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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중인 한국남자배구대표팀. 주장 이경수, 하경민, 김학민, 박철우, 신영석, 김요한, 문성민, 하현용, 송병일, 권영민, 여오현(왼쪽부터).
사진 한상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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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 출전한 한국은 첫 상대로 브라질을 만났다. 브라질은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 1위다. 한국은 19위. 5월 26일 천안을 찾은 브라질대표팀 명단에는 국내팬들에게 ‘지바’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길베르토 고보이 필뉴(31,192cm)와 단테 기마레아스 아마할(27,201cm)이 없었다. 둘은 이탈리아 프로리그에서 연봉 9억 원을 받는 초특급 선수다. 주전 7명이 부상 등을 이유로 한국 원정에 빠졌다. 대표팀 2진이라고 부를 만했다.
그러나 강팀은 강팀이었다. 한국선수들은 이날 1세트에서 몸이 덜 풀린 데다 브라질이라는 이름에 주눅이 든 듯 쉽게 세트를 내줬다. 잔 실수도 많았다. 브라질은 타점 높은 공격으로 한국 블로킹 벽을 손쉽게 무너뜨렸다. 전광판에 새겨진 점수는 17-25. 2, 3세트도 이런 식으로 쉽게 끝날 듯 했다.
가능성을 발견한 브라질전유중탁 감독은 이날 스타팅 멤버에 김요한(22,인하대)을 넣었다. 김요한은 문성민(21,경기대)과 함께 지난해 월드리그 출전 경험이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도 나란히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박철우(22,현대캐피탈)와 함께 대표팀 세대교체의 중심이 됐다.
한국은 2세트에서 김요한의 공격이 성공하면서 1세트와는 다른 팀이 됐다. 브라질은 1,2점 차로 근소하게 앞서갔지만 1세트 때처럼 멀찌감치 달아나지 못했다. 한국은 2세트 중반 주장 이경수(28, LIG)와 문성민이 잇따라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반면 브라질은 서브에서 계속 실수를 했다. 블로킹을 강조하는 유감독의 주문이 있어서였을까. 세터 권영민(27,현대캐피탈)도 블로킹으로 점수를 뽑았다. 그러나 브라질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달아났다. 19-22. 브라질은 2세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3점을 남겨놨다. 한국은 세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 범실로 22점까지 올려 놨지만 23-25로 브라질이 또 다시 세트를 따냈다.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은 2세트에서 범실이 단 한 개였다.
3세트는 막상막하였다. 듀스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한국은 이경수, 박철우, 문성민 외에 하현용(25,LIG), 김학민(24,대한항공)까지 득점에 가세했다. 김요한은 위력적인 강타를 선보였다. 브라질은 산타나 호드리고(28)와 안데르손 호드리구에스(33)를 앞세워 점수를 쌓아나갔다. 205cm의 장신인 호드리고는 높이에서 한국 선수들을 압도했다. 이번에 브라질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사무엘 푸치스(23)도 위력적인 서브를 날렸다. 26-28. 한국은 세트스코어 0-3으로 졌지만 경기 내용은 좋았다. 이날 체육관을 찾은 2,500여 명의 팬들도 대표팀의 선전에 박수를 보냈다.
유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0-3으로 졌지만 경기내용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1세트보다 2, 3세트에서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유감독은 “서브 범실이 많은 게 아쉬웠다. 경기 전날 훈련할 때 서브가 잘 들어가 이경수, 문성민, 김요한, 박철우 등에게 자신감을 갖고 서브를 강하게 넣으라고 했는데 오늘은 잘 안됐다”고 설명했다. 이경수도 “서브 감을 잘못 잡았다. 하지 말아야 할 잔실수를 많이 한 게 패인이었다”고 아쉬워 했다.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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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5월 27일 천안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시도하는 이경수(맨 오른쪽).(아래)6월 3일 경기에서 김요한(왼쪽에서 세 번째)이 강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 김병준, 이상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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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강 브라질과 첫 경기를 치른 뒤 선수들의 반응은 “해볼 만하다”였다. 브라질과 한국은 2003년 9월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지난 4년 동안 만날 기회가 없었다. 지난해 월드리그에서도 한국과 브라질은 조가 달랐다.
브라질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베르나드로 헤센데 감독은 “그동안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2003년에 만났던 한국팀과 이번 한국팀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한국팀을 봤지만 그때보다 키가 더 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현역선수로 활동하던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배구를 잘 안다는 헤센데 감독은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조직력을 한국배구의 장점으로 꼽았다. 헤센데 감독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 특히 3번, 5번, 11번 선수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또 “4번, 13번, 14번 선수는 나이가 어리다고 알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라고 평가했다.
헤센데 감독이 칭찬한 선수는 권영민, 여오현, 이경수다. 그리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선수는 문성민, 박철우, 김요한이다.
헤센데 감독의 칭찬을 선수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원정팀 감독으로 보여 준 예의”라는 반응이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상대팀 감독에게 칭찬을 받는다는 게….” 이경수와 권영민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문성민은 “브라질과는 처음 싸워봤다. 2진급이 와서 그런지 몰라도 경기를 해보니까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요한도 “첫 경기라 지나치게 긴장 했다. 브라질이 잘하긴 하지만 해볼 만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두 선수는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5월 27일 브라질과의 두 번째 경기. 선수들의 자신감은 현실이 됐다. 김요한은 공격이 아닌 수비에서 한국이 기선을 잡는 데 도움을 줬다. 유감독은 김요한을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선발로 기용했다. 김요한은 브라질의 높은 공격을 두 번 연속 블로킹으로 막아냈다. 김요한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동료들과 포옹했고 벤치에 있던 유감독도 화답했다. 출발이 좋았다. 유감독은 브라질과 2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게 없다고 말했지만 준비한 게 있었다. 블로킹과 서브였다. 한국은 1세트 막판 송병일(24)과 하경민(25, 이상 현대캐피탈)이 블로킹을 연달아 성공했고 이경수의 스파이크가 브라질 블로킹 벽을 통과하면서 25-23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1992년 월드리그 때 서울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한 뒤 브라질만 만나면 졌다. 2001년 일본 나고야와 도쿄에서 열린 세계그랜드챔피언컵에서 1-3으로 진 뒤 6년 만에 브라질을 상대로 세트를 따냈다. 한국을 만만하게 봤던 브라질은 2세트 중반 1차전 승리의 주역인 사무엘과 호드리고를 투입했다. 브라질은 2세트를 25-19로 잡았다. 세트스코어 1-1. 한국은 세트의 승부가 기운 19-24에서도 권영민과 여오현이 공을 살리기 위해 몸을 날리는 투지를 보였다. 관중들은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아쉬움은 남지만이날 브라질과 치른 3, 4세트는 명승부였다. 3세트는 한국이 앞서나가고 브라질이 추격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한국은 세트 중반 하경민이 블로킹으로 브라질 공격을 막고 이경수의 공격이 성공하면서 15-11로 앞서갔다. 브라질이 19-19 동점을 만들었지만 한국은 다시 달아났다. 권영민의 토스가 돋보였다.
권영민이 올려준 공을 이경수, 박철우가 번갈아 가면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24-21. 3세트를 끝내기 위해 한 점이 남았다. 그러나 브라질도 쉽게 세트를 내주지 않았다. 3세트를 허용하면 이날 경기결과는 장담하지 못하게 된다. 브라질은 카르보네라 에드제르(24)와 호드리고의 공격이 성공하고 박철우의 스파이크를 블로킹으로 막아 24-24 듀스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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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은 캐나다와 치른 두 차례 경기에서 23득점을 기록했다.
사진 한상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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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갈 듯한 승부의 추를 한국 쪽으로 끌고 온 선수는 문성민이다. 문성민은 코트 왼쪽에서 강타를 날린 데 이어 블록아웃을 성공하면서 2점을 뽑았다. 26-26. 브라질은 미누치 호케 호베르투(26)가 공격에 성공해 27-26으로 리드를 잡았다. 위기에 몰린 한국은 하경민의 속공으로 27-27 다시 듀스를 만들었다. 이어 이경수가 두 번의 공격을 연달아 터뜨려 29-27로 3세트를 마무리했다.
4세트를 치르기 위해 두 팀은 벤치를 이동했다. 한국이 3세트 때 사용한 자리로 온 헤센데 감독은 배구공을 집어 던지고 광고판을 발로 차면서 화를 냈다. 브라질은 15년 만에 한국에게 질 위기에 몰렸다.
4세트는 힘을 낸 브라질이 먼저 분위기를 잡았다. 4세트 초반 2-6까지 뒤진 한국은 문성민, 박철우, 이경수의 공격 성공으로 15-18까지 따라붙었다. 엔드레아스 무릴요(26)가 브라질의 공격을 이끌었다. 무릴요는 15-19에서 강력한 스파이크를 터뜨렸다. 박철우가 무릴요의 공을 블로킹했다. 박철우의 손에 맞은 공은 체육관 천장에 닿을 정도로 강력했다. 무릴요는 서브 에이스도 두 번 연속 성공했다. 16-21로 점수차가 다시 벌어졌다.
브라질에 무릴요가 있었다면 한국에는 문성민이 있었다. 문성민은 17-22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린 데 이어 무릴요가 그랬던 것처럼 연달아 두 개의 서브를 브라질 코트에 꽂았다. 관중들은 숨 막히는 승부에 환호했다. 기자석에서도 박수가 터졌다. 상대 공격 범실에 힘입어 21-23까지 추격한 한국은 문성민이 또다시 서브 에이스를 노렸다. 문성민이 때린 서브는 라인을 살짝 빗나갔다. 아쉬운 탄성이 체육관에 가득했다. 21-24.
브라질은 4세트 마지막 점수를 따기 위해 강력한 중앙공격을 시도했다. 이경수는 이 공격을 몸을 던져 건져 올렸다. 기회를 잡은 한국은 박철우의 공격으로 한 점을 추가했다. 전광판의 점수는 22-24로 바뀌었다. 한국이 듀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4세트에서 이날 경기를 마무리 할 수도 있었다.
마지막 5세트. 15점 승부였다. 세트스코어 1-2에서 2-2를 만드는 데 성공한 브라질이 기선을 잡았다. 2-7까지 뒤졌던 한국은 끈질겼다. 선수들과 벤치는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는 듯했다. 하경민과 하현용이 블로킹을 성공해 점수를 보탰고 이경수, 박철우, 문성민 세 공격수는 브라질 코트에 강력한 스파이크를 꽂았다. 맏형 여오현은 몸을 날리면서 브라질 공격을 막아내 디그를 기록했다.
이경수는 14-14 듀스를 만드는 공격을 성공했고 박철우는 15점째를 만드는 강타를 작렬했다. 브라질은 급해졌다. 관중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 점만 더 보태면 이날의 명승부는 한국의 승리로 끝날 터였다. 그러나 브라질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였다. 비텐코르테 날베르트(33)가 마지막 두 점을 책임졌다. 브라질이 3-2 역전승을 거뒀다.
진행형2시간 19분이 걸린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 보다 관중들이 더 아쉬워했다. 경기가 끝나면 썰물처럼 체육관을 빠져나가던 관중들은 이날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대표팀 선수들이 코트 중앙에서 인사를 하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은 브라질에게 졌지만 관중들은 마치 승리했을 때 같은 환호를 보냈다.
유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브라질에게) 이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도 부담을 갖지 말라고 했다. 이기고 지는 걸 떠나 안방에서 치르는 경기니까 단 한 세트라도 멋지게 따내 보자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유감독은 “브라질과 경기를 앞두고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하지만 1차전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졌다. 2차전은 공격과 수비에서 1차전보다 더 좋은 내용을 보였다. 승패를 떠나 선수들이 정말 잘 싸웠다. 투지, 근성도 있었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관중들의 열띤 응원이 큰 힘이 됐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브라질 헤센데 감독도 한국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헤센데 감독은 “2차전은 경기가 아니라 전투였다. 한국팀은 홈의 이점을 제대로 살렸다. 집중력은 정말 대단했다. 우리 팀에게도 오늘 경기는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경수, 박철우와 함께 한국 공격을 주도한 문성민은 “경기 전 감독님이 자신 있게 서브를 넣으라고 말씀하셨다.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게 마음에 걸린다. 실수만 줄였어도 브라질을 잡을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유관순체육관에는 연고 프로배구팀인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대표팀 경기를 지켜봤다. 아시아경기대회까지 대표팀의 맏형 구실을 했던 후인정(33)은 “지금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인정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돼 그런지 잔실수가 많았다”면서 “앞으로 훈련과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단점을 보완한다면 올림픽 본선에 갈 수 있을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인정이나 신진식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계속 뛰었다면 이날 경기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후인정에게 질문했다.
후인정은 “우리가 뛸 때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가 뛰었다면 실수는 많이 줄었을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후인정 등 현대캐피탈 선수들과 함께 체육관을 찾은 안남수 현대캐피탈배구단 사무국장도 “(박)철우와 (권)영민이가 잘 뛰어 꼭 대표팀이 이기길 바랐는데 아까운 경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시험무대대표팀은 5월 27일 브라질과 경기를 끝낸 뒤 다음날 잠깐 동안 휴식에 들어갔다. 6월 2,3일 캐나다와 2연전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5월 30일 선수들은 전주로 떠났다. 캐나다와의 첫 경기를 앞둔 대표팀을 5월 31일 찾았다. 선수들은 오전 훈련을 끝내고 휴식 중이었다. 예정된 오후 훈련시간은 2시. 그러나 시간이 뒤로 밀렸다. 훈련 장소인 전주체육관은 캐나다와의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마무리 준비가 한창이었다. 선수들은 오후 3시 숙소에서 나왔다. 오전 훈련 뒤 식사를 마친 선수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여학생들의 환호성이 조용한 코트에 울리는 순간 대표팀이 체육관에 도착했다는 걸 알게 됐다. 여학생들은 월드리그 행사를 돕기 위해 나온 전주 근영중 배구 선수들이었다. 여학생들은 선수들이 훈련을 준비하는 동안 한 번이라도 더 대표팀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주변을 맴돌았다. “자리 안 지킬래!” 근영중 강성수(38)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강코치도 대표팀 선수들의 높은 인기가 싫지 않은 표정이다. 강코치는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선수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유감독은 “브라질전을 앞두고 문성민의 몸 상태가 가장 좋았다. 캐나다와의 경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했다. 유감독은 “김요한이 다소 의기소침한 것 같은데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면서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김요한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당당하게 답했다.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 사실 무릎이 좋지 않다. 대학연맹전이 끝나고 치료를 받을 계획이었는데 대표팀에 소집돼 그럴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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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민이 5월 27일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두 번의 서브에이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 한상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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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V리그 일정에 시달린 프로선수들처럼 김요한도 아마추어인 대학선수지만 쉴 틈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인하대 4학년인 김요한은 올 겨울 프로배구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다. 본인이 뛰고 싶은 팀이 있을까. “요즘 부쩍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김요한은 “자유계약방식도 아닌데요 뭘. 어차피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하는 팀에서 열심히 운동해야죠” 라며 덤덤하게 말한다.
팬들의 성원이 부담이 되진 않을까. “(팬들의 성원을) 잘 알고 있다.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지나칠까 봐 걱정”이라고 대답했다. 동료선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6월 2일 캐나다와 경기가 끝난 뒤 박철우에게 물었다. “(배구)인기가 많으면 저희도 좋은 거죠.” 박철우도 팬이 많다. 대표팀에서 김요한과 문성민의 인기에 가려있는 게 아닐까. “저 인기 별로 없어요. 두 선수 모두 잘생기고 배구도 잘하잖아요.”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영화배우 강동원을 닮은 외모로 먼저 이름을 알린 김요한은 이번 월드리그를 통해 대표팀에서 어느덧 자리를 잡고 있다. 그는 대학 3학년이던 지난해 소속팀인 인하대를 5관왕으로 이끌면서 실력을 증명했다. 문성민은 지난해 월드리그에서 12경기를 치르면서 111점을 뽑아 전체 참가선수가운데 득점 부문 31위에 올랐다. 2년 연속 월드리그에 나서는 두 선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제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월드리그 때 소속팀 선배 후인정과 함께 라이트 자리를 맡았던 박철우도 이번 대회를 통해 주전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부상 때문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이제는 대표팀의 세대교체 주역으로 손색이 없다.
김요한과 문성민에게도 약점은 있다. 수비와 서브 리시브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고 불안하다. 유감독은 “둘 다 자기가 부족한 점이 뭔지 잘 알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라 단점을 지적해 주면 잘 받아 들이고 이를 고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아직 성장 중이다. 김요한, 문성민에게 경험 많은 대표팀 선배 공격수들의 기량을 당장 요구하는 건 무리다.
선수들은 체육관에 도착한 뒤 한 시간이 지난 오후 4시 30분부터 이날 오후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몸 풀기에 앞서 선수들이 코트 한쪽에 원을 그리고 섰다. 간이 족구를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대표팀 최선참인 여오현과 주장 이경수는 이때도 가장 열심이다.
“주장을 맡아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이경수는 공격수로서 책임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좋은 장면을 여러 차례 보였다. 이경수는 “대학 때 이후 지금처럼 신나게 경기에서 뛰고 훈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감독도 “(이)경수가 주장을 맡고 나서 더 솔선수범한다. (여)오현이와 함께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고 칭찬했다.
선수들에게 유감독은 어떤 인상일까. 권영민은 “김호철 감독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김감독님이 세터 출신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웃는다. 유감독은 센터 출신이다. “김감독님보다 말씀은 없으시지만 흥분하실 때는 비슷하다”는 게 선수들 대부분의 의견이다. 유감독은 6월 2일과 3일 벌어진 캐나다와 경기 도중 과잉 행동을 하면서 자주 벤치를 벗어난다고 심판에게 주의를 받았다. 선수들과 같이 뛰면서 팔을 빙빙 돌리거나 스파이크, 블로킹을 독려하는 장면에 FIVB 감독관이 우려를 나타냈다.
유감독은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그랬다. 앞으로는 신경을 쓰겠다. 브라질, 핀란드 원정 경기가 있는데 내 행동으로 대표팀 경기력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팬들에게 유중탁 세리머니는 이미 인상이 깊게 박혔다. 선수들은 “경기가 한창일 때는 우리도 잘 몰랐다. 숙소로 돌아와 녹화 중계를 보고 알았다. 감독님이 화끈하게 파이팅을 외치시는데 우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첫 승유감독은 김요한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6월 2일 캐나다와 경기에서도 선발 멤버로 기용했다. 브라질과 치른 앞선 두 차례 경기에서도 김요한은 선발로 코트에 나왔지만 박철우, 문성민에 비해 기록상 활약이 뒤졌다. 김요한은 유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브라질전에 비해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다소 부진한 문성민의 자리를 이번엔 김요한이 메웠다.
경기 시간을 빠듯하게 앞두고 입국한 캐나다는 1, 2세트에서 실책을 자주 범하면서 무너졌다. 한국이 두 세트를 모두 따냈지만 모두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얻은 26-24 승리였다. 전열을 가다듬은 캐나다는 3세트에서 25-20으로 한국을 무너뜨렸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캐나다를 맞아 1세트를 먼저 잡아놓고도 뒷심 부족 때문에 내리 3세트를 내주면서 무릎을 꿇었다. 당시 맹활약했고 올시즌 V리그 LIG소속 외국인선수로 뛰어 국내팬들에게도 낯이 익은 프레디 윈터스(25)와 리베로 크리스 볼펜덴(30)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은 3세트에서 세터 권영민과 공격수 사이의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서 고전했다. 잔실수도 많았다. 반면 캐나다는 윈터스와 알렉산드레 가우몽 캐시아스(23)의 백어택과 스파이크로 점수를 올렸다.
이날 승부처는 4세트였다. 캐나다는 한국의 블로킹벽이 높아지자 공격 방법을 바꿨다. 13-13에서 윈터스와 브레트 욘버그(28)가 속공으로 점수를 올렸다. 16-14. 분위기가 캐나다 쪽으로 기울었다. 16점째 실점에서 한국은 브라질과 경기에서 보여준 끈질긴 수비를 펼쳤다. 여오현은 캐나다의 강한 스파이크 2개를 연속으로 막아내 디그를 기록했다.
유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문성민 대신 김요한을 투입했다. 김요한은 4세트에서 한국이 올린 마지막 5득점 가운데 두 점을 거뒀다. 하경민의 블로킹이 성공하면서 한국은 23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이경수의 두 번에 걸친 공격이 모두 성공하면서 25-23, 세트스코어 3-1로 한국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유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지 한 달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캐나다 글렌 호그 감독은 “한국선수들 모두가 잘 뛴 경기다. 우리는 조직력이 무너졌고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우리가 3-1로 이겼는데 이번엔 반대가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유감독은 컨디션 조절 문제에 대해 말했다. “브라질전에는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았는데 캐나다와 경기를 앞두고 그렇지 못해 걱정했다.” 이경수와 박철우도 “캐나다와 경기를 앞두고 왠지 불안했다. 선수단 전체 컨디션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감독은 “상대 실수 덕분에 이긴 경기였다. 나를 포함해 선수들도 오늘 경기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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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대표팀 윗줄 왼쪽부터 이경수, 여오현, 권영민, 아래 왼쪽부터 하경민, 김학민, 박철우.
사진 한상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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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다음날 캐나다와의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했다. 한국은 1차전보다 손쉽게 경기를 끌고 갔다. 유감독은 초보 감독답지 않게 과감한 승부수를 이날도 던졌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2세트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던 문성민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문성민은 김요한이 그랬던 것처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한국은 2세트에서 7점 차까지 달아나다 캐나다에게 덜미를 잡혀 역전 당한 상황이었고 이때 문성민이 들어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놨다. 문성민은 캐시아스의 타점 높은 스파이크를 블로킹으로 막아내는 등 수비에서도 좋은 빼어난 활약을 했다.
김요한은 캐나다와 1, 2차전에서 23득점을 올려 대표팀 주 공격수인 이경수, 박철우의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이들 외에도 하현용의 활약이 돋보였다. 하경민과 함께 센터를 맡고 있는 하현용은 이날 10득점과 3개의 블로킹을 성공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전주는 배구도시?전주가 연고지인 프로스포츠 종목은 두 개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와 프로농구 전주 KCC. 프로야구 쌍방울 레이더스도 전주에 자리를 잡았지만 1999년 재정난으로 해체됐다. 전국구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농구팀 KCC가 전주를 대표하는 팀이다. 전주는 ‘농구도시’다. KC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전주체육관에 농구 시즌도 아닌 6월 2일과 3일 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경기 시작 한 시간을 앞두고 일찌감치 체육관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인가 가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요한 오빠!” “성민 오빠!” “여기 좀 보세요” “에이스는 오빠!” 소녀팬들의 함성은 경기 내내 그리고 한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을 때까지 계속됐다.
관중들은 배구를 보러 오긴 왔다. 그러나 김요한과 문성민을 보러 온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로 나뉜 듯 했다. 이틀 동안 경기가 치러지는 3시간여 전주체육관의 관중은 두 선수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주목했다. 두 선수의 공격과 수비가 성공하면 환호성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반대 상황이 나오면 아쉬운 탄성이 흘렀다.
“지난해 월드리그 때는 이렇지 않았다.” 박철우의 설명이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들 얼굴에도 흐뭇한 웃음이 가득하다. “지난해 월드리그 때 불가리아와 경기를 전주에서 치렀다. 그때는 이 정도로 많은 관중이 오지 않았다.” 전주체육관은 4,805명이 입장할 수 있다. 그러나 매 경기 200~300명의 팬이 더 입장했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체육관 중앙 출입문을 잠갔다. 체육관에 들어오지 못해 발걸음을 돌린 팬도 꽤 있었다. 문성민은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면서 놀란 표정이다. 경기를 끝낸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팬들이 몰려들었다. 안전요원들이 통제하기에는 팬의 숫자가 많았다. 팬들은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선수들은 1층 관중석 밑으로 난 통로를 통해 라커룸으로 이동했다.
모든 팬이 김요한, 문성민을 외친 건 아니었다. 캐나다 선수들이 지나가자 “윈터스, 웰컴!” “윈터스, 안녕하세요”라는 소리도 들렸다. LIG에서 뛰었던 그를 알아보는 팬도 많았다. 방송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박철우에게도 팬들의 사인 공세가 이어졌다.
박철우는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일일이 팬들의 요구에 응했다. “힘들지 않습니까.” 기자의 물음에 “팬들이 있어야 저희가 있죠. 배구 인기가 계속 올라가도록 열심히 운동해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6월 첫째 주 주말 전주는 배구도시였다.
SPORTS2.0 제 55호(발행일 06월 11일) 기사
첫댓글 글은 길지만 시간 나시면 한 번 읽어주
쌤, 감사 감사 기사를 읽고 나서 흐뭇한 마음입니다.참고로 저는 김요한 선수랑 하현용 선수를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특히 하현용, 발전하는 하현용 선수의 모습을 코보컵때 볼수 있어서 너무 기뻤답니다. 하현용
진짜 광숙씨는 배구 열성팬인가봐요. 우린 오로지 배구만길 뿐인데 이런 다방면에도 관심이 많다니...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도 있듯이 배구를 알면 더 잘할 수 있겠죠 저도 더 많은 괌심을 가져야겠어요. 한 수 배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