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비유에 ‘밴댕이 소갈머리’라는 말이 있다. ‘속이 좁고 옹졸한 사람’을 밴댕이에 비유하다. 소갈머리는 속마음을 가리키는 속된 말로 ‘소갈’과 머리의 합성어이다. ‘소갈’은 속마음을 뜻한다. ‘머리’는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사진 자료 : 인터넷, 이하 같음>
밴댕이는 청어과의 물고기로 몸의 크기에 비해 내장이 들어 있는 속이 아주 작다. 이 밴댕이의 내장을 바로 소갈딱지 또는 소갈머리라고 한다. 그런데 이놈의 밴댕이가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그물에 잡히자마자 죽는다고 한다.
이를 본 어부는 밴댕이가 곧바로 죽는 것이 밴댕이의 속이 작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말이 지금은 성질이 급하고 속이 좁아 무슨 일이든 너그럽지 못하고 쉽게 토라지는 성격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부르기 시작하게 되었다.
결코 유쾌한 말이 아니므로 자주 사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대상이 되는 사이의 속 좁음이 도를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늘 자기 말은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하려든다. 남을 헤아릴 줄 모른다. 금방 부글거리고 혼자 토라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그러다보니 전에 한 말과 후에 한 말이 서로 다른 것은 예삿일일 정도다.
최근에 언론 보도를 통해서 문 대통령에게서 이런 속 좁은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대통령은 국가 최고 통수권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리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반대하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대통령도 이를 인정했기에 2017년 2월 9일 JTBC ‘썰전’에서 “참아야죠. 뭐.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 그래서 국민이 불만을 해소할 수 있고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닌가요”라고 했다.
그때는 참 대범한 대통령 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그랬던 대통령이 민초들이 그의 미소에 넋을 잃고 있는 사이에 한 젊은이를 고소했다. 그 젊은이가 자기를 비방한 내용이 너무 ‘극악’하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했다.
그 젊은이는 2019년 7월 17일 국회 분수대 주변에 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전단 뭉치를 뿌린 혐의(대통령 문재인 등에 대한 모욕)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 동안 그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왔다.
그의 비난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에도 속하지 못할 만큼 ‘극악’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젊은이의 불만은 해소되고 위안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인 모양이다.
그로 인해 그 젊은이는 햇수로 3년째 수사를 받은 끝에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될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다. 3년씩이나 수사를 해야할 정도라면 과거 조선시대 같으면 3족을 멸할 정도의 대역죄라도 되는 모양이다.
그는 휴대전화를 포렌식 명목으로 석 달간 압수당했고 경찰에 10차례 가까이 출석해 추궁을 당했다고 한다. 하도 황당해서 누가 고소를 했는지를 물었으나 경찰은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단다. 다 알면서 뭘 물어보냐는 식이었단다.
형법상 친고죄에 해당하는 모욕죄는 피해 당사자나 법정 대리인이 직접 고소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모두가 말을 숨겼지만 결국은 대통령이 위임한 측근이 고소를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말하자면 대통령이 국민을 고소한 것이다.
그래놓고도 태연하게 대통령은 2020년 8월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됩니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라고 한 바 있다.
자기가 고소한 젊은이는 여전히 경찰 수사에 시달리고 있는 중인데도 그 같은 말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민초들 앞에서는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었다. 돌이키면 그 미소야말로 대단한 연출이 빚어낸 오스카상 감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그 의무 대상에서 자기를 비난한 사람은 제외를 시켰다. 그러고도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취임사에서 포부를 밝혔었다. 대통령의 국민 보호도 결국은 ‘기브 앤 테이크’인 모양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로 박 전 대통령을 비난했었다. 그러나 그런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은 ‘제왕적’이라는 수식어를 ‘절대적’이라고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이 언제나 자기 편리한대로 이야기하고 돌아서면 다른 소리를 한다면 혹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엉뚱한 사람이라도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를 일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이런 고소 행위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그릇 크기는 꼭 ‘간장 종지’만하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그보다 더 적을지도 모르지만, 부엌살림에 간장 종지보다 적은 그릇이 없기에 그 나마 그에서 멈춘 것이리라.
그러니 대통령이 민초들을 고소했듯, 민초들이 하나둘 그의 마법에서 깨어나 등을 돌리고 각자 제 갈 길을 는 탓에 지지율은 조사할 때마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중이다. 결국 머지않아 이 정권이 그 낭떠러지 아래 처참하게 나뒹굴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