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어 氷魚
임윤식
누구에게나 꿈은 달콤하고 아름답다
엄마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세상을,
아빠는 고래가 되어
바다를 주름잡는 꿈을 꾼다
자식들은?
머나 먼 걸리버 나라에서
공주를 꿈꾸는 딸
아들은 로빈후드가 되어
백마 타고 웹 속을 달린다
춘천 호반의 겨울
얼음 속 동화나라는 언제나 푸르고 싱싱하다
먹이를 찾아 여기 저기 헤매는 빙어 가족
그들의 꿈은 오직 한끼 밥상이다
엄마의 여전한 잔소리
쉿,
낚싯밥을 조심할 것
조장 鳥葬
임윤식
발가벗겨진 채 겨울바람을 맞고 있다
가지 끝에 매달려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붉은 감 몇알
한평생 삶이 사리처럼 영롱하다
제물로 바쳐지는 마지막 육신
새들이 모여든다
시신을 잘게 자르는 배화교 사제처럼
익숙하게 살붙이를 쪼아댄다
몸은 그렇게 새들의 먹이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또 다른 세상으로 옮기는 사자使者들의 의식
엄숙하고
진지하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 섬
임윤식
어느덧 항구에 닿았구나
닻을 내려야겠다
숨가빴던 뱃길
바다 위 안개 자욱하다
구름 위로 떠다니는 그림자
꿈이었던가
다가올 듯 다가오지않고
말없이 고개 끄덕이며
손 흔들어보이기만 하는
물결에 밀려 점점 멀어져 가는
작은 쪽배 하나
카페 게시글
자작시,에세이
빙어 氷魚 외
서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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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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