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청년평화교류를 다녀와서>
이새결
멀고도 가깝게 느꼈던 일본에 다녀왔다. <한일청년평화교류>라는 다소 가볍지 않은 이름을 걸고 다녀온 4박5일이었다.
처음만난 날 서로 부끄러워 어색하게 인사한 것도 잠시, 우리는 언어도 다르고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우리는 같이 밥을 먹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한국인과 일본인으로 만난 것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났다.
한국과 일본의 정세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갈수록 서로에 대한 분노와 편견은 더욱 더 커지고 증오는 쉽사리 자리잡아갔다. 우리는 서로 잊어선 안 될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역사의 기억은 한쪽에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닌 서로 기억해야 할 공동의 역사이다. 그렇기에 성찰과 반성으로 함께 나아가야만 비로소 ‘평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평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천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안에서 천국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는 다 다를 것이다. 우리가 함께 이야기 나누고 밥 먹고 하는 것도 평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픈 기억의 세대를 살지 않은, 직접적인 피해를 느껴보지 못한 우리가 이야기하는 이 평화는 너무나 마음 편히 누릴 수 있는 평화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평화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고통도 그만큼 함께 따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평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위안부할머니들이 자꾸 떠올랐다. 당시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여전히 살아있고 그들은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받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 평화는 분명 우리가 느끼는 것과 다를 거라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 잊고서 용서하고 살아가자고 말하기에는 그 말의 무게감이 조금은 쉬워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본청년들과 만나서 재미난 이야기는 많이 나눴지만 한일관계에 대해서, 우리의 만남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평화를 해나가면 된다. 그 중 하나가 이 만남이라면 우리의 만남은 아무 의미가 없지 않다. 우리가 만들어낸 평화가 결국엔 한 줄기의 큰 틀에서 나온 가지라면 언젠가 개개인의 평화뿐만 아닌 모두의 평화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