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황사가 처음 전국을 내습한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마음먹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서는 길을 막지는 못한다.
아침 8시 정각, 시동을 걸고 힘차게 먼 길을 향해 차를 출발한다.
8시 10분, 25년 세월을 훌쩍 너머, 한 친구와(현희) 길에서 조우한다.
비록 긴 세월이 흘렀지만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는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반가움의 마음을 싣고 8시 30분경, 또 한 친구 정희와 만나 거제행 길을 떠난다.
예전에는 구마고속도로를 나와 마산시내를 거쳐 국도를 타고 통영, 거제로 가는
외길이었지만 이젠 구마, 남해, 진주-통영간 고속도로를 달리니 집에서 출발한지
세시간만에 정확히 거제에 도착한다.
진해에서 배를 타고 도착한 태옥과 영호 조우하니 마침내 성원을 이룬다.
친구를 만나는 반가움도 잠시 시장한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향한다.
장승포항에 있는 거제에서도 소문난 해물식당으로(MBC,KBS,SBS 3사에 나왔다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한 친구들 모두를 감탄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그 맛과 푸짐한 양의 해물이 압권이었다.
다음에 거제를 방문할 기회가 생기는 친구들을 위해 식당 전면 사진을 올려본다.
무지하게 큰 뚝배기에 담겨 나온 푸짐한 해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나눈 소주 일잔, 그리고 반가움.......
사진 속의 수증기처럼 그렇게 피어올랐다.
12시 50분에 지심도로 출발하는 배 시간에 맞추기 위해
그 맛난 음식을 다 음미하지 못하고 헐레벌떡 선착장으로 달린다.
지심도까지는 15∼20분이면 충분하고 장승포항에서도 빤히 눈에 들어온다.
남편 근무지 따라서 거제에서도 몇 년이나 살았다는 현희는 감회가 새롭다.
멀리 바라뵈는 산중턱에는 예전에 살았다는 아파트도 보인다.
마침내 도착한 지심도.
이맘때면 온 섬이 동백꽃으로 뒤덮여 장관이라며 오늘 아침 KBS2 TV에도 나왔었다.
섬을 따라 올라가니 온통 동백나무가 섬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동백꽃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아직 때가 일러서인지 그 많은 동백나무에 핀 동백꽃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 것을.
탁 트인 바다를 보는 재미, 숲길을 따라 삼림욕을 즐기는 재미,
그리고 섬 곳곳에 숨은 비경을 보는 재미 또한 솔솔한 것을...
(사진찍기 좋은 곳이라는 안내문 답게 절경을 뒤로 하고 다같이 한 장)
(대밭의 경치 또한 일품이어서 배경으로 한 컷)
섬을 돌아 내려오는 길에 흐드러지게 핀 매화나무 몇그루를 발견한다.
비록 동백꽃을 실컷 보지는 못했지만 흐드러진 매화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그래서 다 같이 매화 아래서 추억을 남겨본다.
매화를 지나오니 민박집이 나와 커피나 한잔하자며 들려 본다.
그 집 앞에 제법 모양을 갖춘 동백꽃이 있어 꽃과 바다를 배경으로 다같이
사진 한 장을 남겨 본다.
들른 민박집 마당에는 출타중인 주인을 대신해 식사중이던 손님들이 우리를 반긴다.
커피는 마당 평상에 있고, 물을 끓여 줄테니 공짜로 차를 마시고 쉬어 가란다.
(주인이 나가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준비해온 송편까지 내어 권한다.
태운 커피를 한잔씩 마시려는데 태옥이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매화나무에서 따온 매화꽃이다.
꽃 이파리로 만든 차맞이 일품이라며 즉석에서 남은 물로 매화차를 만들어 준다.
처음에는 무슨 별맛이 있을까 보냐며 시큰둥해 하던 친구들이 한잔씩 맛을 보고는
그만 다들 커피잔을 놓아 버린다.
입안에 퍼지는 깔끔한 맛과 코 끝을 희롱하는 그 향기를 어찌 말로 표현하랴?
생전 처음 대하는 싱그런 매화차에 취하고 친구들에 취하는데 주인장이 들어온다.
우리들 차 마시는 사진을 굳이 한장 찍어주고는
매운탕을 덮히고 있으니 소주 한잔씩 하고 천천히 다음 배로 나가라며 권한다.
하긴 일찍 나가봐야 딱히 할 일도 없을 것 같애서 그러자며 소주 한잔씩을 더 한다.
바다가 내려다뵈는 전망 좋은 민박집 마당 평상에서 마시는 소주맛도 괜찮았지만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도 좋았지.
그 와중에 여자들은 아까 마신 매화차에 반해 매화꽃 따러 다녀오더니 주인인 할머니한테
들켜 야단맞았다며 깔깔거리며 들어온다.
그래도 가방에는 한 웅큼씩의 꽃이파리들이 들어 있다.
시간이 많이 남아 다 보지 못한 섬을 돌아본다.
일제시대에 세운 포진지와 탄약고도 돌아보고...
그리고는 선착장이 내려다 뵈는 곳에 앉아 쉬면서 사람 사는 얘기를 나눈다.
중년의 남자들이 바람 피는 이야기...ㅎ(다들 진지하다..에고...)
장승포항으로 다시 돌아오니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을 가늠해야 할 시간이다.
그렇지만 남은 아쉬움을 마져 털어야 하고, 먼길 가기 전 배도 채워야 한다.
다시 한번 거제에서 유명하다는 장어구이집으로 향한다.
점심처럼 시간이 촉박하다(태옥이의 진해행 배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기본으로 나온 아나고회로 건배를 시작하니 다들 분위기에 취한다.
장어구이는 부드럽고 담백해서 입안에 착착 감긴다.
언제 또 이런 곳에서 친구들과 이런 좋은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까?
마침내 헤어져야할 시간.
하루의 만남을 마감해야할 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할 시간.
태옥이가 가장 먼저 배로 떠난다.
그리고 대구로 향하는 우리들......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아직은 이른 동백을 보러 떠난 길.
그 길에서 비록 많은 동백꽃을 보진 못했지만
가슴 한가득 친구들과의 추억을 만들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