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이 있는 동안 - 애거서크리스티 >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어지간한 건 다 읽었고 대부분 소장하고 있기도 한데, 그 빈 자리를 채워줄 작품이 없을까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았지만, 그닥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특히 앨러리 퀸의 이름값을 믿고 이 작품 저 작품 뒤적여 봤지만 실망만 크고 오히려 왜 이 작가가 유명해졌지 하는 의구심만 생기고 말았다. (캐릭터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고, 수수께끼의 해결도 전혀 설득력이 없다. 물론 아주아주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암튼 이 작품은 애거서의 미발표 작품집으로 뒤늦게 발간된 책이고(그래봐야 무려 20년 전에 출간) 썩 퀄리티가 높지는 않지만 그녀에 대한 향수와 갈증을 살짝 달래 줄 정도는 되었다.
< 황제의 코담배갑/제 3의 총탄 - 존딕슨카 >
< 노란 방의 비밀 - 가스통르루 >
밀실 트릭으로 유명한 작품들이다. 그간 여러 추리소설에서 느꼈던 실망감을 어느 정도 상쇄해 주는 작품들이었다.
짜임새도 좋아 몰입도도 있었고, 구성도 설득력이 있었다.
< 진리는 시간의 딸 - 조세핀테이 / 건망증 있는 사람들 - 로버트바 >
아주 독특한 두 작품. 조세핀의 작품은 실재했던 역사적 사실을 추리로 되짚어 보는 독특한 작품이다.
요크가의 마지막 임금인 리차드 3세의 실체를 실재 문헌의 고증을 통해 파헤치는 내용으로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건망증 있는 사람들'은 탐정 주인공이 범인에게 한방 먹는 참신한 결말의 탐정소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내게는 처음 보는 구성의 신선한 작품이었다.
< 안녕 내사랑 – 레이몬드 챈들러 >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향을 받은 작가라 하면 단연 레이먼드 챈들러와 스콧 피츠제럴드일 게다. 스스로도 항상 그렇게 얘기하곤 했고.. 허나 하루키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그 들의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피츠제럴드는 그 유명한 '위대한 개츠비'조차 아직 완독을 해 본 적이 없고 – 심지어 집사람이 번역한 책인데.. – 레이몬드 챈들러는 재작년인가 비로소 '깊은 잠'을 읽었던 것 같다.
처음 챈들러를 읽으며 깜짝 놀랐다. 하루키 특유의 시크하고 드라이한 캐릭터와 문체가 그대로 그 곳에 올곳이 있었다. 설사 하루키가 챈들러의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지 못 했다고 하더라도 몇 페이지만 읽으면 금방 하루키의 글이 여기서 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게다.
그 유니크하고 생뚱 맞은 비유도 그대로 챈들러에서 왔다. 챈들러 작품의 주인공 필립 말로가 좀 더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케릭터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
특히 이 책에서의 필립 말로는 그 경향이 더 심해서 지독하게 공격적이고 재수없게 군다. 왜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책 또한 앞에 읽었던 ‘깊은 잠’과 ‘기나긴 이별’에 비해 먼가 군더더기도 많고 피곤하게 하는 구석이 있었는데, 막판에 가서 한방에 간결하게 스토리를 정리해 줘 버린다. 약간 사람을 놀래키면서 기분 나쁘지 않은 의외성이긴 했다.
마눌의 위대한 개츠비도 어여 읽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