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 가면서 주위에 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살아가다 보니 오늘 같은 날은 삶이 살아 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 되어진다.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를 짐작하게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그렇게 편할 수가 없는 사람,
한잔의 술잔에서는 건강과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하였고 또 한잔의 술잔에서는
조국과민족의 안녕을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한참 뒤의 술잔에서는 인생(人生)과 삶에대해서 거침없이 떠들어 되는 사람...
가슴의 깊이를 재어 볼 필요가 없고 넓이를 헤아릴수 없는 마음을
가진 그런사람과함께 오늘 하루를 동행할 것을 생각하니 마냥 즐겁기만 하다.
하루를 함께하는 인연은 전생에서의 천년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니
오늘 만나는 인연들 하나 하나는 참으로 소중한 것이라 생각 되어진다.
나는 그분을 평소 선생님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그러다가도 술자리를 함께 할때면어김없이 교감선생님이라 부른다.
짤막한 키에 적당히 벗겨진 머리에다 도수 높은 안경을 코 끝에 걸치고 신문을
읽어 내려 가시는 모습은 영판없는 교감 선생님이시다.
어젯밤에는 무슨바람이 불었는지 예쁜 여인을 데리고 부일곰장어 집으로 왔다.
부일곰장어집은 마누라가 식솔들의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열심히 곰장어
껍질을 벗기고 있는 곳이다. 가끔씩 아는 분들이 찾아오면 운좋게도 나는
꼼장어구이를 한점 얻어 먹을 수도 있고 소주도 한잔 걸칠수 있어 참 좋다.
선생님께서는 지갑이 두둑하시는 날에는 어김없이 집으로 찾아 와서는
날 불러 앉히고는 곰장어구이를 시켜 소주를 한잔 하잖다.
나는 시골 영감님이 5일 장날을 기다렸다 장터에서 송국댁 과부가 운영하는
돼지국밥집을 찾아나선 기분이다. 국밥집에는 구수한 국물이 있고
반가운 얼굴들이 있고 재너머 댓골마을 소식을 들을 수 있고,
그리고 가장 기다려 지는 것은 아마도 과부댁의 방만한 엉덩이와 위로 볼록하게
착달라붙은 젓가슴 일테지, 한쪽 눈을깜박거리면서 도톰한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면서 다가 설때의 설레임은 시골에서 조그만 밭떼기 농사를 지으면서
지겨운 할머니와 삶도 견딜 수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운좋은 날 과부댁이 옆에 앉아 한잔 술을 따르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영감님
너무 멋지시다, 씀씀이도 좋으시고 하면서 어깨를 툭툭 쳐 내릴 때는
살이 타고 뼈가 녹아나는듯한 기분이다. 그흥분은 다음 장날 5일까지를
기다리지 못하고 할머니 몰래 일하다 말고장터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단다.
오늘 나의 기분은 촌로가 장날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여인과 함께 숯불곰장어를 주문 해놓고서는 어느 사기꾼들 뒷전에서 주워
들었는지온갖놈의 아름다운 말들로 그녀를 유혹 해댄다.
여인네의 사랑고백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 질수가 있나요 하물며 산전수전
겪을대로 다 겪은 몸인데...
래파토리가 바닥이 나면서 나를 불러 놓고서는 지원사격을 요청한다.
오지랍 넓은 놈 자기 앞가림은 못하면서 남의 일이라면 열일 제쳐두고 끼어든다.
마누라는 그런나를 동물원의 원숭이 쳐다보듯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빠르게 소주잔이 돌아가더니 이내 우리들은 좋은 친구들이 되어 있었다.
애정이 아닌 우정으로의 주제가 바뀌면서 중년의 삶까지를 들먹인다.
지나온 삶들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을 이야기 할때는 여인네의 소주잔은
원샷으로 벌컥 거린다. 아픈과거를 회상할때는 눈물을 찍어 내기도 한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선생님이 사태 수습에 나선다.
좋은만남 좋은인연입니다. 우리의 좋은 만남을 위해서 마지막 남은 술잔을
듭시다. 그냥 헤어질 수가 있나요 인근 노래방으로 향한다.
와이프에게는 우리집 식당 매상을 올려 주는 단골 고객이니 노래방 정도의
아프터 서비스는 당연한 도리라 이야기 하자 웃으면서 수긍한다.
그렇게 남편 기를 살려 주는걸 보면 괜찮은 마누라 인 것 같은데
잘 알다가도 모를일이 부부관계라 하는가 봅니다.
13년만의 화려한 외출이라 한다.
13년전 신랑과 사별한후 어린자식 셋 데리고 골목골목 다니면서 남몰래
흘린 눈물이 그 얼마였던가, 가난한 살림에 제대로 약도 써보지 못하고
신랑을 보냈으니 가난이 그녀에게 주는 설음은 그녀가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는 신앙으로 그녀의 마음 깊숙한곳에 자리매김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딸 둘 반듯하게 키워 둘다 병원에 근무하고 있고 막내아들은 대학에서
골프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죽도 시장안에 크지는 않지만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 아줌마와 어떻게 마음이 통했는지 가끔씩 소주도 한잔 하면서
지나온 삶에 대한 아쉬움들을 서로 부담없이 터 놓고 이야기 하는 사이란다.
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 ~~~~ 아~~~~~~아아~~~~~~아 여자의 일생......
노래를 부르는게 아니라 아무도 삭혀주지 못한 가슴 깊숙한 곳에 맺혀있는
서러운 울분들을 토해 놓는다. 격한 마음에 눈물까지 뚝뚝 떨어진다.
한곡의 노래로 그많은 설움들 울분들 삭힐 수가 있을까
계속해서 서너곡을 혼자서 메들리로 불러 댄다.
그동안 홀로 많이 외로웠습니까 그동안 홀로 많이 서러웠습니까
당신의 남은 인생에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고 알뜰한 행복이 함께 하소서
분위기가 바뀌면서 이제는 들국화여인에서 봉숭아연정까지 남정네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 놓는다.몇차례의 트롯트곡이 이어지더니 어설픈
부르스가 이어진다. 둘이서 안고 돌아 가더니 맥없이 혼자서 술만 마시고 있던
나에게 미안 했던지 나를 불러 내더니 여인을 껴안고 돌기를 종용한다.
억지 춘향이라 했나요, 어설프게 나의 가슴에 안기운 여인은 선생님의 눈치를
힐끔 힐끔 보면서 내가슴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역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어설프게 돌고 돌아가는데 선생님이 무엇에 오해를 했는지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돌아 오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오지를 않는다.노래방 기기에는 남은시간이 5분이
표시되어 있다. 한곡씩 더하고 나갈것에 동의를 하고 한곡씩 분위기를 잡는데
서비스로 30분이 추가된다. 그놈의 서비스가 사람 죽이는 것 잘 알면서도
또 서비스에 놀아난다.
에라 모르겠다.
견물생심이라 어설픈 사랑 놀음이 시작된다.
30분의 서비스를 최대한 이용하는거다. 아줌마도 싫은 눈치는 아닌 것 같다.
인간이 이렇게 까지 간사 할 수가 있을까 싶을만큼 30분을 함께한 후 지금
우리들은 다정한 연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다정스럽게 손을 잡고 노래방을 나와 다음을 기약하고 택시를 잡아 태워 보내고
돌아서는데교감선생님께서 헐레벌떡 뛰어 온다.
그리고 저만큼에서 마누라가 획 돌아서서 가는게 보인다.
마누라가 먼 발치에서 나의 행동을 예의주시 한 것이다.
환장할 노릇이다.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불어보니 자신도 잘 모르겠다 한다.
노래방을 나와 집으로 가다말고 좀전에 놀던 노래방이 기억나 다시 차를 돌려
노래방으로 돌아 오려 했는데 노래방을 찾을 수가 없어 식당으로 가서 와이프에게
노래방을 찾아 달라고 하였단다.
순간순간 기억이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 하는 것 같다.
와이프의 얼굴이 많이 일그러 져있다.변명할 기회조차 주지를 않는다.
암캐를 쫓아 헐떡 거리는 숫캐 취급을 당한다.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퍼부어 대면서 도와주지 못할거면 가슴에 염장을 채우지
말라 한다. 아이고 웬쑤야 웬쑤야 한다.
우리부부사이 화해의무드가 순간 깨어지고 냉전의 시작이다.
일주일 이상은 가야 하지 싶다. 고난의 연속이 이어진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원군이 멀리 서울서 찾아 주었다.
초등학교 동기이고 죽마고우이고 와이프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놈이다.
젊은시절에 서울로 올라가서 이제는 어였한 중견 사업가로 변신하였고 많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싸고도 있는듯하다.
초등학교 동기들의 주당모임으로 가든파티가 예정 되어있어 내려온 것이다.
잔대가리를 굴려 친구를 불러 함께 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냉전의 우리관계를
화해의 무드로 만드는 사절단 노릇을 하게 한다.
워낙에 신뢰를 받고 또한 말솜씨가 사업솜씨 이상이라 와이프의 섭섭한 감정들은
핫바지 방구 세어 나가듯 지워지고 이제는 우리 부부 다정스럽게 마주앉아 중년의
행복을 위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친구의 중재가 아니더라도 사랑보다 더 깊은 정이 우리 부부를 함께 만들어 놓은 것
일테지요. 사랑보다 정이 더 무섭다고 하더군요 사랑에는 유통기한 있지만 정에는
숙성기간이 있습니다.사랑은 상큼하고 달콤하지만 정은 구수하고 은은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이 깊어지면 뗄수 없어 더 무섭다고 하지요 우리부부의 정도 이제는 오랜세월
숙성이 되어 구수하고 은은한 장맛처럼 익어 있는 모양입니다.
도음산 정상에서 선생님과 둘이서 상추쌈에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하고 지난밤의 일들을 하나둘씩 들추어 본다.
선생님께서는 이제껏 독신을 고집하여 홀로 살아 왔지만 이제 나이가 오십을 넘으니
가끔씩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오랜세월 밥 보다는 술로 한세월이 많아
몸도 많이 약해져 있다 그런 선생님을 옆에서 보니 측은한 감정에 남편과 사별한 여인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 볼 것을 권해본다.
이사람아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 하지 않는가, 진작부터 마음에 두고는 있었지만 표현하기까지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데 아직 그러지를 못하고 있으니 자네가 좀 도와달라한다.
젊어서는 독신이 좋아, 구속이 싫어 바람처럼 구름처럼 훨훨 둥둥 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고
힘이 약해지니 등이 가려울때가 외로워진단다.
살아가면서 가정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멀리 떠나보고 싶어 하였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요즈음은 황혼 이혼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데 진정 행복한 삶이란 어떤 모양
입니까? 많은 생각들이 교차를 한다.
고사리가 군데군데 보인다. 고사리를 꺽으면서 애써 외로운 마음을 감추려 하는 눈치다.
인생은 나그네 외로운 길손인데 무얼 외로워 하며 무엇을 그리워 하느냐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게 인생이라네 이세상에는 가져 갈것이 하나도 없단다.
하산길에 천곡사에 들러 약수를 한모금 하고서 대웅전 부처님전에 삼배를 올린다.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버리고 번뇌를 버려라 한다.
본래 빈손인데 무엇을 비워라 말입니까?
마음을 비워라 한다, 마음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럼 도로 가져 가라 한다. 어리석은 마음에 어리석은 물음들이 꼬리를 문다.
부처님께서도 어리석고 미련한놈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가 보다.
산을 오르다 보면 몸은 좀 힘들지만 마음만은 가벼운게 일상인데
오늘은 발걸음은 가벼운데 온갖 심사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는다.
이런날은 일찍 산사에서 벗어나 하산하여 이슬에 마음을 적시는게 훨씬좋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서비스로 가족이 함께할수 있는 등산 코스를 이야기 하려한다.
그래서 오늘 도음산의 또다른 등산로를 소개 해본다.
흥해를 지나 신광방면으로 가다
흥해서부초등학교를 지나 매산 다리에서 왼쪽으로 하천을 따라 계속 가다
왼쪽으로 오르면 등산로가 있는데 도음산 정상까지 6km 정도로 2시간 정도의
산행거리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하늘을 한번도 볼수 없다.
삼림욕 하기에는 이보다 더좋은곳을 보지를 못했다.
곳곳이 명당 자리라 무덤들이 많이 있어 등산로가 의외로
잘 나 있기도 하다. 경사 또한 심하지 않아 삼림욕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코스가 될 것 같다. 가까운 곳이어서 접근이 용이하고 신광방면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매산에서 내려 오르고 하산길은 천곡사로해서
달전으로 하면 된다. 가족동반 산행에 제격인 것 같으니 많이 참고
하기를 바란다. 특히 봄에서부터 여름까지가 숲이 우거져 절정이고
곳곳에 산나물이 많아 재미가 솔솔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