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4 - 서영남
모질고도 모진 겨울이 지나갔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살아온 겨울은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얼어죽었을까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요. 그래도 모진 목숨들이 잘 버텨주었습니다.
3월 1일(토)
조금 일찍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해서 반찬을 차려놓고, 닭육개장을 끓여놓고 간은 맞추지 못하고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고맙게도 대성씨와 아오스딩 형제님이 오셨기에 전철을 타고 신사역에 내려서 리버사이드 호텔로 갔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연애한지 백일째 되는 날을 기념해서 설거지 봉사를 하러 온 재환군과 효정양의 결혼식 주례를 서야하기 때문입니다.
오후 세 시에 명동 성당 꼬스트 홀에서 예수살이 10주년 기념미사가 있기에 명동으로 갔습니다. 명동에는 정말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사람에 밀려서 걷기가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명동 칼국수로 점심을 떼우고 바오로 서원에 가서 책을 구경하다가 몇 권의 책도 샀습니다.
예수살이 5주년 때 국수집 이름을 무엇이라고 정할까 고민하다가 조카의 민들레 서원을 보고 "민들레국수집"이라고 이름 지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저녁미사 때 인천교구 서운동 성당에 가서 강론을 해야하기 때문에 미사 중간에 빠져 나왔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하니 대성씨가 하룻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해 줍니다. 도와주러 오신 분이 열 다섯 분도 넘었다고 합니다. 고마운 분들이 선물해 주신 것도 살펴보았고요. 후원금을 주고 가신 것도 전해 받았습니다. 점심 때 손님 한 분이 시끄럽게 한 이야기도 합니다.
서운동 성당에서 저녁미사에 강론을 하고 집에 오니 밤 아홉 시입니다.
3월 2일(일)
오전 여덟 시에 민들레국수집에 오니 대성씨가 아침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해 놓고 서운동 성당으로 갔습니다. 오늘은 오전 9시 반 미사와 11시 미사 그리고 저녁 일곱 시 반 미사에 강론을 해야 합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황사가 심합니다.
26년전 이천 마장면 이치리 공소 여학생이었던 복자를 만났습니다. 26년만입니다. 딸 둘을 데리고 인사합니다. 세상에! 영숙이, 희숙이 소식도 들었습니다.
오후에는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있었습니다.
종경씨가 남친과 함께 봉사하러 오셨습니다. 대리로 진급하셨답니다. 민들레국수집 문을 닫은 후에 짜장 파티를 했습니다.
3월 3일(월)
봄입니다. 한결 따뜻합니다.
서울에서 오신 손님들이 무척 많은 날입니다.
닭볶음탕, 미역국, 갈치구이, 간장 게장, 봄동 겉저리, 김치, 무말랭이 무침, 콩자반, 등등입니다. 후식으로 떡을 드렸습니다.
대성씨가 손님들을 생각해서 닭볶음탕 한 대접과 미역국 한 대접 두 그릇을 드렸더니 손님들이 난감해 합니다. 닭볶음탕과 미역국을 함께 내지 말고 닭고기를 못 드시는 분께만 미역국을 드리도록 했습니다. 곤란한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영희 할머니가 쌀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쌀을 드리고, 식사하시도록 했습니다. 갈치를 발라드시는 것을 힘겨워하셔서 발라드렸더니 맛있게 드십니다.
하루 종일 얼마 벌으셨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파지 주워서 천 원 벌었다고 합니다. 내일부터는 땅콩을 팔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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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지내시다가 13년만에 고향에 들리신 마리아 자매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근검절약,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을 당신 대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써 달라면서 맡기십니다.
갈치구이가 너무 맛있습니다. 손님들이 갈치구이 가시 발라서 드실 줄 몰라서 쩔쩔 매는 분이 많습니다. 치아가 시원찮아서 김치도 못 드신다는 분이 게장은 참 잘 드십니다.
오늘은 참 손님이 많이 왔습니다. 갈치 두 상자를 사랑의 국수집에 보내드렸습니다.
문을 닫은 다음에 대성씨와 밴댕이 구이를 먹으러 갔습니다. 옛날 17-8세 때 섬에 끌려가서 3년 동안 머슴으로 고생하다가 도망쳐 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