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마침 학교가 시험기간 중이라 의기투합해서 여행을 떠났다.
얼마만의 호사인가?
지난해 고삼아들을 뺑소니차에 잃고 마음둘곳이 없어 눈빛이 허공에 있는 친구와 이렇게 셋이서, 서로 말을 아껴가면서 처음엔 다치게 할까봐 조심조심........... 위로의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될까 싶어 맘속에 꼭꼭 눌러 놓는다.
밤 열한시가 다 되어 도착한 콘도에 짐을 풀고
통유리 발코니 밖으로 보이는 통영 앞바다에 환호도 잠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누구랄 것도 없이 태양도 일어 나기전에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고
성능이 만능인 네비게이션을 앞세워 거제로 향했다.
거제앞바다에서 배를 기다리는 동안에 간단한 아침식사를하고
유람선에 승선.....
몇일만에 배가 뜨는거란다.
파도가 거세어서 오늘 출항을 하는것이니 복받은 분들이라고 침튀겨가며 너스레를 하는 선장님은 나이로 보아서는 환갑이 다 되어가는 분이고, 옆에 조타석에 일을 거두는 분 역시 못지 않은 나이이시다.
배안에서 멀미에 특효라며 오징어와 켄커피, 멀미약 그리고 얼음에 채워놓은 생수를 판다.
그 오징어란 먹는이에게는 환상의 맛이겠지만 먹지않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 고약한 냄새란?
역시나 우리 민족은 풍류를 즐기는 분들이라
배를 탈때 등에 메고 왔던 배낭들을 여기저기서 열기시작하는데, 국민 술이라고하는 소주병들이 부지런이도 나온다.
젊은사람, 나이들은사람, 동호회, 동네계모임분네들,안전사고땜에 신경이 곤두 서 있는 선장님의 호출에도 굴하지않고
마시고 마시고 또마시고, 난간에 나가지 말라고하는데도 말 안듣는 뺀질이 아이들 같다.
소주병에과 더불어, 안주도 참으로 가지가지.....
가벼운 멀미기운이 있었던 참에 고약한 음식냄새와 적당이 취기들이 올라 고래고래 내지르는 소리로
스트레스지수 최고가 된다.
그 참에 바다위에선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하는 섬들이 들어 왔다.
호주의 망망대해와 달리 아기자기하고 하나하나 모양새를 다르게 가진 섬들이 그 짜증들을 한방에 날린다.
와.......... 하늘은 푸르고, 따개비가 덕지덕지 붇은 바위위엔 태공이 아저씨들이 색색이 옷들을 입고 있어 상큼하다.
우리가 도착했던곳은 외도
외도를 만들었던분은 학교에서 학생을 잠시 가르치셨고, 동대문에서 포목상을 했던 분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는 뇌구조가 일반인과 다른 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뒤담화를 했다.
아뭏튼 집념이였는데 아름다운 집념이라고 할까?
전망대에 올라 시원한 밭빙수에 땀을 식히고, 내려오던 길에 잠시 걸음을 멈추게 했던 생전에 그양반이 기도를하고 성경을 읽던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자그마한, 방한칸이 모두인 집앞에서 이곳에 나무 한구루,한구루를 심으면서 어찌 좋은 일만 있었겠냐 인간으로 감내하기 버거운일도 너무 많아 얼마나 고독하고 절망스러웠을텐데 그때마다 기도하셨던 마음이 그곳에 그데로 있는것 같아 많이 마음이 머물렀었다.
그렇게 세시간 정도 이곳저곳 섬을 돌아보고, 늦은 저녁식사를 싱싱한 회로 먹고,피곤한 곤한잠을 잤다.
마지막날 일요일
또 다시 여객선을 타고 한산도 , 욕지도를 돌았다.
통영에서 유명한 멍게비빔밥(우리 입맛엔 별로?)도 먹어보고, 케이블카를타고 통영을 한눈에 내다보이는곳에서 어제와 달리 몹시 우울해 하는 친구가 못내 눈이가서 조심스러워 진다.
차라리 마음이 아프다고 말을하면 같이 손이라도 잡고 싶은데 친구는 하늘로 간 아들이 그리운가보다.
멀리 바다를 보면서 눈가가 촉촉이 젖는다.
그래서 사진한컷 찰칵....
친구야, 네 마음이 참 예뻐서 널 두고 먼저 간 아들녀석은 잘있을거라 생각한다.
그 사진 잘나오면 크게 뽑아서 주리라.
그리고 마지막 일정으로 거제포로수용소
사회과목을 지도하는 친구가 관심있어 하는 곳이다.
이렇게 이박 삼일동안 남해 여행을하는동안 동창생 세 여인에게는 참 행복했었다.
마지막으로 돌아오는길에 들른 동영시장에선 칼치속젓, 김밥김(요것은 호주로 돌아갈때 가져라리라) 그리고 이름은 모름이라는 말린 생선(이것이 모양새로 보아선 칼치의 어린것으로 보인다) 한보따리씩 사서 이박 삼일동안 격려와 염려를 아낌없이 날려준 남편들에게 안겨줄 계산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오래오래 동안 통영앞바다와 그곳에 있는 조선솔나무, 많은 예술가를 만들어 낼수밖에 없었던 풍류,거친것같으면서도 유순한 사투리,바닷비린내,그리고 내친구들이 생각날것이다.
첫댓글 외도!! 호주 오기전 이번 여름 가족 여행간 생각에 잠시 그때의 추억을 떠오려 봅니다. 참 그림같은 섬이죠. ^ ^
통영시에서 외도와 흡사한 모양새를 내는 섬하나를 개발하고 있는데 내년에 완공된다고 하네요
comma님 덕분에 남해여행을 한 듯합니다..외도는 가 보지 못했는데 꼭 한 번 가 보고 싶네요..^^ 다 큰 아들을 잃으신 친구분을 생각하니 같은 엄마로써 그 심정이 어떠실지...그래도 친구분들이 함께 하셨으니..역시 친구가 최고란 말이 떠오릅니다...
자식이 먼저가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맡네요
코마님 덕분에 외도에 갔을때 기억이 나네요.거기서 겨울연가 마지막장면 촬영된 것 아시죠?제가 겨울연가 광팬이라서...ㅋㅋㅋ
겨울연가 찰영장소라고 펫말이 있더군요. 일본인 관광객들이 사진 열심히 찍더군요
죽기전에 가보아야 할곳 10곳중에 거제도와 외도가 들어가더군요..ㅎㅎ 아쉽게도 전 2곳다 못가봤답니다..ㅜㅜ
대학때 가본 통영에서 배타고 한시간쯤(?) 가면 나오는 매물도 섬. 제가 갔을때는 그때 전기가 안들어와서 촛불켜놓고 기타치며 놀았었는데 요즘은 어떨지 궁금하네요~친구분도 많이 위로가 되셨을것같아요. 즐거운 한국여행 되세요~~
이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들락거려서 반질반질하더군요
저도 지난번에 다녀와서그런지 생각이 나네요. 팥빙수... 전통가옥으로된 숙소에 묵었는데 그게 더 인상에 남아요.
노을이 지는 바다가 환상적이 였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