 치중하다보니 질이 떨어질대로 떨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이젠 한국 드라마는 보고 싶지도 않다라는 말을 할때마다 내 미래의 꿈이 두려워진다.
한번 등을 돌린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붙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제발 더이상의 나락으로 떨어지기전에,
정말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 제대로 준비해서 만들어지는 드라마공화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연기자들도 제발 드라마 찍으면서 공부하지 말고, 드라마 나오기 전에 공부를 다 끝내고 출연했으면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