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의사자성어(21)>
태상유지(太上有之)
클 태(太), 위 상(上) ‘태상’은 ‘가장 위에 있는 것’을 뜻하고, 있을 유(有), 갈 지(之), ‘유지’ 라함은 ‘있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태상유지라 함은 “가장 좋은 것은 있는 것 만으로 족하다”는 뜻이다.
가장 좋은 정치는 정치가 있는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국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상태인 것이다. 자기 자랑이나 떠들썩하게 하는 정치는 좋은정치가 아니다.
중국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꼽하는 요(堯)임금 시절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누렸다.
해가 뜨면 일하고(日出而作:일출이작)
해가 지면 쉬며(日入而息:일입이식)
우물을 파서 마시고(鑿井而飮:착정이음)
밭을 갈아 먹나니 (耕田而食:경전이식)
임금의 덕이 내게 무엇이 있으리오(帝力何有珍我哉:제력하유진아재)
쉽게 풀이하자면 「해가 뜨면 일하고 밤이 되면 편히 쉰다. 내 손으로 우물을 파서 마시고 내 손으로 밭을 갈아 배불리 먹고 사는데, 임금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며 정치가 다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뜻이다.
인간이 평소에 공기와 태양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듯이, 정치 역시 느끼지 못할 정도의 정치가 정말 위대한 정치인 것이다. 무엇 쪼금해 놓고 생색내는 정치, 부동산만은 자신있다고 큰소리치는 정치, 국민의 이름을 팔아 자기 이익을 챙기는 그러한 요란한 정치는 낙제점이라는 것을 옛날 요임금은 십팔사략(十八史略)을 통하여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리더의 단계를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가장 높은 단계>는 유지(有之)의 리더이다.
최고의 리더는 부하들이 지도자가 ‘있다’는 정도만 느끼게 하는 것이다. 리더가 있지만 그의 무게를 못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그 밑의 단계>는 예지(譽之)의 리더이다.
부하들이 늘 칭찬하는 리더를 말한다. 그러나 그 칭찬은 언제든지 비난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세번째 등급>은 외지(畏之)의 리더이다.
외(畏)는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부하들을 두렵게 만드는 리더를 말한다. 그가 나타나면 모두가 벌벌 떨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부하들은 그저 메모지에 리더가 하는 말을 받아 적기에 바쁠 뿐이다. 부하들의 창의적인 의견 제시는 별로 없고 위만 쳐다보고 움직일 뿐이다.
<최하위의 등급>은 모지(侮之)의 리더이다.
모(侮)는 모욕하다, 깔본다의 뜻이다. 리더 같지도 않은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으면 깔보고 무시할 수 밖에 없다. 능력없는 지도자는 나라를 망치고 국가채무만 잔뜩 떠안긴다.
동양에서는 흔히 사람을 대인(大人)과 소인(小人)으로 구분 한다. 소인은 자기 이익만을 우선적으로 챙기고 네 편, 내편을 가르며 편협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소인이 있는 곳에는 항상 갈등과 분쟁이 야기되기 마련이다. 소인의 무리를 소인배(小人輩)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이에 비하여 대인은 자기보다 공동이익을 먼저 생각하며 타인에게 감화와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하여 대인군자(大人君子)라고 높혀 부르기도 한다. 대인군자가 되려면 병법의 대가인 손자(孫子)가 말하는 용기(勇), 지혜(智), 어짊(仁), 엄격함(嚴), 신용(信)의 다섯 가지를 갖추어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0~70년대의 개발연대에 있어서는 가부장적 리더십이었다. 가장이 절대적이고 일방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통솔 방식을 뜻한다. 군사정권식 리더십형태이다. 이러한 일방통행식 통솔방식은 오늘날 통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회 환경이 엄청나게 변했고,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인식의 틀이 모두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 리더십스타일은 권력과 정보를 리더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하위자와 공유하며 하위자의 능력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두고있다. 하위자들을 강압에 의한 복종이 아니라, 자발적인 동기하에 역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나가게 한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을 개발해 주어 그들이 바람직한 마음가짐과 창의적 행동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는 사람이 바로 바람직한 리더인 것이다.
태산은 흙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클 수가 있다. 바다는 물을 가려 받지 않는다. 그래서 크고 깊은 것이다. 최상의 리더는 자기가 모두 해치우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에게 각자의 일을 맡겨 큰 줄기만을 쥐고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힘을 발휘하는 그런 형태의 리더십이다.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윤석열 새정부가 출범했다. 부디 선정(善政)을 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태평을 구가하게 해야한다. 국민들이 구태여 통치를 의식할 필요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상의 정치이다.
독일 속담에 “잔잔한 물이 깊게 흐른다” 말이 있다, 위대한 지도자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이다. 결코 떠들썩하게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군림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 리더가 도덕경에서 말하는 태상유지(太上有之)인 것이다.(2022.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