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보관 및 서빙]
"열심히 레이블을 읽어 사온 와인, 어디에 두어야 하나요?"
정답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집(특히 아파트)에는 와인을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특히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와인은 포도의 특성상에 맞는 적정 온도 또는 수 천년 동안 경험에서 얻어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온도가 있습니다. 우리가 생선회를 먹을 때를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예를 들면 한식당에서 먹는 생선회가 있고 일식당에서 먹는 생선회가 있습니다. 특히 한식당(예 : 노량진 혹은 가락시장)에서 먹는 생선회는 주로 퍼덕퍼덕 뛰면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즉석에서 잔인하게 사망케하여 고객에게 푸짐하게 내놓는 활어(活魚)가 많습니다(양(量)에 승부를 걸죠).
그러나 일식집에서 먹는 생선회에는 활어(活魚)가 거의 없습니다. 주로 새벽에 구입한 활어(活魚)를 기절(혹은 사망)시킨 후 뼈를 발라내고 생선회를 떠놓기 쉽게 젖은 헝겊 같은 것에 돌돌 말아(마르지 않도록) 냉장실에 보관한 후 손님이 오면 그때 썰어서 내놓는 방식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활어(活魚)보다 일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냉장실에 '준비된 생선' 선어(鮮魚)가 더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식당과 일식당의 서비스와 분위기에 차이가 있습니다마는 생선회의 맛만 놓고 볼 때 후자를 더 좋아합니다(가격을 생각하면 전자가 물론 더 좋구요 ^^). 이 같은 맛의 차이는 보관 온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와인도 그 보관 온도가 아주 중요합니다. 앞에서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와인은 공기와 만나 산화작용을 시작하고 이를 오래 방치하게 되면 식초산으로 변하게 됩니다.
공기와 만나지 않더라도 와인이 실온(20C이상)에서 장기 방치되면 산화작용이 아주 빨라지게 되어 코르크 마개를 따기 이전에 벌써 산화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와인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 공력이 쇠퇴하여 마실 수 없게 됩니다(아까워서 억지로는 마실 수는 있겠지만요).
레드 와인은 그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만 대게 7C~14C정도의 온도에 보관하여야 합니다. 14C 정도의 기온이 어느 정도냐 하면 봄날 아침에 출근하실 때 약간 시원하고 싸한 느낌 드는 정도죠. 물론 다음 날 먹으려고 산 레드 와인를 이렇게 보관하여야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몇 달 동안 보관하는 경우를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한 여름의 30C를 넘나드는 기후 아래서 집(특히 아파트)에 와인을 적정온도로 보관하실 수 있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돈이 아주 많은 부자 아니면 진짜 와인광이어서 전기로 작동하는 와인전문용 냉장고(Wine Cellar)을 구입하셨으면 모르겠지만요. (200병을 보관하는 Wine Cellar가 한 2천불합니다. 그런데 그걸 사놓고 200병 채워 넣으려면 아마 wine cellar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입니다.^^;)
레드 와인을 그러면 아예 냉장실에 보관하면 안 되냐고 하시는 분 많으실텐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숙성이 안 되기 때문이죠(보관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너무 온도가 낮아 병입 후에 일어나는 bottle aging(병안에서의 숙성)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한여름에 창고 안에 넣어 놓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합니다. 그래서 냉장고에 넣어두시려면 아예 구매를 하지 마시고 와인 가게에 놔두고 필요할 때 사서 드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레드 와인의 보관에 대하여 말씀 드렸지만 실제로 마실 때에는 12C~16C에서 보관된 와인을 바로 드시는 것이 아닙니다. 잘 보관을 한 후 마시기 전 한 3~4시간 정도 상온에 놔둔 후 마십니다. 그러니까 레드 와인 보관 방법은 "보관은 시원하게 마실 때는 상온에서"가 정답입니다.(예상 시험 문제이니 잘 기억해 두십시오.)
그리고 코르크를 따자 마자 그냥 따라 마시지 않고 코르크를 개봉한 후 한 15분 정도 놔뒀다가 잔에 따릅니다. 이를 와인이 '숨을 쉬게(breathing)" 하는 과정이라고들 하는데 장기간 저장된 와인이 그 동안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이런 와인을 숨쉬게 두면 와인이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그 동안 눌려있던 스트레스를 풀게 됩니다. 그래서 맛이 더욱 좋아지는거죠.(정말 이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이와 비슷한 이치가 작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와 다릅니다. 화이트 와인은 냉장실에 보관하여도 문제없습니다. 보통의 화이트 와인은 8C~12C에서 가장 좋은 맛을 낸다고 합니다. 여러분 식당에서 와인 시키시면 테이블 옆에 얼음이 가득 들어있는 것(Ice Bucket) 안에 와인 한 병을 웨이터가 가져와서 서브해주죠.
이는 화이트 와인을 딴 후 서브를 해 주는 과정에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해주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그냥 실온에 두면 다시 와인의 온도가 올라가 맛이 없어지잖아요. (이것을 알고 계셨나요?: 화이트 와인을 이 ice bucket에 너무 오래 두면 온도가 너무 떨어져 와인이 갖는 향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너무 차가워지기 전에 밖으로 빼놓는 것이 좋습니다.)
적정 서빙 온도
보통 레드와인은 실내온도에서 그리고 화이트 와인은 차갑게 마실 것을 권유하죠? 근데, 정확하게 실내 온도란 몇 도를 말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차갑게'는 얼마나 차가운 것을 의미할까요?
우선, '실내온도'를 운운했던 것은 오늘날처럼 중앙 난방이 없던 시절의 얘기입니다. 화롯가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추웠던 그 때의 얘기이지요. 따라서 실내온도란 16도에서 18도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레드 와인도 약간의 냉장 보관이 필요하다는 거죠.
하지만, 너무 오래 냉장고에 두어 온도가 너무 떨어지면 탄닌 성분이 강하게 느껴져서 홍차를 진하게 뽑았을 때와 같이 떪은 맛만 강하게 느껴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레드 와인의 '실내온도' 서빙 기준을 무색케 하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가볍고 과일향이 풍부한 프랑스의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나 이태리의 바르돌리노와 같은 와인은 다른 레드와인 보다 차가운 10에서12도에서 마셔야 제 맛이 난다고 합니다. 너무 복잡하죠? 그래도 맛있는 와인을 맛없게 마시는 것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우려 맛있게 먹는 것이 좋겠지요?
그럼, 화이트 와인 냉장고에 꽁꽁 얼릴 정도로 차게 마셔도 되냐구요? 물론… 안되죠. 얼려서 드시겠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 온도가 낮을수록 발산되는 향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나치게 차게 하면 100% 맛을 다 느끼지 못하고 마시게 되겠죠? 그래서 오크 향에 숙성된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는 레드와인 처럼 실온에서 마시는 경우도 있답니다. 한 8도에서 10도정도의 온도에서는 신맛이 적절히 억제되고 상큼하게 드실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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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C - 17°C |
보르도의 최고급 와인들 |
15°C - 16°C |
부르고뉴의 최고급 와인들 |
14°C |
고품질 레드 와인, 완전한 숙성 단계에 이르지 않은 최고급 레드 와인 |
12°C - 13°C |
최고급 화이트 와인 |
11°C |
라이트하고 과일향이 풍부한 숙성이 덜된 레드 와인 |
10°C |
로제 와인. 숙성이 덜 된 와인 |
9°C |
드라이 화이트 와인. 일반적인 레드 와인 |
8°C |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 |
7°C - 8°C |
샴페인, 스파클링 와인(발포성 와인) |
6°C |
스위트 와인 | |
그런데 항상 잊지 말고 챙기셔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섭씨 2도.. 무슨 말이냐구요? 잔에 따랐을 때 와인이 올라가는 온도입니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2도 정도 온도가 상승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감안해서 와인을 준비하셔야 겠지요?
"어떤 와인은 마시지 말고 보관해야 하나요? 또, 얼마나 보관해야 하나요?"
어디에선가 특정 와인이 좋다는 말을 듣고 와인 샵에 들려서 사서 마셨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구요? 혹시 좀더 숙성 시켜서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었나요? 그렇다면 어떤 와인을 어느 정도 숙성시켜야 옳을까요?
모든 와인이 오래 숙성시켜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보통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저장 상태가 좋으면 출고 된 후 2-3년은 더 숙성시킬 수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는 1년에서 2년 사이에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품질의 레드 와인인 경우에는 10년도 숙성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동안 이런 와인들은 그 풍미가 보다 다양해지고 부드러워지게 되는 거죠. 이런 특별한 와인은 보통 다른 와인들보다 탄닌과 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조건에서 볼 때 보졸레나 꼬뜨 드 론의 와인과 같은 옅은 와인은 오래 보관될 수 없는 와인인 셈이죠. 그리고 유럽 중부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레드 와인들도 마찬가지구요.
다음은 일반적으로 제안되는 숙성 정도입니다. 그러나 절대적인 것을 아니죠. 와인마다, 같은 와인의 병마다 그 보관 상태에서 따라 다를 수 있으니까요.
와인구분 |
숙성가능기간 |
보졸레 누보 |
즉시 마실것! |
보르도(레드) |
7~12 년 |
보르도(화이트) |
4~10 년 |
까베르네 소비뇽 |
5~10 년 |
샴페인 NV |
0~2 년 |
빈티지 샴페인 |
5~10 년 |
끼안띠 |
0~5 년 |
샤도네이 |
0~5 년 |
멜로 |
2~5 년 |
게뷔르츠 트라미너 |
0~4 년 |
포트(NV 등) |
0~5 년 |
빈티지 포트 |
10~20 년 (또는 그 이상) |
리오하 |
7~12 년 |
부브레이 |
7~12 년 |
진판델(레드) |
7~12 년 |
진판델(화이트) |
7~12 년 |
이제 여러분들은 '와인 마시는 방법'과 '와인 보관 방법'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와인에 대하여 초식은 떼었다고 생각됩니다. 이젠 정말로 와인을 직접 드셔보시는 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