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고통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까?
쾌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까?
이 질문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오래된 단골 주제로써,
일반적으로는 고통을 피하기 위한 동기가 쾌감을 얻기 위한 동기보다 더 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 본능이라고 하는데,
노벨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의 연구에서
손실의 심리적 충격이 이득의 심리적 기쁨보다 대략 2.5배 더 강하게 나타나는 패턴을 발견해 내었죠.
이는 정치, 경제,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며,
우리가 어떻게 결정하고 행동하는지를 설명하는 핵심 원리 중 하나입니다.
이를테면, 데드라인이 10일 남은 과제를 해야 할 때,
언제부터 시작할 지와 같은 일상적 의사결정 또한 마찬가지이죠.
인간은 불편해야 행동한다.
우리는 왜 매번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것일까?
이유는 명확합니다.
오늘 내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큰 스트레스가 유발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 10일이나 남았으니까, 오늘은 그냥 즐기자.'
그렇다면, 왜 9일째 되는 날엔 평소보다 훨씬 더 빠릿해지는 걸까?
데드라인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아서 엄청 큰 압박감이 닥쳐왔거든요.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누구라도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죠.
이 모든 행동 패턴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불안이라는 감정입니다.
우울감, 불안감과 우울장애, 불안장애는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이 싫어서 이걸 해결하기 위해 뭐라도 하게 되면
그냥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에 일순 휩싸이게 된 겁니다.
반면, 우울하고 불안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집 안에서 웅크리고만 있다면,
우울과 불안이 병리적 증세로까지 발전된 것이죠.
일반적인 경우,
불안은 고통 회피의 본능에 따라서, 불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행동을 촉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불안을 더 자주 느끼는 사람들의 경우,
불안을 예방하고자 하는 행동을 평균보다 더 많이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MBTI에서 판단형인 J가 인식형인 P보다 계획에 더 몰입하는 이유는,
미래가 불확실하고 구조화되지 못한 상태일 때 상대적으로 더 강한 불안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불안하기 때문에, 계획이라는 행동을 통해 불안이라는 불쾌감을 제거하고 싶은 것이죠.
또한, BIG 5 성격에서 신경성 수치가 높은 신경과민 유형은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사전에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예방 활동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고통의 크기가 강할수록, 행동력이 증가하게 되는 매우 간단한 원리인 것입니다.
불안의 강도가 행동을 촉발시킬만큼의 임계점을 넘지 못한다면,
인간은 좀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을 미루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에요.
아직 나에겐 몇 일 남았기 때문에 여전히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일을 미루지 않고 바로 착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일까?
보통은 세가지 경우 중 하나입니다.
① 습관 형성이 그렇게 된 경우 :기계적인 행동
② 성취하는 일에 익숙한 경우 : 쾌감을 얻기 위한 행동
③ 만성적으로 불안 수준이 높은 경우 : 고통을 피하기 위한 행동
여기서, ①과 ②는 선순환 구조로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뭐든지 미루지 않고 바로 착수하는 습관을 들였더니,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잘 해 낼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성취감이라는 즐거움에 익숙해져
뭘 하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잘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난 케이스죠.
→ 굉장히 희소한 경우
③은 데드라인이 많이 남은 시점부터 행동 착수의 임계점을 넘을만큼 불안을 강하게 느끼는 경우입니다.
강한 불안으로 인해 행동력이 증가하지만, 그게 병리적으로까지는 발전하지 않은 상태.
즉, 불안 장애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경계선 군의 특징이랄까?
→ 이 역시 희소한 경우
누구든 평균 이상이 되고 싶다면, 스스로 더 많은 고통을 줘야만 합니다.
고통이 인간을 행동하게 만들고, 행동이 사람을 성장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저는 심리학 관련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40대에 변화하는 걸 많이 목격하고 있습니다.
왜 변화의 시점이 40대일까?
신체 능력이 확 꺾이면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고통을 겪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내 몸이 더이상 버텨내지를 못하거든요.
즉, 불편감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변화 행동에 착수하게 된 것.
이 또한 벼락치기라면 벼락치기겠죠? 건강 벼락치기.
결국, 다른 사람들처럼 벼락치기를 통해 행동에 착수하느냐?
아니면, 스스로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더 빨리 행동에 착수하느냐?
에서 사람들의 성장 속도가 갈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고통을 최대한 많이 접하는 것이 성공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일 것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오늘도 재밌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뭔 일 있으면 바로 착수 하는 편인데요. 특히 회사에서요. 저는 1,2,3 다 해당 하는 것 같아요 ㅎㅎ 근데 이게 어렸을 때는 절대 그렇지 않았는데 아마도 군생활 하면서 든 습관 인 것 같기도 하고.. 계기가 뭐였을지 궁금할 정도로 크게 바뀐 케이스라 ㅎㅎ
어쩐지 귀찮을때
1. 몸안좋은 사람사진
2. 몸좋은 사람사진
둘 중에 1번을 봐야 운동을 하게 되더라구요
전 무명자님의 글이 참 좋네요. 제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할수 있어 매번 정독합니다. 좋은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성실함의 이면엔 불안과 고통이 있을수도.. 역시 그렇구나 하면서 내일로 미루는 나..;;;
엉덩이가 무거운 이유가 있었군요.
완전 쫄본데 그래도 엉덩이가 무거움. ;;;
잘 읽었습니다. 저 자신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