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호>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한 독립 쉼터 설립의 취지(2)
우리 성가회가, 12월 8일에, 성매매피해여성들을 위한 독립 자활 쉼터 나자렛 성가정 공동체를 증 개원하면서 새로운 공동체 개원의 의미를 조금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975년 12월 8일에,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부평의 성매매 종사여성들이 아니었더라면, 네가 흑인 유엔군의 성폭행을 당했을 수도 있으니 너의 은인은 성매매종사여성들이다. 그들이 정결의 벽과 보호의 벽을 쌓아 주어 너의 안전을 지켜주었다. 그들을 구하는 일에 평생을 바쳐 일하며 살다 어미를 따라오노라.” 라고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으셨습니다.
1978년에 요한 바오로 1세 교황님이 돌아가시면서 “밥을 먹은 사람은 밥을 굶은 사람을, 옷을 입은 사람은 헐벗은 사람을 돌보라.” 는 유언을 남기셨을 때 나는 우리 가족이 사는 작은 집 안에서 한두 명씩 오갈 데 없는 여성들 돌보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1989년 12월 8일에 구기동 집 250평을 유수일 사베리오 신부님의 주례로 낙성하였을 때에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비혼모와 성매매종사여성과 저소득 모자가족과 가출 부랑 청소녀 등 다양한 모습의 모든 피해여성들을 돕는 종합 쉼터의 성격을 지녔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정을 떠난 가출 여성들의 양상 중에 특히 성매매로 인하여 피해당하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무절제한 카드 사용으로 인하여 빚을 지고 원조교제나 단란주점 아르바이트로 성매매된 어린 소녀들의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이 여성들, 특히 어린 가출 소녀들의 피맺힌 상처를 싸매 주고 이 딸들이 ‘살아 있기’와 ‘다시 살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성매매피해여성들의 ‘다시 함께 모여 사는’ <나자렛 성가정 공동체>독립 시설을 개원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성매매 종사여성들과 우리 자신을 구분 지어 불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와 그들의 나누어진 개념이 아닌, ‘함께 사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숙하고 안전한 경계선 안 쪽에 우리가 서 있다고 생각하면서 ‘성매매된 그들’을 돕는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함께 같이 살기’는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선과 악 양면의 안쪽으로부터 우리가 쌓아 온 두껍고 강철 같은 경계를 우리 스스로 안으로부터 허물지 않는 한, 그들에게 다가설 길이 열리지 않을 것이고 어떠한 노력으로도 결코 그들 앞으로 한 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할 것입니다. 이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선 ‘너와 나’가 구별된 개념으로 ‘그들’을 생각하는 사고의 틀을 허무는 일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다가서려 노력하는가를 확인하고서야 성매매피해여성들은 사회와 우리의 몰인정과 무관심을 용서하고 우리 사이의 경계선을 조금씩 허물며 다가올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새 <나자렛 성가정 공동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미약합니다.
우리는 큰 것을 꿈꿀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들이 먼 훗날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에 “나에게도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며 함께 하려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일어서는 안간힘을 자생시킬 수 있기만을 바라면서 끊임없이 노력할 뿐인 것입니다.
자살하려던 사람들은 자신을 진정 이해해주는 단 한사람만 있었더라도 생각을 바꿀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부모 형제 없는 고아들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든 이유는 단 한 명도 생명을 걸고 그를 위하여 방패막이가 되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 <나자렛 성가정 공동체>는 감히 그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한 솥 밥을 먹는 식구들이 그 앞을 가로막는 거센 파도의 강을 건널 때 함께 손을 잡고 건너 주고자 하는 것이며, 잡고 일어설 그 무언가를 찾을 때 잡아주는 손, 함께 버텨주는 발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 집 식구들이 또 하나의 새 예수가 되어, 문란하고 혼탁해진 세상에 가냘프나 환한 한 줄기 빛살을 비추어줄, 새 시대의 일꾼으로 성장할 수만 있다면, 저는 남은 생명을 여기에 바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실은 이제 막 그 개원을 준비하는 우리의 새 쉼터가, 세상에서 사라질 그 날을 지금부터 이미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저의 꿈입니다. 성매매로 치부하는 사업주인 업주들의 억압과 착취에 시들어가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하느님 나라가 이 세상에 빨리 완성되도록 그 시간을 앞당기는 주님의 종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소망의 실현은 바로 성가회 회원님들 한 분 한 분의 사랑으로만 가능합니다.
저희는 쉼터의 운영자로서 많이 부족하지만 항상 노력하는 일꾼이 되기 위하여 수많은 밤들을 깨어 기도할 것입니다. 그 기도에 함께 동참해 주시고 손을 내밀어 저희의 손을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에 태어나 하느님과 사람들로부터 오늘까지 받아 온 모든 좋은 것들을 다시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빈 손 빈 가슴으로, 아름다운 공동체를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고 가려 합니다. 주님이 항상 함께 해 주실 것입니다.
또한 이 글을 함께 읽어주시는 우리 회원님들 모두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하실 수만 있다면, 주변에서 이 노력과 기도에 동참해 줄 새 회원님들을 인도하여 주시고, 우리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우리가 떠나온 본향을 그리며 가볍게 살아가는 인생을 성찰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들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11월 11일.
사회복지법인 나자렛 성가회 이인복 마리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