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후... 5F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퇴직을 시작하면서, 그 어느때 보다도 은퇴와 노후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것은, 누구든 사람은 늙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비켜갈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른 하나는, 전에 비해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노후생활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은퇴후 20-30년을 더 살아야 한다면 ‘개념정립과 그 준비’ 에서도 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년퇴직, 은퇴후의 ‘노후생활’ 은 또 하나의 길고긴 인생이기 때문이다. 준비가 잘 되었다면 그 노년은 행복한 시간이지만, 준비가 부실하다면 고통의 시간이 되는게 노후다. 일단 현역을 떠나면 생활환경을 바꾸거나 개선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 고통은 ‘질고’ 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사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는 노인보다 더 많은게 현실이다.
대한생명의 은퇴연구소 소장인 최성환씨는 행복한 노후조건으로 5F 이론을 제시한다. 각기 서로다른 방법중 하나일수는 있지만 전문분야의 ‘설계인’인 만큼 크게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첫 번째가... Finance, ‘재정’이란 뜻 이지만, 결국‘돈’이라는 얘기다.
돈없는 노후는 물없이 사막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만큼 행복한 노후를 위해 ‘노후자금’ 은 절대적인 필요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 하면, 돈부터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돈을 준비하는 과정을 얘기하기 전에 노후에 필요한 돈은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것이 순서일 것이다. 노후도 엄연한 일상이기 때문에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노후의 생활비는,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수 있다.
하나의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중산층’ 이라는 카테고리를 생각해 보자. 노인들은 이미 거의 모든 것을 장만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새것을 위해 돈을 쓸일은 별로없다. 가장 크게 지출되는게 ‘식료품’ 이다. 여기에 약간의 문화비와 차량유지비를 합치면 산술적 수치가 도출된다.
차량유지비를 제외했을 때, 대도시 기준의 부족하지 않는 중산층 부부를 기준해 보면 순수생활비는 1인당 100만원이면 된다. 차량을 가지고 여행, 외식 등 문화비를 100만원으로 잡는다면 월 300만원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문화비와 차량유지비를 없애는 수준의 순수생활비만 기준한다면 월 1인당 100만원이 정답일 것이다.
더 중요한것은 노후생활비의 조달방법이다. 가장좋은 방법은 일정액이 매달 수입되는 형태가 가장 안정적이다. 대표적인것이 각종 연금일 것이며, 자기돈에서 나오는 이자도 월정액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전체국민의 40% 정도이며 지급되는 연금액수가 생활급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노후생활에서의 안정적인 월정액 수입은, 현역일 때 준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계획’ 이어야 한다. 1인당 월 100만원을 기준해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집’에서 살아야 한다. 사람이 늙어서 공간적으로 독립적이고 자유할수 없다면 그게 바로 비극이다. 판자집이라도 제집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어디에도 얹혀살면 안된다.
다음이 어떤 경우에도 노후자금이 될 수있는 돈을 자식에게 쓰지 말아야 한다. 상당수 부모들이 여기에서 크게 실패하고 있다. 잘 해준 자식일수록 결혼하면 전화도 안 하는게 지금세상이다. 이점 크게 명심해야 된다.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 는 대표적인 넉두리일 뿐이다.
자식의 빚보증을 섰던 부모와 자식의 사업자금 대출을 위해 집을 은행담보로 설정했던 두집 늙은이들이 길 바닥에 나 앉는 모습을 종종 보게된다. 지옥행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모두가 생각-판단을 잘못해서 생긴 불상사인 것이다. 그리고 노후의 임대용부동산도 적극 피해야 한다. 부동산의 관리, 유지보수는 힘에 부치는 일이고, 월세금이 나오지 않을 때의 전투는 기력이 없어서 못한다. 광고에 속지 말라는 얘기다.
두 번째기... Fitness, ‘건강’이다.
주변의 늙어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결론이 나온다. ‘술, 담배 많이한 사람이 빨리늙고, 병에 잘 걸리고, 먼저죽는다’ 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진실은 간강은 건강할 때 관리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병이 났을땐 ‘치료’ 만 있을뿐이다. 나이들어 가장 무서운것이 성인병이다. 노인의 70%가 한두가지 성인병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제일 무서운게 치매다. 치매는 한 가정을 초토화 한다.
건강은 ‘걷기’에서 온다. 30년 이상을 걷기를 잘했던 사람의 말이다. 앉아서 우유를 받아 마시는 사람이 먼저죽고 그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사는게 바로 그 이치다. 그게 누구든, ‘걷기운동’ 을 생활화해야 한다. 늙어서 병들면 노구(老軀)가 된다. 천덕꾸러기가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Friend. ‘친구, 배우자’ 넓게는 가까운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통이다.
사람이 늙으면 생활범위가 좁아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관계가 부부사이다. 황혼이혼이 생기는것은 이 중요한 부부의 관계를 젊었을 때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와 남편은 반쪽을 채워나갈 반려자(伴侶者) 다. 인생의 ‘짝’ 인 것이다. 그래서 소중히 대해야 하고 나이 들수록 예의를 지켜야 된다. 자기 아내를 ‘야!’ 하고 부르는 부류들은 황혼이혼감 들이다. 모든 여자들은 자기의 ‘이름’ 으로 불릴 때 가장 놀래고 행복해 한다.
그리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한두명의 친구가 있어야 한다. 나이들면 거동이 불편해져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통화’ 할수있는 수단은 많지않는가. 친구도 관리를 해야 된다. 이웃도 소중한 존재들이다. 아무리 토끼장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접근하면 모두가 친한 사이가 될 수있다. 내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어야 외롭지 않다. 그들 하나하나가 인생의 버팀목이 아닌가.
네 번째는... Fun, ‘재미, 즐거움’이다.
인생에 고난과 고통만 있다면 그게 누구라도 살아갈 수가 없다. 인생에는, 개발하기에 따라 수많은 즐거움이 숨어있다. ‘재미’는 그래서 인생의 깨소금이다. 그러나 즐거움은 개인에 따라 너무나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하나의 ‘틀’ 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화토는 그게 도박이기 때문에 중독되는 것이지 즐거움은 아니다. 즐거움과 중독은 반드시 구별돼야 한다. 알콜중독도 그런 예이며 근자에는 휴대폰중독, 인터넷중독도 새로운 적으로 부상 했다.
책을 읽는 즐거움, 무엇이든 배움과 깨달음, 영화를 보는 즐거움, 음악을 듣는 즐거움, 운동, 걷기의 즐거움...모두가 건전하고 생산적인 것들이다. 이들 즐거움은 생활의 기쁨이요 활력소이며 삶에 대한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똑같은 즐거움도 나이가 들수록 깊이를 더하게 되고 또 치매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을 통한 인간적 성숙과 삶의 매력이 그 안에 있다.
즐거움은 자기가 발견하고 만들어 가야한다. 노후의 행복에서 이 분야는 특히 중요하다. 그게 무엇이든 악이 아니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것이 아니면 된다. 즐거움은 작은 조각이 되어 일상의 여기저기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된다.
마지막이... Field, ‘취미’ 라고 할 수 있지만, 더 넓은 생활영역, 자기세계를 의미할 수 있다.
늙어서 가는곳이 ‘노인정’ 밖에 없거나, 종일 공원을 서성거리다가 무료급식을 받아먹고 무료전철을 타고 시간을 보내는게 전부라면, 그건 결코 바람직스러운 노년의 모습은 아니다. ‘자기것, 자기가 할 일’ 이 분명하게 없기 때문에 계속 겉돌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할 일이 뚜렷해야 된다. 미술, 음악 등 예술적인 부분의 심취도 좋고 자기만이 즐길 수 있는 작은 소일거리나 텃밭가꾸기, 화초가꾸기, 힘들이지 않는 운동, 수영, 온천욕, 책읽기, 영화보기, 음악듣기, 가까운 산의 등산, 가벼운 산보나 걷기 등이 그것이다.
맛잇는 음식이나 볼거리를 찾아 떠나는 간단한 외출과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짧은 여행은 완전히 새로운 생활의 기쁨이 될수 있고 빠질 수 없는 즐거운 삶의 하나가 될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집을 떠나 새로운 멋을 누릴 수 있는 해외여행은 아마도 기쁨을 배가시킬 것이다. 늙을 짬이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를 아주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막강한 자기세계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미 젊어서부터 가지고 있던 취미생활이 있다면 지속하여 유지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즐거운 취미나 생활을 하나보면 그 속에서 오묘한 진리나 환희 그리고 세상이치를 알게 될 것이다.
출처 : 대한생명 은퇴연구소장 최성환씨 / 조선일보
‘은퇴를 의미하는 영어 retire는 뒤로 물러나는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타이어를 새로 갈아끼우는 re-tire다. 즉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철저한 설계와 준비가 있어야 은퇴가 銀退-빛을 발하는 은퇴가 되는것이다.
수명이 짧았던 시절엔 60이면 장수였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달라졌다. 제2의 새 인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설계와 준비가 있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없이 늙어간다. 그렇다면 그 늙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새 의미를 부여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새 인생이 될 수있다. 회피하지도 말고, 물러서지도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준비할 때 ‘행복한 노후’ 는 보장되는 것이 아닐까.
finance- 돈에서 크게 어려움 없이 지내고, field- 취미에서 다양한 생활을 하고, fun- 즐거움에서 크게 부족한 것이 없고, friend- 사랑하는 아내와 해로하고 있으며 자식과 친구들이 있고, fitness- 어떤 지병도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면 노후생활이 외롭지 않고 구차하지 않으며 늘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모든 것들이 결코 하루아침에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철저한 설계와 준비 그리고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누구든 모두가 늙게 되어 있다. 결코 남의일이 아니며 내일 준비해도 되는일이 아니다. 준비할 수 있을 때, 그런 능력이 있을 때 준비해야 된다. 물러나는 은퇴가 아니라 re-tire, 빛나는 새 출발이 되도록 해야 한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조건으로 이 다섯가지 이외에도 많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이며 넉넉한 노후를 위해서 이 다섯가지는 반드시 새겨서 내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즐거운 생활 자기만의 세계를 갖기 위하여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취미를 함께 할 배우자나 친구, 주변의 이웃이 있어야 하고 재정계획과 관리로 은퇴후에도 돈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노력 해야 할 것이다.
- 옮기고 새겨서 보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