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가 최근 뜻 깊은 좌담회를 열었다. 존경 받는 미주 한인사회가 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결론은 쉽게 도출됐다. 한인사회의 재원·재능·시간을 미국사회와 나누면 된다. 공동체에 대한 주인, 나아가 주역(主役) 의식이 요구되는 일이다.
나눔의 문화는 미국의 건국이념과 일맥상통한다. 나의 것을 내 것이라 여기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의 영어 표현은 ‘Endowment’이다. 이 단어는 무엇을 부여 받았다는 뜻도 된다. 한 사회에 대한 주인 의식은 이 'Endowment' 개념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보자. 인간은 창조주로부터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생명·자유·행복 추구에 대한 권리를 '부여(endowed) 받았다'고 말한다.
인간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얻은 기본권을 행사하며 살아간다. 빈손으로 온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권리를 보장받고 삶을 시작한다. 이것뿐이 아니다. 행복추구에 필요한 자질과 재능도 부여 받았다.
그래서 미국의 역사의식에 있어 인간의 존재는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로 정리되지 않는다. 평등하게 부여 받은 권리를 행사해 행복을 추구하고, 그 행복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 인생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권수래 복수거(權手來 福手去)’가 미국의 정신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남겨야 하는 것인가? 미국의 헌법 전문(全文)에 답이 있다. 여기에 미국은 왜 존재하는가를 명시하고 있다. 더 완전한 공동체, 정의로운 사회, 평화가 지켜지는 사회, 위협에 공동 대처하는 사회,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사회가 미국의 존재이유다.
그리고 '자유의 축복을 우리와 우리 후세에게 보장하기 위해' 미합중국은 세워졌다. 주목해야 할 표현이 있다.
바로 후세이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은 ‘Posterity’라는 표현을 썼다. 이 단어에는 혈연·시간·공간을 뛰어넘는 초월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부터 영원까지, 모든 이를 위해”라고 의역할 수 있다. 다음에 올 세대를 칭하는데 있어 가장 넓고 깊은 개념이 ‘Posterity’이다.
인간은 자유 하기에 권리를 갖는다. 행복할 권리도 있다. 이 같은 삶의 결실은 그러나 당대 또는 그 다음 몇 세대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앞으로 끝없이 이어질 후세에게도 같은 자유·권리·행복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나의 시대, 나의 집안, 나의 동족을 넘어 미국이 상징하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영원히 이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바로 주인의식이다.
‘Endowment’와 ‘Posterity’가 합쳐지면 기부문화가 만들어진다. 나의 자유·권리·행복은 창조에서 비롯되었고, 이를 누리며 살아온 삶의 결실은 후세도 나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나누는 것이 기부이다.
이런 철학과 정신이 없이 가족에게 재산을 남기는 경우는 상속(Inheritance)이다. 내 것을 내 식구들에게 남기는 행위에는 겸손과 헌신, 영원의 개념이 없다.
미국사회의 기부행위는 세 개의 ‘S'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Service(사회봉사)''Study(배움)''Spiritual(신앙)' 조직을 말한다. 첫째는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생활의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고, 둘째는 교육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다. 셋째는 영원한 가치가 선포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좌담회에 참석한 뉴욕한인봉사단체협의회 김광석 회장의 연급대로 한인 동포사회에는 이미 기부의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 세 번째 ‘S’, 즉 신앙에 기초한 헌금의 적극성은 자타가 인정한다. 이 헌신의 전통을 동포사회는 물론 타민족 사회의 봉사 및 교육사업과 더욱 가깝게 연계시키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이번 중앙일보의 ‘기부, 나눔, 봉사’ 캠페인을 통해 미국의 ‘Endowment’와 ‘Posterity' 정신에 더욱 가깝게 가는 동포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