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윤리경영
오늘날 농촌마을이 자연부락에서 체험관광마을로 변모함에 따라 공동경영체로 변해가고 있다. 마을을 방문하는 도시민들과 민박, 체험, 농산물판매 등 다양한 형태로 고객과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마을에도 이제 경영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경영의 환경에 진입될수록 윤리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윤리의식이 배어 있어야만 생존해 나갈 수 있다. 오늘날 장수하는 기업들도 보면 초창기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해서 성장한 기업들이다. 세계 최고(最古) 장수기업인 일본 오사카에 있는 곤고구미회사는 1천4백여 기업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건축회사인 곤고구미의 장수비결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충실하라’는 경영이념이다. 그런 까닭에 곤고구미는 겉으로는 드러난 곳보다는 천장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비싼 건축자재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이 발생해 수많은 건축물들이 파손 됐을 때 곤고구미가 지은 건물들은 별 탈이 없었다고 한다. 정직하고 신뢰성 높은 기업운영이 장수비결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정직, 그것은 다른 어떤 자산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리더의 힘은 도덕성에서 나온다. 이는 곧 내부 구성원이 봤을 때 ‘정당성’이 되고, 외부인에게는 ‘신뢰성’의 근거가 된다.
윤리경영 개념이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덕목이 아니다. 마을사업에 있어서 윤리경영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마을경영에서 윤리경영은 내적인 면과 외적인 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내적인 면에 있어서는 합리적이고 투명경영을 해야 한다.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실천해야 한다. 훌륭한 의사결정은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합의구축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다수가 소수보다 더 현명하다는 생각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해야 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안 된다. 회계처리는 체계적인 기록과 더불어 반드시 그 결과를 일정한 주기(월, 년 등)로 공개를 해야 한다. 장부를 보여 준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적 분위기를 쌓아간다는 의미다. 공정치 못한 회계처리문제로 갈등이 많아 마을공동경영이 와해될 수도 있다.
그 다음은 외적인 면으로 고객과의 상호 믿음의 관계형성이다. 이제 마을이 고객을 모시는 서비스시대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고객서비스는 ‘신용’과 ‘친절’이 최고의 무기다. 일본 교토에 가면 300년 이하 된 가게는 가게로 쳐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신용’을 생명처럼 여기면서 친절하고 고객을 모시는 덕목이 있기 때문이다. 체험관광마을일수록 신뢰받는 경영모델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숙박이나 농산물판매에 대한 요금책정에 있어서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가격에는 누구나 민감하다. 바가지요금이라는 용어는 아예 마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농산물품질이나 서비스품질에 있어서도 항시 동일성 유지로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고객에게는 누구나 나름대로 기대치가 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불평, 불만이 발생된다. 비용을 상회하는 소비의 가치를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웰빙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윤리적 환경이야말로 정서적 만족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게 행복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정직하고 윤리적 생활이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 같다. 영국 속담에 이런 좋은 말이 있다. 하루를 행복하려면 이발관에 가라. 일주일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라. 한 달을 해복하려면 새 차를 사라. 한 해를 행복하려면 새 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려면 정직해라.
윤리적 삶이 생활가치의 주요 트렌드로 삼고 있는 시대에서 고객에게 신뢰받는 마을경영이 되도록 노력하자. 마을의 규약과 운영방침을 보다 높은 윤리수준으로 높여 나가자. 그게 내부 결속력과 고객의 믿음을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기준이 된다. 명확한 윤리경영의 실천이야말로 선진마을로 이끌어가는 행복의 나침판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