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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팎이 점점 더 예뻐져 갑니다. 수고의 손길에 감사를 드리며, 건강하게 여름들 나시길 멀리서 기도드립니다.
치유나무
“너는 알지 못하였느냐 듣지 못하였느냐 영원하신 하나님 여호와,
땅 끝까지 창조하신 이는 피곤하지 않으시며 곤비하지 않으시며
명철이 한이 없으시며 피곤한 자에게는 능력을 주시며 무능한 자에게는
힘을 더하시나니 소년이라도 피곤하며 곤비하며 장정이라도 넘어지며
쓰러지되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
- 이사야 40 : 28 ~ 31 -
한없이 크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안에서 문안드립니다.
한국은 서서히 여름이 시작될 듯싶습니다. 자칫 지치기 쉬운 시절, 건강들 유의하시기를 당부 드리며, 더불어 각 교회들마다 준비하시는 여름행사들이 더 풍성하고 귀한 열매들로 가득 채워지시길 기도합니다.
그간 평안하셨지요?
저희 가족이 이곳 다바오에 도착한지도 어느덧 만 5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끌어주심에 대한 믿음 하나만 붙잡고 왔는데, 지나온 걸음들을 돌아보니 이 모두가 은총의 여정이었더군요. 그 가운데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 해 주신 여러분들의 사랑에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지난 4월에 한국을 방문하여 봄 노회도 참석하고 두루두루 복된 만남도 갖고 돌아왔습니다. 큰딸 봄이는 주님께서 가족 같은 벗들을 엮어 주셔서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고 아내와 가람이 샘이도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편지를 쓸 때 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석 달이 금방 지나갑니다. 세월을 아껴야겠지요?
지난 석 달간 그 분께서 인도해주신 걸음들을 나눕니다. 그리고 더 멋지게 세워져갈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며 기도를 요청 드립니다.
늘 변함없는 사랑으로 손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1. 지나온 이야기들
재작년인 2016년, 3개월간 각종 질환을 갖고 있는 10명의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상치료를 했었습니다. 그 중에 한 분이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해 온 60이 조금 넘으신 따따(애칭) 아주머니십니다. 그때의 치료를 계기로 건강에 대해 무슨 궁금증이 생기시면 수시로 전화를 해서 물어 오시는 분인데, 이 분을 보면 마치 우리나라 70년대쯤 가난한 농촌 가정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기꺼이 상경하여 고단한 노동을 마다않던 그 시절 우리네 누이들이 생각이 납니다. 따따 아주머니는 큰딸도 아니고 둘째딸이었는데도 어려서부터 남달리 정이 많고 착했던 모양입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없는 빈자리를 어머니를 도와 열심히 일을 했고, 시집갈 나이가 될 때쯤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 남긴 어머니의 유언이 “네가 동생들을 돌봐야한다”였답니다. 동생들 뒷바라지에 정작 자신은 혼기를 놓치고 환갑이 지났네요. 지난 3월 13일(화), 따따 아주머니가 남편을 사별한 여동생과 조카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동생을 데리고 클리닉에 왔습니다. 가족들이 치료받는 틈틈이 잔잔하게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주는 따따 아주머니가 큰 산처럼 보였습니다. 무슨 상이라도 있으면 당장 드려서 조금이나마 위로와 격려를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새로 합류하여 그간 잘 지내던 Joan(조안)이 진로를 놓고 기도하던 가운데, 아무래도 신학교를 졸업하면 고향인 노스꼬따바또에 돌아가서 다시 대학과정을 공부하고 싶다고 해서 흔쾌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이번 졸업하는 신학교는 아직 교육부 인가가 없어서 조안의 미래를 위해서 제가 추천해 준 일이기도 했거든요. 사역도 좋고 선교도 좋지만, 아직은 젊기에 좀 더 배우는 쪽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었죠. 그렇게 조안은 3월말까지 함께 지내다 4월초에 졸업식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힐링트리 클리닉은 제가 한국에 가있는 동안에 아내와 힐러리가 기존의 오시던 환자분들에게 침은 놓지 못하고 뜸만 떠드리는 식으로 그대로 운영이 되었습니다.
4월 1일(주일) 제임스 리 아저씨가 당신 집으로 저녁식사를 초대하셨습니다. 제가 내일 모레 한국에 간다고 몇몇 음식은 손수 요리도 하시고 일부러 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식사 후, 한국에 가서 친구들과 나누라고 준비해두신 선물꾸러미도 안겨 주시네요.
4월 3일(화) 나름 쉼이 좀 필요하다고 느끼던 차에 드디어 한국 방문길에 오릅니다.
도착해서 첫 주는 어머님 생활하시는 것 좀 살펴드리고, 감사하게도 매 주일 그리고 수요예배에 불러주셔서 격려해 주시고 인사드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맛난 음식을 대접해 주시고 환대해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증평교회 유치부에서 바자회를 열었다고 그곳에서 생긴 수익금을 주시는데 한편 자격이 안 되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지만, 뜻 깊은 헌금이니만큼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4월 16일(월) ~ 17일(화) 충북노회 봄 노회가 있었고, 세계선교부 모임 때 가지고 간 MOU(양해각서)에 새로운 임원들이 사인을 해서 힐링트리 클리닉을 통한 치유사역이 2년간 자연스럽게 연장이 되었습니다.
4월 30일(월) ~ 5월 1일(화)까지는 김영복 장로님께서 다리를 놓아주시고 총무로 수고하시는 김성수 목사님이 기꺼이 초대해 주셔서 강원도 영월에서 모인 러브 네팔 임원 수련회에 참석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네팔에 신학교를 세워가면서 다분히 신학생들만 배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들이 졸업 후 안정적으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자립의 여건을 마련해 주기위한 아주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이 이미 진행이 되고 있었더군요. 가령 양계나 축산 그리고 과수농사 등 러시아에서 이미 훌륭하게 자립선교의 좋은 모델을 심어주고 오신 한 은퇴목사님의 전문적인 지식과 방향 제시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임원으로 참여하신 여러 은퇴하신 목사님들의 노하우와 경험들, 현역에 계신 목사님들의 뜨거운 헌신.. 한 분 한 분 참 귀한 분들이 모이셨더군요. 한편 부럽기도 했고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귀한 만남과 시간들을 뒤로 하고 5월 10일(목) 밤에 인천공항에 와서 다음날 새벽 비행기를 타고 연착이 많이 되어 점심때쯤 다바오에 도착했습니다.
5월 14일(월)이 필리핀 바랑가이 캡틴(우리나라 동장이나 이장) 선거로 임시공휴일이어서 15일(화) 클리닉에 복귀 후 첫 출근을 했습니다. 역시나 John(죤) 아저씨가 반갑게 저를 기다리고 계시네요. 제가 없는 동안 힐러리와 아내로부터 꾸준히 뜸을 떠오셨던 터라 몸 상태가 좋아 보이셨습니다. 발바닥 환부를 확인해보니 크기가 전에 비해 1/3로 줄어있더군요.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것만큼 위대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5월 16일(수), 따따 아주머니 남동생인 Norry Te(노리떼)씨가 제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클리닉에 왔습니다. 오는 길에 졸리비(필리핀의 롯데리아?)에서 딸랑 패티(햄버거 속 고기)만 들어있는 작은 햄버거 두 개를 저를 위해서 사오셨습니다. 정신에 이상이 있어서 직업도 없는 분인데 큰 맘 먹고 사 오신 겁니다. 지난 번 치료 때, 친절하게 대해드리고 당신 얘기를 들어드린 게 고마웠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 이상하네요. 당신 할아버지 때부터의 이야기를 계속 쉬지 않고 반복합니다. 심장부위의 고통이 심하다고 호소를 하여서 집중 치료를 하고 보내드렸는데, 얼마 후 따따 아주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남동생이 소리를 지르고 중얼거리는 게 어제부터였는데, 지금도 또 그런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엔 엄청난 스트레스로 지친 간에 좋은 아주 시큼한 음식을 해주시고 많이 격려해 드리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클리닉에 나갔더니 따따 아주머니에게서 감사 전화가 왔습니다. 제 말대로 아주 신맛이 나는 시니강(국물음식)을 해 주었더니 잘 드시고 바로 잠이 들었다고 그 덕분에 지난 밤 가족 모두가 잘 잤다고 말이지요.
5월 28일(월) 진료를 마치고, 말리꽁꽁지역의 리더인 루디목사와 그의 동생 하이미목사를 만나서 증평교회에서 보내주신 헌금의 일부를 귀하게 잘 사용할 것을 약속하며 교회 리모델링 1차 선수금으로 전달했습니다. 말리꽁꽁교회 담임인 하이미목사가 감격의 기도와 함께 눈물을 흘리던지 보는 저와 아내도 하나님의 은혜를 또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예배당이 예쁘게 꾸며지는 가운데 함께 기도하며, 마음과 힘을 보탠 교우들 모두가 귀한 은총을 맛보기를 소원해 봅니다.
5월 31일(목) 오전 9시에 브로큰샤이어 병원장으로 20년간 근무했던 루벤목사의 송별예배 겸 파티가 리조트 내 호텔 다목적홀에서 있었습니다. 확실히 충직하게 한 길을 오랫동안 걸어온 사람에게는 그 내면의 당당함과 여유로움이 자연스럽게 새겨지나 봅니다.
5월 1일(금) John(죤)의 전용 마사지사인 Jakie(쟈키)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시각 장애를 가진 견습 안마사 Geralyn(제랄린)을 데리고 세 번째 치료를 받으러 클리닉에 왔습니다. 이 친구는 팔라완 출신인데 우리나이로 29살이고 야간 고등학교를 다닙니다. 직업으로 안마를 배우고 있고, 늦었지만 공부에 대한 열망도 있어서 늦게 다시 시작을 했는데 마치 기억상실증 환자처럼 무언가를 쉽게 잊어버려서 그 부분을 치료받고 싶어 합니다. 2007년에 눈 수술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그 이후로 기억력 감퇴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매번 치료를 통해 많이 나아졌다고 희망의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그런데 이 친구가 얼마나 야리야리한지 그 가려린 손으로 어떻게 안마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더니 보란 듯이 제 팔둑을 덥썩 잡더니 힘껏 주무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더니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6월 3일(주일) 안식월로 잠시 한국에 나가계신 선교사님을 대신해서 비젼교회에 가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6월 7일(목) 다바오에서 차로 5시간 거리의 Bukidnon(브끼드논)에서 2가정이 치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그 중 한분은 중풍으로 지난번에 오셔서 치료를 받고 간 Alvin(알빈)이란 분인데, 많이 호전이 되었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힘든 여정을 버스를 타고 온 그 정성이 참 감사했습니다. 아직 말이 좀 어눌해서 치료 후에 저를 따라하라고 시켰습니다. “Salamat sa Dios!”(하나님, 감사합니다!) 힘차게 따라 하십니다. 매일 눈만 뜨면, 이 말을 반복하라고 일러주었지요.
6월 15일(금) 말리꽁꽁 리더 루디목사를 만나서 그간의 공사 진행과정과 각종 영수증들을 살펴보고 2차 공사대금을 전달했습니다. 순적하게 공사가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힐링트리 클리닉에선 매일같이 넉넉하게(?) 보내주시는 환자들을 정성껏 섬기고 치료해 드리다보면 언제 하루가 갔는지 모를 만큼 매일 매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힐러리도 6월 25일(월)부터 클리닉 근처에 있는 야간 대학에 편입하여 그간 우여곡절로 접어두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
2. 앞으로의 이야기들
작년 처음으로 말리꽁꽁 지역을 방문했을 때, 이곳에 태양열 발전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필리핀에 태양열 발전장치를 설치해 주는 것을 주 사역으로 하고 계시는 한 선교사님을 알게 되었어요. 태양열에너지 설치사역은 필리핀이 워낙에 섬들이 많고 전기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정말 귀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작년에 다른 분을 통해 혹시 기회가 된다면 말리꽁꽁 지역에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을 해두었었는데, 며칠 전 그 분에게서 이번에 기회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루디목사에게 연락을 했더니 너무나 좋아라하네요. 6월 28일(목) 힐링트리 클리닉에서 서로 만나 소개하고 조만간 답사를 다녀오자고 이야기 해 두었습니다.
지난 루벤 목사님 송별회 때 아주 반가운 분을 만났습니다. 제가 6년 전 처음 이곳에 답사를 왔을 때 당시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대도 아주 환하게 맞이해 주고 환대해 준 Baladyay(발라자이)목사였습니다. 송별식이 끝나고 잠시 저희 클리닉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 분이 사말섬에서 목회를 하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8월 5일(주일) 본인이 섬기고 있는 베다니교회의 추수감사절이라고 저희 부부를 초대하네요. 사말섬은 제가 늘 관심을 두고 있었던 곳이었는데, 기꺼이 가겠노라 했습니다.
말리꽁꽁교회 리모델링도 올해 8월이나 늦어도 9월쯤 마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조촐하지만 감사와 축하의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되겠지요.
이렇듯 이 곳에서의 삶은 단순하지만 또 나름 바쁘게 하루하루 채워져 가고 있습니다.
늘 초심과 본질을 꼭 붙잡고 앞서 걸으시는 주님을 따라 힘차게 걸어가야겠지요?
보내주시는 귀한 사랑과 응원에 가슴 깊이 감사함을 전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주님의 은총 안에서 강건하시고 평안하소서.
2018년 6월 25일
선교지 민다나오 다바오에서
이영일, 손희종, 이봄, 이가람, 이샘 올림
* 기도제목 *
1. 힐링트리 클리닉에 밝고 신실한 새로운 가족을 보내주시기를
2. 말리꽁꽁교회의 모든 공사가 순적하게 은혜로 마무리되어지길
3. 8월에 방문하게 될 사말섬에서 좋은 만남과 주님의 예비하심이 있기를
4. 힐링트리 클리닉에서 날마다 은혜와 치유의 역사가 넘쳐나기를
5. 섬기는 종들이 영육 간에 강건하고 성령 충만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